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권력 위협 요인 제거했지만…국제사회 대북압박 가속화 조짐
2017-02-20 16:09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백두혈통'의 장자이자 이복형인 김정남을 제거해 잠재적 권력 위협 요인 제거에는 성공했지만 대(對)북 제재라는 거센 부메랑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 암살 사건에 연루된 동남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와 테러 등이 공론화되고 반북 정서가 확산되면서 북한의 외교 고립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동남아 주요국은 북한과 외교적 대립 수준에 그치지 않고 북한의 파견 기관과 무역상에 대한 감시를 대폭 강화하는 등 대북 제재에 나설 경우 이들의 송금 활동도 차질을 빚을 개연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또 이번 사건으로 북한의 인권 문제가 재조명되면서 해외 노동자 송출 등 합법을 가장해 이뤄졌던 북한의 외화벌이에 대해서도 각국이 더욱 감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중국 상무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2321호 결의와 중국 대외무역법 등을 근거로 올해 12월 31일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19일 공지하면서 대북제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자국 정부가 올해 북한산 석탄 수입을 금지키로 한 조치가 앞으로 북한의 도발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진찬룽(金燦榮) 중국 인민(人民)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며 "미국은 협상 외에 정권교체, 내부 붕괴, 군사적 타격을 모두 상정하고 있지만 북한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중국은 군사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이런 중국에 대해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미국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거론 연구원은 중국의 조치가 "긍정적"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그 조치가 실제 북한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줄지는 다음 달에 중국이 2월 무역 통계를 발표한 뒤에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또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 요원들이 김정남 피살에 연루됐다는 증거가 나오더라도 "중국이 이를 북한 내정이며 개입 의사가 없다고 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유엔은 총회 결의를 통해 안보리가 북한 인권상황을 ICC에 회부하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중국 등 일부 상임이사국의 반대로 진전이 가로막힌 상황이다.
'북한 인권침해 책임규명을 위한 유엔 인권이사회 독립전문가그룹'은 최근 김정은 정권의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규명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임시 국제재판소' 설립 검토를 권고하는 보고서 초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기 위한 미국의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독일에 이어 루마니아와 영국을 잇달아 방문해 핵미사일 실험 도발과 김정남 암살에 대한 대북 제재 외교에 돌입하고 있다.
뮌헨안보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내달 초 유엔인권이사회 등을 계기로 "북한 인권 침해와 관련한 북한 정권의 책임성 문제 측면에서 (국제사회의) 새로운 조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테오도르 멜레스카누 루마니아 외교장관과의 양자 회담에서 북한의 최근 도발행위를 설명하고 대북 제재·압박을 위한 공조 방안 강화를 모색할 계획이다.
루마니아는 북한의 전통적 우방으로 꼽히는 동유럽국가 중 우리나라와 유일하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로, 북한이 유럽 내에서 상주공간을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