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영 “정신력으로 버텼다”…무더위·악천후 싸우며 ‘쪽잠’

2017-02-27 14:53

[혼다 LPGA 타일랜드 우승컵 들어 올린 양희영. 사진=AP 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지독한 무더위와 악천후로 컨디션은 들쭉날쭉했다. 이틀 연속 새벽잠을 설쳐야 했고, 클럽하우스에서 쪽잠을 자면서 짧은 휴식을 취해야 했다. 최악의 조건에서 거둔 코스레코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2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양희영(28)의 드라마 같은 우승 스토리다.

양희영은 지난 26일 태국에서 마감한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최종합계 22언더파 266타로 대회 최저타, 최다 언더파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5년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뒤 2년 만에 다시 우승을 거머쥐었다. LPGA 투어 통산 3승. 우승상금 25만 달러도 챙겼다.

지난해 양희영은 아쉬움이 컸다. 꾸준히 톱5 안에 드는 성적에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위만 두 차례, 3위는 4차례나 기록했다. 하지만 양희영은 “남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오늘 같은 날이 올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2년 동안 우승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살리지 못해 안타깝기도 했지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이번에 우승하게 돼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특히 양희영은 대회 기간 내내 폭우와 번개 등 악천후와 싸워야 했다. 2라운드 경기가 중단 되면서 3·4라운드 시작 전 잔여경기를 치르면서 컨디션 조절이 힘들었다. 양희영은 “이틀 연속 새벽 4시에 일어나 찌는 듯한 더위와 싸웠다. 더위도 먹은 것 같고, 진짜 정신력으로 버텼다. 너무 어지러워서 샷을 할 때마다 집중하는 게 쉽지 않았고, 그냥 주저앉고 싶을 정도로 힘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양희영은 경기 도중 수시로 우산을 펴 더위를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우승 날에도 3라운드 잔여경기 이후 최종라운드까지 휴식이 3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아 클럽하우스에서 쪽잠을 자며 버틴 일화도 소개했다.

이 대회 두 차례 우승과 함께 태국을 ‘좋아하는 골프장’으로 꼽은 양희영은 여자골프 세계랭킹도 8위로 3계단 올라 톱10 재진입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