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한강의 기적을 넘어 드니프로강의 기적으로

2017-02-09 16:39

이양구 주우크라이나 대사[사진=외교부]

2017년은 한국-우크라이나 수교 25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25년을 되돌아보고, 향후 25년을 구상해 보는 시점에서 시대인식, 역사인식 그리고 소명의식을 갖고서 양국관계를 조명해 본다.

우크라이나는 유라시아 대륙의 진출 거점이라는 지정학적 요건을 갖추고 있다. 생산과 수출의 전진기지로 삼아 유라시아 지역과 더 나아가 글로벌 진출을 도모해 볼 수 있다. 양국의 향후 25년 비전은 두 나라만의 성장을 넘어 전 유라시아 대륙의 번영, 통합,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7대 우주산업 대국이자 8대 항공산업 대국이며, IT 산업은 세계 3위에 이르는 아웃소싱 전문인력을 갖고 있다. 세계 3대 농업대국으로서 현재 연간 6천만 톤 곡물을 생산하고 있고, 향후 8천만 톤 이상의 곡물도 생산할 여력이 있다. 또한 유럽 3대 셰일가스 보유국이고, 티타늄은 세계 매장량의 25%, 망간은 20%를 보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역사상 큰 분기점이 되었다. 뼈아픈 대가도 치렀으나 값진 교훈과 경험도 얻었다. 국가발전 노선을 정하고 전방위적 개혁,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 정체성도 다지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 끝에 2015년 –10%였던 경제성장률을 2016년에는 1.3%까지 회복시키는 등 제2의 국가 건설을 이룩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자연히 한국을 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중시하고 있다. 분단 상황 속에서 이룩한 국가발전을 경이적이라고 말한다. 우크라이나 국가발전에 필요한 산업, 기술, 경험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한국과의 협력이 우크라이나에 성공을 가져 온다면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지난 25년간 양국관계는 꾸준히 발전해 왔다. 우크라이나 삼성 R&D 센터에는 600여명의 IT 고급 인력들이 근무하고 있다. 현대로템의 전동차가 주요 도시를 운행하고 있다. 포스코 대우는 곡물 메이저 기업으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원전, 태양광, 전동차, 곡물터미널, 교통 카드, 그린 하우스, 쓰레기 재처리, 금융, 병원, 온라인 비즈니스, 지역난방 등에서 상호 협력이 거론되고 있다.

양국관계는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의 방송국에서 한류 드라마를 리메이크하여 자체 드라마로 제작, 방영하여 인기를 얻고 있다. 2만여 명의 태권도 인구와 3만5천여 명의 고려인도 한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사이버 외교단 ‘반크’와 협업하여 우크라이나 내 디지털 공공외교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양국 협력은 유라시아 지역과 글로벌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 양국 협력을 통한 동반 성장과 번영은 유라시아 지역은 물론 글로벌 안정, 번영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비전이 실현된다면 라인강, 한강에 이어 드니프로강의 기적이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다.

양국의 비전을 시각화 해본다. 한국의 판교 테크노 밸리를 교육과 기술의 도시인 하리코프시에 옮겨 놓는다. 송도 특구를 항만 도시인 오뎃사에 적용해 제2의 로테르담을 만든다. 메디칼 클러스터를 의료산업 도시인 르비프에 적용해 역내 메디컬 허브로 키울 수 있다. 여의도를 키예프 하이드로 파크섬에 적용해 아름다운 섬으로 개발할 수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를 발전시켜 CIS판 알리바바 구축이 가능하다. 대규모 태양광, 풍력발전 등 유럽 최대의 대체에너지 허브도 구축할 수 있다. 양국이 달 탐사도 함께 추진해 볼 수 있다. 양국 간 직항로가 개설되고 경협도 활성화되면 우크라이나 내 한국인 규모는 10만 명 이상으로 커지게 된다.

우리는 글로벌 진출 전략을 대범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을 찾게 하는 inbound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가발전 경험을 총체적으로 수출하는 outbound 전략으로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생산과 수출의 전진기지로서 유라시아 대륙의 거점지역이 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

우크라이나 진출은 시급한 과제다. 우크라이나는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 한국이 화답할 차례다. 양국이 수교 25주년을 맞이하는 2017년이 새로운 25년을 여는 역사적 원년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