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외교책사 왕이 중국외교부장, 미국과 동맹국 '갈라치기'
2017-02-23 20:00
호주 외교장관 만나 양 볼에 입 맞춰…호주와 중국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밀월 과시
윤병세 장관과는 웃음기 가신 굳은 표정으로 악수, 카메라 앞에서 눈도 맞추지 않아
윤병세 장관과는 웃음기 가신 굳은 표정으로 악수, 카메라 앞에서 눈도 맞추지 않아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함께 중국 외교를 진두지휘하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최근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불화 조짐을 보이는 미-호주 관계의 틈새를 공략하며 ‘호주 끌어안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반면 영토문제와 사드배치로 대치중인 일본과 한국에는 냉랭한 분위기를 여과없이 발산하며 중국의 외교력을 극대화하는 분위기다.
◆호주 장관과는 볼키스…스킨십 외교로 '밀월 과시'
이달 7일 호주를 방문 중이던 왕이 외교부장은 밤 만찬을 마무리하면서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의 양 볼에 입을 맞췄다. 이는 왕이 부장을 수행하던 관리들로부터 이례적인 제스처로 많이 언급됐다.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이 턴불 호주 총리와 통화하면서 "최악의 통화"라며 막말을 하고 전화를 일찍 끊어버리는 등 무례한 언행을 하면서 호주 국민의 반발을 산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양국 간 제4차 연례 외교전략대화에 참가하기 위한 왕이 부장의 이번 호주 방문에는 거침이 없었다. 왕이 부장은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3국 간 태평양안전보장조약(ANZUS)을 "냉전의 유물"이라던 통상적인 비난 조의 '설교'도 하지 않았다.
또 비숍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호주는 계속 미국의 동맹이 되면서 동시에 중국에는 포괄적인 전략적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공개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중국이 호주가 채택하고 있는 이 같은 구상을 인정하기는 처음이라는 지적이다.
두 사람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조만간 호주를 방문하는 문제도 논의했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중국 총리는 10년 만에 호주를 찾게 된다.
이밖에 두 사람은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거부하고 자유무역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으며, 특히 비숍 장관은 미국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중국이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두 나라는 양국 수교 45주년을 맞아 오는 20일 베이징에서 장관급 경제회담을 열고 협력 분위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중국 언론도 "양국관계가 이보다 좋을 수 없다"는 비숍 장관의 말을 전하며 두 나라 관계가 최고조에 달했다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디플로맷도 왕이의 호주 방문을 통해 두 나라 관계가 계속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전문가 사이에서는 호주가 미국을 외면한 채 중국 관계를 강화하기는 쉽지 않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맬컴 턴불 호주 총리 박대에 대한 일시적인 감정적 반응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일본에도 센카쿠 열도 영유권 문제로 몰아세워
무대를 독일로 옮긴 왕이 부장은 일본과 한국에는 회담 내내 뻣뻣한 자세로 일관했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영유권 문제 등으로 대립하고있는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에도 시종일관 강한 입장으로 밀어붙였다.
왕이 부장은 17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무장관회의에서 기시다 외상에게 양국관계를 악화한 행위를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왕 부장은 이날 중일 양자회담에서 "최근 일본이 잇따라 매우 민감한 문제에 '소극적인' 조처를 했다"며 일본이 양국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왕 부장이 일본이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센카쿠 열도가 미일안보조약 적용대상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과 초등학교 영유권 교육 의무화 등 중국을 자극한 일본의 외교적 행위를 '소극적인 조처'로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런낸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또 "일본이 공언한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양국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훼손하지 않도록 성실히 노력한다면 양국 간의 관계를 진정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이어 "올해가 중일 외교 정상화 45주년이자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이라고 강조하며 "선배들의 초심을 잊지 말고, 양국관계를 정상궤도로 돌려놓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제안했다.
