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작된 도시' 지창욱 "스크린 데뷔부터 입대까지…조바심 느끼지 않아요"
2017-02-10 07:00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조작된 도시’(감독 박광현·제작 티피에스컴퍼니·배급 CJ엔터테인먼트)는 그런 지창욱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3분 16초 만에 살인자로 조작된 남자가 게임 길드원들과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내용을 그린 작품. 지창욱은 게임 세계에서는 완벽한 리더지만 현실에서는 평범한 백수인 권유 역을 맡았다.
이미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데다가 해외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모은 지창욱에게 시나리오가 가지 않았을 리는 없었다. 번번이 시나리오를 마다한 그가 ‘조작된 도시’를 영화 데뷔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감독님의 설득에 넘어갔어요. 하하하. 첫 주연작이다 보니 고민이 많았거든요. 권유라는 캐릭터가 모든 사건의 중심인 데다가 일반적 영화 톤이 아닌 만화적인 표현들이 많아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컸어요.”
지창욱의 고민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출연 분량 역시 그에게는 걱정거리였다. 최근 멀티캐스트 영화들이 인기인 데다가 배우들 역시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멀티캐스트 영화를 선호하지 않나. “첫 주연작부터 원톱 영화라니 부담스럽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며 쉽게 수긍한다.
“저도 멀티캐스트 영화가 부담도 덜고, 선배들에게 배우는 과정이 있어서 좋을 거로 생각했었죠. 하지만 우리 영화에도 많은 배우, 스태프들이 있다 보니까 ‘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담감을 덜 수 있었던 기회였고 현장의 많은 분이 제게 위안을 줬어요.”
“우리 영화의 톤이라고 생각해요. 일각에서 ‘영화가 아니라’고 하는데, 제 생각엔 바로 그런 점들이 영화적 장치인 것 같아요. 권유가 어떤 계기를 통해서 각성하게 되고 악당을 물리치고 카체이싱을 하는 모습들이요. 현실감을 너무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았어요.”
이런 만화적인 기법이나 영화 톤이 권유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있어서 영향을 줬을까? 그는 “영화의 톤과는 달리 연기하는 것에 있어서는 일반 작품과 똑같았다”고 말했다.
“권유의 상황에 집중하고 똑같이 연기했어요. 나라면 어땠을까? 거기에 초점을 맞췄죠. 영화적, 만화적이라고 해서 감정 더 과장하거나 안 보여주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보여주려고 했어요. 인물들까지 그렇게 만들 필요는 없었죠.”
만화적인 영화 톤과 사실적 연기가 어우러지는 것에 정점을 찍은 것은 바로 교도소 신이었다. 1급 범죄를 저지른 이들만 모인다는 ‘조작된 도시’의 교도소는 현실보다는 어떤 상징에 가까웠다. 여기에 지창욱의 사실감 넘치는 연기는 ‘조작된 도시’만의 톤을 분명하게 만들었다.
“교도소 신은 정말 힘들었어요. 정서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저를 극한에 몰아붙였죠. 공간 자체도 일반적이지 않잖아요? 제가 상상하는 음침하고 무서운 공간, 그 자체였어요. 연기에 있어서도 공간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권유의 상황은 일반적이지 않으니, 공간에서 오는 공포·두려움 같은 것에 집중했죠.”
드라마 ‘힐러’, ‘THE K2’ 등 드라마에서 화려한 액션을 선보여온 지창욱은 이번 ‘조작된 도시’를 통해 액션의 정점을 찍는다. 맨몸 격투를 비롯해 총기 액션, 폭파신, 와이어 액션, 8차선 대규모 카체이싱 등 화려하고 극적인 액션들을 소화해낸 것이다. 줄곧 액션을 도맡아온 그이기에 “액션 연기에 관한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했다.
“아뇨. 하하하. 액션 연기의 노하우는 따로 없어요. 하지만 액션 연기에 관한 철학은 있어요. 액션 역시 감정을 담아야 한다는 거죠.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감정이 깃들어 있고 그 감정에 따라 동작이 달라진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예전에는 그저 멋있게 연기하려고 했다면 어느 순간 감정을 담아서 연기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됐어요.”
경쾌하고 확실하게 스크린 데뷔의 시작을 알린 지창욱. 그는 “결국 드라마나 영화가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며, 본질적인 측면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를 시작하기 전엔 걱정이 컸어요. 영화와 드라마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거라 지레짐작한 거죠. 하지만 막상 촬영을 해보니 본질은 같았어요. 그래서 흥행에 관해 집착하지 않으려고요. 물론 중요한 부분이지만 잘 안 되더라도 제게는 큰 의미가 담긴 작업이었으니까요.”
어떤 배우들은 드라마 속 캐릭터와 영화 속 캐릭터를 분리한다. 드라마에서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와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구분 짓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창욱은 드라마와 영화를 구분 짓지 않고 오히려 확장하는 것을 선택한다. 안전하면서도 믿음직한 지창욱만의 스펙트럼이다.
“드라마와 영화를 선 긋고 싶지 않았어요. 똑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했고, 굳이 새로운 걸 보여주려고 애쓰지는 않았어요. 노력하다 보면 새로운 게 나올 거로 생각해요. 하나, 하나 해나가다 보니 공교롭게도 확장형 작품들을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판타지와 현실을 접목한 스토리나 강렬한 액션을 더하는 것은 지창욱의 트레이드마크. 어쩌면 그의 작품 세계, 캐릭터의 확장은 일관된 취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취향이라고 생각을 안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연속적으로 고른 작품들이 일관된 색깔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아, 이게 무의식적으로 취향이 적용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비슷한 종류가 아닌 색다른 것을 연기해보고 싶네요.”
천천히 느긋하게, 지창욱은 자신만의 세계를 짓고 있다. 조급하지 않은 태도는 지창욱이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견고하게 만드는 것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아니,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한 건 아니었고 ‘서두른다고 되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엔 빨리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혼자 채찍질한다고 어떤 결과를 내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저는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많고, 천천히 오래 해나갈 생각이에요.”
곧 입대를 앞둔 지창욱. 조바심이 날 법도 하건만, 그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저도 조바심이 날 거로 생각했는데 군대 갔다 와서 또 할 거로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제대 후 다른 직업을 할 게 아니잖아요. 급하면 더 어설프고 안 좋을 것 같아요. 스스로에 대한 어떤 믿음이 있어요. 자신감과는 조금 다르죠. 저를 믿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 안 흔들리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