산업계, “美금리인상시 신흥국 수출 악영향·유가하락 따른 경기 위축 우려”

2017-03-07 17:11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산업계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겠으나 전반적으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7일 한국무역협회와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산업계는 환율, 유가 등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시나리오별로 구성한 대응방안을 면밀하게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중심으로 수출 다각화를 모색해 온 기업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현지 시장의 경기 위축으로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미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은 해외 매출에서 차지하는 신흥국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체감온도가 달라질 것”이라면서 “실익을 비교해 최대한 영향을 받지 않는 쪽으로 영업전략을 짜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훈 무협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유가 하락, 신흥국 금융불안 등은 우리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보후무역 정책에 대한 불안감까지 더해 산업계의 어려움이 커질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신흥국 경기침체로 이어져 수출에 악영향 줄 듯
미국 금리인상은 신흥국 경기 침체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올들어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는 우리나라 수출이 또다시 부진의 늪에 빠질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유가 상승 기조가 제한을 받고 신흥국 경기가 타격을 받으면 우리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 신흥국 수출비중은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총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무협이 지난해 9월 584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우리 수출기업의 영향을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기업의 34.2%가 미국 금리인상이 우리 수출에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중남미(60.0%), 중동(44.7%), 동남아(40.2%) 등 신흥국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의 부정적인 응답 비율이 높았다. 이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신흥국의 금융시장 혼란과 그에 따른 수입수요의 감소가 가장 먼저 예견되기 때문이다.

◆자동차·조선 “유가 하락으로 업황 위축 우려”
업종별로 보면 자동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중동 및 아프리카 산유국들의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를 기대해왔다. 그러나 미국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이다.

또 원자재 가격 상승을 기대해온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이 미국 금리인상으로 경기 회복 시점이 미뤄지면 국내 자동차업계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 영향이 각국마다 다르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판매 지역과 성향에 맞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리인상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미국 시장에서 제품을 더 많이 팔 수 있는 방안을 강구중"이라며 "다만 트럼프 정부의 해외기업 견제로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신흥국 경기 침체로 인한 자동차 판매 감소를 우려하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가 상승 전망으로 발주 시장 회복을 기대했던 조선업계는 업황이 위축될 수 있다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저유가 지속으로 2년여 넘게 발주가 끊겼던 해양플랜트 사업의 회복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은 개선되겠지만 발주가 끊기면 의미가 없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저유가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해양플랜트를 개발하기 위해 오일 메이저와 노력을 하고 있다"며 "(미 금리인상으로) 회복세를 보이던 업황이 다시 침체로 돌아설 수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철강 “통상 공세 강화될 듯”
철강업계는 미 금리인상이 수익을 가져다줄 대표업종으로 꼽혔으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금리 인상이 원화 약세로 이어지면서 미국 수출 증가가 기대되지만 미 정부가 자국 철강산업 보호정책을 강화하고 있고 금리인상으로 이러한 정책이 더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인상은 복합적인 요소를 모두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단정짓기 어렵다”면서도 “미국발 통상 공세가 신흥국으로 확산되고 있어 향후 사업은 안개속이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일반기계 업종 등도 유가상승 움직임의 제약이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가 상승에 제동이 걸리면 매출 회복이나 석유화학 제품 가격 인상이 지연될 수 있다. 신흥국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차질도 우려된다. 미국 셰일가스·오일 개발이 지연되면 건설기계 및 공작기계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전자업계 역시 환율하락에 따른 수익성 향상, 북미시장 내에서의 가격 경쟁력 상승 등이 호재라면서도 신흥국 수출에 일정 수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항공업계는 금리 인상으로 외화 부채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항공기를 구입 또는 리스할 때 미 달러화로 결재를 하는 만큼 변동금리부 차입금과 임차료 등 비용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금리 변동과 관련해 고정금리부 차입금과 변동금리부 차입금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 이자율 상승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며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이자율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