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루시드 드림' 고수 "부성애에 깊은 공감…영화 보고 눈물 펑펑"
2017-02-23 00:01
영화 ‘루시드 드림’(감독 김준성·제작 ㈜로드픽쳐스·배급 NEW)의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자리에서, 고수(39)가 물었다. 이는 지난 언론시사회에서 강혜정이 “남자 배우에게 휴지를 준 건 처음”이라며,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고수가 눈물을 보였다고 폭로한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루시드 드림’은 대기업 비리 전문 기자 대호(고수 분)가 3년 전 계획적으로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해 ‘루시드 드림’을 이용, 감춰진 기억 속에서 단서를 찾아 범인을 쫓는 기억추적 SF 스릴러다.
이번 작품에서 고수는 아들을 찾기 위해 모든 걸 내던지는 아버지를 연기한다. 기꺼이 자신의 목숨도 내놓겠다는 뜨거운 부정은 보는 이들도 뭉클하게 만들었지만, 연기자 고수 역시 요동치게 하였다. 시사회 내내 눈물을 감출 수 없을 정도로, 그는 ‘부정(父情)’에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강)혜정이가 기자간담회에서 (운걸) 말하는 바람에…. 하하하. (영화를) 세 번째 보는 건데도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볼 때마다 대호의 심정이 와 닿았어요.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닌데, 계속 눈물이 나더라고요. 제가 아버지가 되어 그런 걸까요? 실제로 자녀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입이 되는 것 같아요.”
대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 두 자녀를 둔 고수는 대호가 가진 부성과 두려움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감정을 드라마에 녹여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기존 한국영화에서 부성애를 말할 때 작정하고 울리는 면들이 있잖아요. 우리 영화는 그런 점이 없었어요. 감정을 가지고 상황을 이어가야 했고 클라이맥스에 도달해야 했죠.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사실적인 감정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조심조심, 대호의 감정이 깨지지 않고 관객에게 전해지길 바랐죠.”
그는 대호의 감정이 구구절절하지 않도록, 담백하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절절한 부성애일지라도 넘치지 않게 연기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극한 상황 속에서 대호의 감정·마음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관객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쭉 달려왔거든요. 오로지 진심이 전달되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대호의 심정으로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조금 성장을 거뒀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루시드 드림’이 단순한 부성애를 그린 작품은 아니다. 수면자 스스로 꿈을 꾼다는 사실을 자각한 채 꿈을 꾸는 현상을 통해 꿈과 현실을 오가며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은 폭넓은 세계관을 구성한다.
“시나리오를 볼 때 정말 놀랐어요. 사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채 읽었는데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모습에 감탄했죠. 이런 비현실적인 공간이나 상황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우리나라 영화들은 이런 장르가 드물잖아요. 영화적으로도 재밌었고 대호의 마음도 공감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분명 신선하고 흥미로운 소재지만 그와 같은 이유로 우려 역시 분명했다. 고수의 말마따나 꿈속 공간을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중요한 부분. 이에 대한 걱정은 없었느냐고 묻자, 그는 “시나리오를 볼 땐 좋은 생각만 든다”며 웃었다.
“여러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도 아마 마찬가지일 거예요. 대신 우리는 ‘정말 좋은 시도를 했다’, ‘신선한 시작을 알렸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한국영화에서 다양한 장르를 보여드린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꿈과 현실을 분리하는 ‘루시드 드림’에 맞게 연기적인 변화는 없었을까? 두 공간 속 연기 톤에 관해 질문하자 그는 “연기적인 톤을 변화시킬 필요는 없었다”고 답했다.
“현실과 꿈에 관해 연기적인 변화는 주지 않았어요. 초반 부분에서 ‘꿈속 기억이 바뀌면 흐름 자체가 달라진다’는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그래서 부러 똑같은 행동을 취한다고 설정했어요. 연기하면서 관객들이 ‘꿈과 현실을 혼동하시면 어쩌지’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께서 연출적으로 잘 표현하셨더라고요. 화면 색깔도 변화를 줬고요.”
작품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 고수는 ‘루시드 드림’ 속, 장면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의문점들을 풀어갔다. 방대한 세계관과 복잡한 인물의 심리는 이제까지 고수가 보여준 인물들보다 진폭이 컸다. 특히 베테랑 형사 방섭(설경구 분)과의 관계는 깊은 감정 소모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믿고 따르면 형사에게 반전이 숨어있었다.
“정말 뒤통수 제대로 맞았죠. 하하하. 방섭과 대호는 정말 끈끈한 유대를 가진 사이였거든요. 서로 자식에 대한 사랑이 충만하고 그걸 이해하고 있는 사이고요. 그래서 모든 비밀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충격이 엄청났던 것 같아요. 어찌나 상황에 몰입했던지 속까지 울렁거리더라고요.”
작품마다 그랬다. 고수의 연기 방식은 날 것에 가까웠으므로 그는 상황과 역할에 몰입하고 극한의 상황들을 직접 체험했다. 다시 말해 극 중 인물의 트라우마나 위험한 상황들을 직접 견뎌왔다는 것이다.
“저수지 신이나 공사장에서 위협을 당하는 건 CG(특수효과)가 아니라 실제였어요. 위험한 상황들이 많았죠. 채석장에서 격한 감정 연기를 하다가 손이 찢어지기도 하고요. 상황에 몰입하다 보니 안전에 둔감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초능력자’나 드라마 ‘그린로즈’를 찍을 때도 위험한 상황들이 있었는데, 결과가 좋으니 점점 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더 많이 신경을 써야겠죠. 제가 다치면 모두에게 민폐니까요.”
어느덧 데뷔 20년 차.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소화해온 고수에게도 ‘루시드 드림’은 너무도 낯설고 새로운 영화다. 그에게 있어 ‘루시드 드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신선하고 흥미로운 작품이었어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관객분들에게도 그런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우리 영화는 새로운 소재,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니 관객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채워줄 거로 생각해요.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 연기했고, 새로운 세계관에 적응하려 노력했어요. 우리 영화를 시작으로 많은 SF영화가 나오기를 기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