기시다 외무상도 왕 부장의 제안에 "올해가 일중관계 발전의 중요한 해"라며 "양국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관계를 형성해 갈등을 해결하고, 관계를 개선하길 원한다"고 답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기시다 외부상은 이어 "일본은 '두 개의 중국',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음을 재차 표명한다"며 이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드로 불편한 한국과는 냉랭한 분위기 연출
왕이 부장은 다음날 18일(현지시간) 만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도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뮌헨안보회의에 참석차 독일을 방문한 왕이 부장과 윤 장관은 뮌헨 매리어트 호텔에서 약 45분간 회담했지만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다.
이날 회담도 양국 간의 사드 갈등을 반영하듯 냉랭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정오(한국시간 18일 오후 8시)께 회담을 시작한 윤 장관과 왕 부장은 회담을 앞두고 회담장 앞에서 웃음기 가신 굳은 표정으로 악수를 했고, 카메라 앞에서 두 장관은 서로 눈도 맞추지 않았다.
통상 외교장관 회담의 경우 회담장에서 양측의 모두발언을 언론에 공개하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언론의 회담장 입장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회담은 왕 부장이 묵는 숙소에서 열렸다. 외교 회담 때 양측이 같은 급일 경우 '호스트' 측에서 먼저 회담장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날 윤 장관은 회담 개시 전 먼저 호텔에 도착해 대기했고, 왕 부장은 예정된 회담 개시 시간에 정확히 맞춰 회담장에 입장했다.
중국 외교부도 19일 홈페이지에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소개하면서 양국 장관이 함께 찍힌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사진속 윤병세 장관은 미소를 지었으나 왕이 부장은 무표정한 모습을 보이는 사진을 게재하며 최근 사드 문제로 냉랭해진 양국 관계를 그대로 공개했다.
이에대해 외교 소식통은 "중국 측이 미국과 동맹국 사이를 파고들면서 경제·안보 문제를 교묘하게 연결시키는 일종의 연환계(連環計)를 쓰는 것 같다"면서 "(중국의 조치에 따른) 일정 부분 고통감수는 불가피하고 감내해야 할 것"이라면서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소식통은 "중국의 미국 동맹국 때리기와 끌어안기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 자체가 중국을 도와주는 것"이라면서 중국 측의 조치에 대한 국내 정치권 등 여론의 민감한 반응을 경계했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불화 조짐을 보이는 미-호주 관계의 틈새를 공략하며 ‘호주 끌어안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반면 영토문제와 사드배치로 대치중인 일본과 한국에는 냉랭한 분위기를 여과없이 발산하며 중국의 외교력을 극대화하는 분위기다.
◆호주 장관과는 볼키스…스킨십 외교로 '밀월 과시'
이달 7일 호주를 방문 중이던 왕이 외교부장은 밤 만찬을 마무리하면서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의 양 볼에 입을 맞췄다. 이는 왕이 부장을 수행하던 관리들로부터 이례적인 제스처로 많이 언급됐다.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이 턴불 호주 총리와 통화하면서 "최악의 통화"라며 막말을 하고 전화를 일찍 끊어버리는 등 무례한 언행을 하면서 호주 국민의 반발을 산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양국 간 제4차 연례 외교전략대화에 참가하기 위한 왕이 부장의 이번 호주 방문에는 거침이 없었다. 왕이 부장은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3국 간 태평양안전보장조약(ANZUS)을 "냉전의 유물"이라던 통상적인 비난 조의 '설교'도 하지 않았다.
또 비숍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호주는 계속 미국의 동맹이 되면서 동시에 중국에는 포괄적인 전략적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공개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중국이 호주가 채택하고 있는 이 같은 구상을 인정하기는 처음이라는 지적이다.
두 사람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조만간 호주를 방문하는 문제도 논의했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중국 총리는 10년 만에 호주를 찾게 된다.
