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강제적 기업지배구조 개선 부작용 우려" 국회에 의견 전달
2017-02-08 17:04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입법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도둑 잡으려 야간통행을 전면금지하는 격으로 상법상 사전규제만 강화하면 실효성은 낮고 부작용만 우려됩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담은 상의 리포트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대한상의는 상의 리포트를 8~9일 양일간 국회를 방문해 각 당에 전달하고,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건의할 예정이다.
대한상의는 상의 리포트를 통해 ‘일부 기업들이 상장사를 개인회사처럼 운영하거나, 분식회계와 편법상속, 회사기회 유용 등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점은 극복돼야 할 구시대적 관행인 만큼 경제계도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입법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상법 개정안 중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근로자대표 등 추천자 사외이사 의무선임 △다중대표소송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처분규제 부활 등 6개 항목은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등 문제가 많은 만큼 무엇이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인지에 대한 보다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개정안대로 입법될 경우 △시장경제의 기본원칙 훼손 우려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나라가 될 우려 △해외투기자본에 의해 악용될 소지 △모험투자와 혁신 등 기업가정신 발휘에 악영향 △정책(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자사주 활용)을 믿고 따르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상의는 특히 “개정안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강력한 규제들,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조항들을 다수 담고 있다”면서 “이대로 입법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나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의에 따르면 시장의 꽃이라는 ‘주식’제도는 1주1의결권 원칙이 생명이다. 주주 의결권 행사 방법과 이사회 멤버 구성까지 규제하는 선진국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감사위원을 분리선임하는 나라도,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나라도 전무하며,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곳은 러시아, 칠레, 멕시코 등 3개국뿐이다.
상의는 “현행 기업지배구조 관련제도는 이미 선진국 수준인 만큼 제도를 계속 강화한다고 하여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일인 만큼 제도강화로 추구할 것과 시장 감시로 할 것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선진국에서 기업지배구조가 정착된 비결은 규제가 아니라 기관투자가의 감시역할이었다”면서 “지난해 말 우리나라도 기관투자자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가 도입된 만큼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상의는 “기관투자자들의 시장감시역할이 활성화되면 주총에서 의혹이 있는 안건들마저 일사천리로 통과되는 풍경은 사라질 것”이라면서, “상장기업들도 주주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기관투자자들과 더 많이 소통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후진국에서는 규제를 옥상옥식으로 아무리 쌓아도 잘 작동되지 않는 반면 선진국에서는 규제 대신 시장참여주체들의 자율규범에 의해 최선의 관행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면서 ”우리도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을 감시하고,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기업도 이에 따를 수밖에 없고,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한 주요이슈들도 하나씩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경제계도 우리 기업들이 잘못된 관행을 극복하고,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위해 자발적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신뢰 회복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