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작된 도시' 박광현 감독 "결국, 가장 나다운 것"
2017-02-17 07:00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조작된 도시’(감독 박광현·제작 티피에스컴퍼니·배급 CJ엔터테인먼트)는 3분 16초 만에 살인자로 조작된 남자 권유(지창욱 분)가 게임 길드원들과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감독의 가슴에 켜켜이 쌓인 고민과 갈등은 ‘조작된 도시’의 훌륭한 밑거름이자, 단단한 기둥이다. 긴 시간 동안 박 감독은 끊임없이 이야기에 집중했고 파고들었다. 그리하여, 가장 박광현다운 혹은 가장 박광현답지 않은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어떤 시작점, 레퍼런스가 될 ‘조작된 도시’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선뜻 다가가기 힘든 첫인상을 가졌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흥미진진하더라
- 아마 장르적인 문제 같다. 선뜻 다가가기에는 너무 낯선 장르니까. 사실 저 역시도 이 영화의 장르를 규정짓지 못했다. 범죄 어드벤처라고 부르기로 했지만 그마저도 다 설명할 수 없다.
낯선 장르의 개척은 모 아니면 도 아닌가
- 제가 이 영화를 ‘젊은 영화’라 부르는 건, 모험심 때문이다. 모험은 젊을 때 하는 거니까. 그 시절, 우리가 실패를 거치고 체험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지 않나.
사실 감독님이 범죄 액션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놀라운 마음이 컸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들여다보니 ‘웰컴 투 동막골’ 속 감성은 여전하더라
- 처음에는 이런 판타지 성·만화적 상상력도 가미돼 있지 않았다. 정말 범죄 액션 영화였다. 다들 ‘네가 왜?’라는 반응을 보이더라. 하하하. 오히려 반대로 제게 시나리오를 주던 분들은 ‘이 영화는 너와 잘 맞을 것’이라고 했다. 내면적인 속성에 관한 부분인 것 같다. 인간에 대한 연민이랄까? ‘웰컴 투 동막골’ 역시 전쟁에서 희망을 얘기하지 않았나. 하지만 이런 부분들을 일일이 설명할 수 없어서 ‘저도 한 번 해보려고요’하고 말았다.
어쩌다 보니 현 시국과 맞물리는 구석이 있더라
- 감독은 매 시대에 중요한 화두 내지는 관심거리를 영화로 표현해야 한다. ‘웰컴 투 동막골’ 당시는 햇볕정책으로 화해의 무드가 형성돼있었다. ‘웰컴 투 동막골’ 같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거다. 그런데 요즘은 먹구름이 낀 느낌? 제가 알고 있는 것보다 무서운 일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2014년 이후 우울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게 바로 시대 반영인 셈이다. 하지만 너무 우울해서 질식할 것 같더라. ‘나까지 그래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여기에 힘내라는 이야기를 제 방식대로 하고자 했다.
그리고 변함없이 시대의 약자들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 현재 이 시대의 약자는 누구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세대로 봤을 때…, 바로 20대더라. 가장 활기 넘치고 두려울 게 없어야 할 세대가 흔들리고 있다는 게 마음 아팠다. 다 포기해야만 하는 세대, 겁쟁이가 되어야만 살 수 있는 세대가 된 것이 속상하다.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젊은 세대가 활기차야 한다.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두 갈래로 나뉘더라
- 예전에 100분 토론을 보면서 하나의 사안을 가지고 저렇게 다른 의견들이 나오고 그걸 100분 동안 해도 모이지 않는다는 게 놀라웠다. 그런데 우리 영화가 그렇더라. 하하하.
영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개연성 등을 문제로 삼는 관객도 있다
- 어떤 것을 공감하느냐가 핵심인 것 같다. 예컨대 아들을 죽인 아이를 용서해주는 엄마의 마음이랄까. 그를 보고 반응도 두 갈래로 나뉘지 않나. 어떤 마음인지 알겠다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반응. 그 간극은 어떻게 해서도 메울 수 없다.
담담하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
- 모두를 아우를 수는 없는 영화인 것 같다. 새로운 화법을 구사하고 있으니 이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반대로 낯설고 신선하게 느끼시는 분들도 있고. 나름 열심히 만들었는데 호불호가 나뉘니 안타깝기도 하다. 누군가는 ‘이런 쓰레기를 내놨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유치하게 말대답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하하하. 이 커다란 호불호가 재밌기도 하지만 마음 아프기도 하다.
마냥 만화적, 판타지성을 띠고 있다고 하기엔 리얼리티를 살린 부분들이 눈에 밟힌다
- ‘조작된 도시’의 기본 베이스는 리얼이다. 여기에서 점차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는데 저는 이런 부분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처음부터 다 가상이야!’ 아니면, ‘이건 전부 리얼이야!’ 하는 건 재미가 없다. 현실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게 재밌다. 예컨대 전원 일기에서 UFO가 뜨는 게 재밌지 미래 세계에서 UFO가 움직인다면 무슨 재미있겠나. 이야기를 진폭 시키는 방식이 재밌는 것 같다.
교도소를 기점으로 현실과 판타지가 갈린다고 생각한다. 그걸 완충시키는 게 교도소신이고
- 바닥을 쳐야 올라간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사실 교도소신을 그렇게 리얼하게 그릴지 몰랐다. 공간 자체는 판타지적 느낌이 강하면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쇼생크탈출’ 같은 리얼함을 담고 있다
- 사실 여러 영화에서 죄수 간의 폭력을 다뤄왔다. 하지만 그 대상자가 지창욱이기 때문에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 소년 같기도 하고 아들 같기도 하지 않나. 곱상한 친구가 아픔을 느끼니까. 일종의 교육된 효과라고 할까? 오히려 저는 ‘너무 평범하지 않으냐’고 했었는데 스태프들이 전부 말리더라.
극 중 공간들도 특별했다. 여러 드라마를 가진 공간들이 영화의 판타지성을 키운 것 같다
- 교도소의 경우 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되는 상황을 떠올렸다. 공간과 그림만 떠올린 게 아니라 철저히 드라마의 감정을 떠올린 거다. 모든 공간과 인물의 분장은 감정을 확장하는 방식인 거다. 제가 가장 효과적으로 쓰는 방식이기도 하다. 제가 일반적 화법에 약하다 보니 나름의 장치들을 해두었는데 그것으로 인해 관객분들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조작된 도시’를 두고,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길 바라나?
-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하하하. 제가 허공에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