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주도형 금융상품 줄줄이 실패
2017-03-06 08:51
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정부 주도형 금융상품의 장밋빛 전망은 오래가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다. 정책금융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의미다.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등 정책금융 상품을 속속 도입했지만, 2금융권 풍선효과 등 부작용만 속출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서민들을 위해 내놓은 재테크 상품도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정부가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국민금융상품'이라고 자랑하던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만능은커녕 '깡통' … ISA 수익률 정기적금보다 못해
지난해 3월 금융당국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시장에 내놨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개인의 종합적 자산관리를 통한 재산형성을 지원하려는 취지로 도입한 절세 계좌다.
정부는 야심차게 '국민통장'이라는 애칭으로 내놓았지만, 출시 1년도 안돼 가입계좌와 가입금액이 모두 감소세다. 수익률 역시 변변치 못하다.
금융투자협회가 25개 금융회사의 201개 일임형 모델포트폴리오(MP)를 대상으로 지난해 3월14일부터 올 1월까지 누적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평균 수익률은 2.08%에 그쳤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1.25%에도 못 미치는 곳들이 수두룩하다.
실패한 상품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3년 3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판매된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재형저축 변동형 상품은 3년 동안 고정금리를 제공하다가 이후 4년은 변동금리기 적용된다. 3년간 4%의 고정금리가 제공됐지만 3년이 지난 지난해 3월부터는 2%대로 금리가 주저 앉았다.
중도 해지도 늘었다. KB국민·우리·IBK기업·신한은행의 재형저축 계좌수는 2013년 117만5242계좌, 2014년 104만5821계좌로 감소했다가 2015년 일몰을 앞두고 119만5052계좌 증가했다. 하지만 1년 만에 계좌 수는 107만6895계좌로 줄었다.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대비와 목돈마련을 위해 마련된 소득공제 장기펀드(소장펀드)도 초라하기는 마찬가지다.
2014년 2035억원에서 2015년 2602억원으로 늘었다가 2016년 2376억원, 이달 2일 33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해지 계좌수도 1월 1824개, 2월 1215개, 이달에는 2125개로 증가했다.
펀드 64곳 중 11곳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해 환급받아도 손실인 경우가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금융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ISA와 소장펀드, 재형저축 모두 국민의 재산 증식을 내걸고 출시됐지만 반응은 좋지 않다. 당국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의무 가입기간을 길게 잡게 되는데, 투자자로서는 장기간 투자가 부담이기 때문이다.
또 소장펀드와 재형저축 모두 가입 대상자가 연간 급여 5000만원 이하로 제한돼 수혜자가 일치한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최근 출시된 ISA는 가입대상에 제한이 없다. 1년에 2000만원씩 5년 동안 총 1억원을 넣을 수 있다. 문제는 재형저축이나 소장펀드에 가입한 사람은 해당 상품에 납입하는 금액 만큼 ISA 한도가 감소한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시장의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ISA의 세제혜택을 더 늘리고 중도인출을 일부 허용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세제당국인 기획재정부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정부 주도의 금융상품에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제공하는 재산 증식은 5년 이상 한 계좌에 돈을 묵혀 둬야만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납입 기간을 줄여야 하고 가입대상을 정기 소득이 없는 주부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