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DNA 채취 후 시신 유가족에 인계" 방침 고수
2017-02-21 18:35
파열음 커지는 北·말레이 외교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북한과 말레이시아 간 외교적 파열음이 극에 달하고 있다.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말레이 간 갈등이 어떤 국면을 맞을지도 관심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유가족의 DNA 채취를 통해 신원을 확정 짓고 시신을 유가족에게 인계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북한과 연일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는 말레이시아가 처음부터 북한에 대해 강경기조를 보였던 것은 아니다.
북한 정부의 공식 보이스 역할을 하는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의 행보는 말레이시아 당국은 물론 전세계 외교가를 아연실색하게 만들고 있다. 강 대사의 언행과 행보는 상대국 입장에서 법규나 외교관행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북한대사관은 지난 13일 김정남이 숨진 것으로 알려지자 부검에 반대하며 시신 인도를 요구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이를 거절하자 강 대사는 17일 즉각적으로 기자회견을 하면서 그 파열음은 시작됐다.
이 때문에 강 대사는 20일 말레이시아 외교부에 소환돼 항의와 함께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곧바로 기자회견을 또 열어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더 높였다.
그는 숨진 북한인(김정남)이 외교특권이 있는 외교여권 소지자로, 여권상 '김철'이라며 시신의 유가족 인도 원칙과 DNA 검사를 통한 신원 확인 등 현지 경찰의 사건 처리 방식에 대해 '외교관계에 대한 빈협약'과 국제법 위반까지 거론했다.
그러나 21일 우리 외교관은 강 대사의 이런 발언에 대해 "빈 협약을 비롯한 국제법적으로 강 대사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없다"며 "오히려 말레이시아 법규와 외교관행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한 국가에서 외국인이 사망하면 현지 경찰은 관행상 해당국 대사관에 통보한다. 외국인 체포·구금의 경우에는 해당 외국인이 원하면 대사관에 통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여권상 '김철'이라는 이름의 북한 국적자가 숨지자 북한대사관에 통보했다.
그러나 '김철'의 실제 이름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으로 알려지고 사망 직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의 폐쇄회로(CC) TV에 암살 정황이 포착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북한대사관의 반대에도 부검을 하고 북한 국적의 살해 용의자도 체포했다. 김정남 시신 인도는 유가족에게 우선권이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김정남의 신원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북한 측이 '김철'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유가족의 DNA 채취를 통해 신원을 확정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지난 19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 때 피해자의 이름을 김정남이 아닌 여권상의 김철로 명시한 것도 그런 이유다.
이런 가운데 김한솔이 말레이시아로 입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한과 말레이시아 간 김정남 시신을 두고 벌이는 외교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입장에서는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조작·결탁을 주장하고 자국의 사법권과 주권을 경시·무시하는 북한의 행보를 더이상 묵과하지 않고, 김한솔과 김정남의 DNA 결과가 나오는 즉시 추가 대응 조치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에서는 북한과의 무비자 협정 재검토 등 더욱 강경한 외교적 대응에 나설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