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푸른바다의 전설' 이지훈, 내내 새로운 얼굴을
2017-02-13 20:20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극본 박지은·연출 진혁)은 가장 극단의 이지훈을 꺼낸 히든카드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에 나오는 인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푸른바다의 전설’에서 이지훈은 준재(이민호 분)의 호적상 형인 허치현 역을 맡아 열연했다. 부모님의 재혼으로 형제가 된 준재와 갈등을 벌이는 캐릭터로 선과 악을 오가는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소년부터 악인, 사극부터 현대극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배우 이지훈에게, ‘푸른바다의 전설’은 어떤 의미를 가진 작품일까?
- 3개월 동안 열심히 했다. 좋은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계셔서 많이 배울 수 있고, 즐겁게 놀 수 있던 현장이었다.
작품의 화제성만큼 허치현 캐릭터의 인기도 남달랐다. 인기를 실감 하는지?
- 촬영할 땐 잘 몰랐다. 외국 팬분들이 알아봐 주시면 그제야 인기를 실감한다. 아! 그리고 경비 아저씨가 ‘드라마를 봤다’고 아는 체 해주셔서 놀랐다. 경비 아저씨가 알아주시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다.
- 그런 말은 아닌데. 하하하. 드라마 종영 후 스케줄이 인터뷰밖에 없어서 대중을 만날 기회가 적었다. 그래도 만나는 분마다 깊은 이야기를 해주셔서 우리 드라마의 화제성을 실감한다. 그리고 덕분에 이득도 많이 봤다고 생각하고.
허치현 캐릭터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 감독님께 연락을 받았다. 미팅 장소에서 바로 대본을 받게 됐다. ‘허치현이라고, 준재의 배다른 형인데 스토리나 캐릭터가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고 말씀하셨다.
캐릭터의 첫인상은 어땠나?
- 선하고 착했다. 그런데 그 선하고 착한 모습이 엄마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인 것 같아 안쓰러웠다. 피규어를 모으는데 그게 또 애정결핍이 있어 보였고…. 사랑받고 자라야 할 나이에 기댈 곳 하나 없는 게 불쌍했다.
극 중 치현은 많은 갈등을 겪고 심리적 변화도 크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 심리적으로 힘들거나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저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캐릭터에 몰두해 빠져나오지 못하는 타입은 아니다. 웃고 떠들고 밥도 잘 먹는다. 카메라 앞에 서기까지는 오히려 쾌활한 편인 것 같다. 다만 캐릭터를 준비할 땐 저를 괴롭히는 편이다. 충분히 캐릭터를 이해하고 최대한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치현 역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던 건가?
- 굳이 꼽자면 다이어트를 하는 게 힘들었다. 캐릭터가 변화하면서 외적으로도 크게 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2kg을 감량했는데 그 점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전지현과의 멜로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쉽지는 않았나?
- 드라마를 처음 시작할 땐 아예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냥 에필로그에서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제가 또 언제 전지현 누나와 만나겠나. 스토리가 워낙 탄탄하니 제가 아쉽고 말고 할 게 없는 것 같다.
전지현과의 호흡은 어땠나?
- 시종 재밌었다. (전)지현 누나가 맛깔나게 잘 살려주신 부분이 많다. 이런 장르에서 누나를 대적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촬영하면서 정말 재밌었다.
치현 캐릭터를 두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무엇인가?
- 심경 변화다. 인물과 인물 간의 관계도 그렇고. 아빠에게 받는 상처나 외로움을 겪으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그려가고자 했다.
일반적인 감정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 흔한 관계는 아니지만, 감정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꼭 부모가 아니더라도 친구, 연인 간에도 사랑을 갈구하고 그에 따른 실망감은 충분히 느낄 수 있지 않나. 다만 드라마기 때문에 극단적인 제스쳐가 있었던 거지 현실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본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 배신당했을 때의 상처는 모두 경험해봤을 테니까. 대본을 보면서 ‘이런 마음이겠구나’에 살을 조금씩 더 붙인 셈이다.
동생으로 나온 이민호와의 호흡은 어땠나?
- 되게 털털하고 좋은 형이다. 실제로는 저보다 형이신데, 잘 챙겨주시고 함께 운동 이야기도 하면서 편하게 지냈다.
실제로는 형이지만 드라마에서는 형이었다
- 하하하. 연기하는 데 불편한 건 없었다. 다만 민호 형이 저를 형이라고 부르면 웃음이 나더라. 그래도 어느 정도 지나니까 익숙해져서 거리낌 없이 연기했다.
엔딩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처절하면서도 딱 치현이다운 엔딩이었는데
- 짠했다. 끝날 때까지도 이렇다는 게. 하지만 치현이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엔딩이었던 것 같다. 이제까지 보여준 치현을 단 한 장면으로 함축시킨 신인 것 같다.
이지훈의 필모그래피에 ‘푸른 바다의 전설’은 어떻게 남을 것 같나?
- 제게 이런 사나운 감정이 있다는 것을, 짠한 모습이 있다는 걸 알아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작품이었다. ‘학교2013’ 이후 가장 화제성 있었던 드라마였고, 덕분에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다음 작품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 2017년에는 소처럼 일해서 연말에는 꼭 상을 받고 싶다.
다음 인터뷰까지 꼭 이루고자 하는 점이 있다면? 혹은 제게 약속 한 가지를 하자면?
- 로맨스! 로맨스 작품을 꼭 찍고 돌아오겠다. 로맨스를 하지 못한다면 기자님과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 하하하. 다음 작품은 꼭 로맨스를 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