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하만 인수·갤S8 공개 등 일정 예정대로···장기 사업계획은 불안”
2017-02-19 08:32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사태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전장기업 하만(HARMAN) 인수에 사실상 성공, 글로벌 경영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다음달 말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8 출시 일정도 예정데로 이어간다.
다만, 3월 말 개최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안 안건이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이 부회장 경영공백으로 인한 미래 사업 구상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만, 압도적 찬성으로 합병안 승인
하만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를 통해 보통주 약 6988만주 중 약 4946만주의 주주(70.78%)가 참여, 찬성 4700만주(67%), 반대 210만주, 기권 43만주로 무리 없이 통과됐다. 삼성전자는 정부기관의 승인을 거쳐 늦어도 3분기까지는 인수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주총 전 일부 주주가 공개적으로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하만 경영진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내는 등 주총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또한 이 부회장이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돼 주주 여론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압도적인 표차로 합병안이 가결되어 삼성전자는 우려를 씻고 합병 작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합병 거래금은 총 80억 달러(한화 약 9조2000억원)로,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사례로는 최대 금액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한국의 반독점규제 당국의 승인이 남아있으나, 삼성은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관건은 반독점 규제로, 규제당국은 기업 간 M&A로 인해 특정 사업부문·제품에서 독점이 심화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때 합병을 승인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전자 업체이면서 전장부문에서는 ‘신생주자’이기 때문에 하만과 결합 시 독점 이슈에서는 자유롭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포테인먼트, 카오디오 등 전장사업 전문기업인 하만은 1956년 오디오 기업으로 출발해 1995년 독일의 베커 사가 인수하면서 전장부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2015회계연도(2015년 7월~2016년 6월) 매출은 69억1000만달러, 영업이익은 6억8000만달러에 이르며 매출의 65%는 전장사업에서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신설, 전장사업을 미래먹거리로 보고 투자해왔다. 하만은 인수 후에도 삼성전자의 자회사로서 현 경영진에 의해 운영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G5 통신, 디스플레이, IT 기술에 하만의 전장 사업 노하우, 고객 네트워크 등이 결합해 커넥티드 카 관련 전장 사업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갤S8, 다음달 29일 글로벌 출시
삼성전자의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8도 예정대로 출시한다.
오는 26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신제품 태블릿 PC 갤럭시탭S3를 선보이며 신제품 공백을 메우면서 갤럭시S8 티저 이미지갤S8 티저 이미지를 공개헤 분위기를 조성한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MWC에 참가해 글로벌 통신사 VIP들과 갤럭시S8 마케팅을 전개한다. 삼성전자는 3월 29일 유럽과 미국에서 동시에 갤S8을 공개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으로 촉발된 미국 가전제품 생산공장 건립 건도 계속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앨라배마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과 투자 인센티브, 입지 조건 등을 두고 교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주총 3월말 개최, 지주사 개편 언급 없을 듯
한편, 삼성전자는 3월말 정기주주총회 개최를 위해 복수의 날짜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규정상 주총 개최 2주 전까지 공지하면 되기 때문에, 최종 날짜는 이달 말 공개될 예정이다.
올해 주총의 초점은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진행결과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의뢰, 중립적인 입장에서 기업의 최적구조를 검토 중이다. ”검토에 최소 6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혀, 지주사 전환 검토를 처음으로 공식화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번 주총에서 중간 검토 결과를 발표하고, 지주사 전환을 위한 선결 요건인 인적분할을 위한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특검 수사의 여파로 이번 주총 안건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당시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경험을 가진 이사를 1명 이상 추천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결과도 이번에는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적합한 인물을 추천하기 위해 후보군을 접촉해온 것으로 전해졌으마 현시점에서 새 인물의 등판은 양측에 모두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뜻에 따른 것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에 따른 삼성전자의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구속 상태이지만 유죄 판결을 받은 게 아니므로 등기이사직은 유지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특검 수사와 사업의 관련성에 대한 질문에 “장기적 차원에서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글로벌 단위로 움직이는 사업구조이기 때문에 이미 공개된 경영일정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 검토 중인 M&A를 성사시키고 해외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이 부회장이 해왔던 역할, 미래사업 발굴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