이밖에 두 사람은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거부하고 자유무역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으며, 특히 비숍 장관은 미국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중국이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두 나라는 양국 수교 45주년을 맞아 오는 20일 베이징에서 장관급 경제회담을 열고 협력 분위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중국 언론도 "양국관계가 이보다 좋을 수 없다"는 비숍 장관의 말을 전하며 두 나라 관계가 최고조에 달했다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디플로맷도 왕이의 호주 방문을 통해 두 나라 관계가 계속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전문가 사이에서는 호주가 미국을 외면한 채 중국 관계를 강화하기는 쉽지 않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맬컴 턴불 호주 총리 박대에 대한 일시적인 감정적 반응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일본에도 센카쿠 열도 영유권 문제로 몰아세워
무대를 독일로 옮긴 왕이 부장은 일본과 한국에는 회담 내내 뻣뻣한 자세로 일관했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영유권 문제 등으로 대립하고있는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에도 시종일관 강한 입장으로 밀어붙였다.
왕이 부장은 17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무장관회의에서 기시다 외상에게 양국관계를 악화한 행위를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왕 부장은 이날 중일 양자회담에서 "최근 일본이 잇따라 매우 민감한 문제에 '소극적인' 조처를 했다"며 일본이 양국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왕 부장이 일본이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센카쿠 열도가 미일안보조약 적용대상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과 초등학교 영유권 교육 의무화 등 중국을 자극한 일본의 외교적 행위를 '소극적인 조처'로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런낸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또 "일본이 공언한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양국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훼손하지 않도록 성실히 노력한다면 양국 간의 관계를 진정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이어 "올해가 중일 외교 정상화 45주년이자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이라고 강조하며 "선배들의 초심을 잊지 말고, 양국관계를 정상궤도로 돌려놓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제안했다.
기시다 외무상도 왕 부장의 제안에 "올해가 일중관계 발전의 중요한 해"라며 "양국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관계를 형성해 갈등을 해결하고, 관계를 개선하길 원한다"고 답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기시다 외부상은 이어 "일본은 '두 개의 중국',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음을 재차 표명한다"며 이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드로 불편한 한국과는 냉랭한 분위기 연출
왕이 부장은 다음날 18일(현지시간) 만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도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뮌헨안보회의에 참석차 독일을 방문한 왕이 부장과 윤 장관은 뮌헨 매리어트 호텔에서 약 45분간 회담했지만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다.
이날 회담도 양국 간의 사드 갈등을 반영하듯 냉랭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정오(한국시간 18일 오후 8시)께 회담을 시작한 윤 장관과 왕 부장은 회담을 앞두고 회담장 앞에서 웃음기 가신 굳은 표정으로 악수를 했고, 카메라 앞에서 두 장관은 서로 눈도 맞추지 않았다.
통상 외교장관 회담의 경우 회담장에서 양측의 모두발언을 언론에 공개하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언론의 회담장 입장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회담은 왕 부장이 묵는 숙소에서 열렸다. 외교 회담 때 양측이 같은 급일 경우 '호스트' 측에서 먼저 회담장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날 윤 장관은 회담 개시 전 먼저 호텔에 도착해 대기했고, 왕 부장은 예정된 회담 개시 시간에 정확히 맞춰 회담장에 입장했다.
중국 외교부도 19일 홈페이지에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소개하면서 양국 장관이 함께 찍힌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사진속 윤병세 장관은 미소를 지었으나 왕이 부장은 무표정한 모습을 보이는 사진을 게재하며 최근 사드 문제로 냉랭해진 양국 관계를 그대로 공개했다.
이에대해 외교 소식통은 "중국 측이 미국과 동맹국 사이를 파고들면서 경제·안보 문제를 교묘하게 연결시키는 일종의 연환계(連環計)를 쓰는 것 같다"면서 "(중국의 조치에 따른) 일정 부분 고통감수는 불가피하고 감내해야 할 것"이라면서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소식통은 "중국의 미국 동맹국 때리기와 끌어안기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 자체가 중국을 도와주는 것"이라면서 중국 측의 조치에 대한 국내 정치권 등 여론의 민감한 반응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