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하만 인수 마지막 문턱은 ‘당국 승인’

2017-02-18 19:45

삼성 딜라이트 삼성전자 사옥. [사진=유대길 기자]


아주경제 유진희 기자 = 삼성전자의 세계 최대의 전장기업 하만 인수가 ‘9부 능선’을 넘으면서 마지막 문턱으로 여겨지는 ‘당국 승인 여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만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스탬포드시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삼성전자와의 80억 달러(약 9조2천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합병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의 합병안이 하만 주총에서 통과됐지만 아직 100% 안심할 수 없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 국가 반독점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는 과정이 남았기 때문이다.

EU와 중국은 하만 제품이 주로 판매되는 고객사 시장이기 때문에 반독점규제를 따질 수 있다. 반독점규제는 기업 간 M&A로 특정 사업부문·제품에서 독점이 심화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때 내려지는 조치다.

미국 통신업계 메이저 AT&T가 T모바일을 인수하려는 구상이 반독점규제로 조기 차단됐고, 일렉트로룩스가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하려다 반독점 당국의 제동에 걸려 무산된 적이 있다.

게다가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대형 M&A(인수합병)에 반대입장을 견지해왔던 만큼 이번 사안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다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하만의 결합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D램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사를 인수한다면 당연히 독점 논란이 불거지겠지만, '신생 분야'인 자동차 전장에서는 자유롭다는 것이다.

만약 당국 정부의 승인도 무사히 받게 되면 하만은 삼성전자의 자회사로서 현 경영진에 의해 운영된다. 삼성전자는 전장사업팀을 중심으로 하만 경영진과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까지는 인수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신설, 전장사업을 미래먹거리로 보고 투자해왔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일정은 순항을 해오다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위기를 맞은 바 있다.

하만의 주주 여론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애초 일부 주주가 공개적으로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하만 경영진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내는 등 주총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었다.

다행히도 지난 17일 하만의 주총에서 삼성전자와 합병 건은 무리 없이 통과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한 내용을 보면 주총에는 보통주 약 6천988만주 중 약 4천946만의 주주(70.78%)가 참여했다. 찬성 4천700만주(67%), 반대 210만주, 기권 43만주로 가결됐다.

* 하만은?
인포테인먼트, 카오디오 등 전장사업 전문기업이다. 1956년 오디오 기업으로 출발해 1995년 독일의 베커 사가 인수하면서 전장부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2015년 매출은 69억1천 달러, 영업이익은 6억8천 달러에 이르며 매출의 65%는 전장사업에서 얻고 있다. 전장사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9%에 이른다. 2025년에는 1천29억 달러로 스마트카 전장 시장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