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동영상]식당 팔고 인근에 또 같은 업소를 차린다면?
2017-02-08 14:44
영업을 양도한 경우 다른 약정 없으면 10년간 동일 지역서 동종영업 못 해
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 2012년 서울 종로구에서 권리금 2억9000만원에 참치 전문점을 양도받은 A씨는 이듬해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가게를 넘겨주고 간 전 주인 B씨가 가게로부터 약 100m 떨어진 자신 소유의 한식집에서 참치회를 팔기 시작하고 기존 손님들을 유치한 것. 이에 A씨는 B씨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조건으로 동종의 메뉴를 취급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지켜지지 않아 2016년 뒤늦게 경업금지가처분 소송을 진행 중이다. A씨는 소송을 준비하는 중 B씨가 예전에 남대문과 을지로 부근에서 각각 같은 방식으로 참치 전문점을 3억원 씩 권리금을 받고 팔았다는 사실을 알고 자영업자의 올바른 환경 조성을 위해서라도 이와 같은 행태가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의 사례처럼 영업권을 양도하면서 권리금까지 받은 양도인이 비슷한 지역과 똑같은 업종의 개업을 하고 기존 단골 손님을 뺏어가는 편법을 규제할 수 있는 법은 없을까. 상법 제41조 제1항에는 '영업을 양도한 경우에 다른 약정이 없으면 양도인은 10년간 동일한 특별시, 광역시, 시·군과 인접 특별시, 광역시·군에서 동종영업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업 양도인이 영업을 양도하고도 동종 영업을 하면 영업양수인의 이익이 침해되므로 상법은 영업양수인을 보호하기 위해 영업양도인의 경업금지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 같은 지역이나 상가건물 내에서 동종 영업을 하는 사업장이 여러 개 존재한다면 영업수익이 감소될 것은 당연한 일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4년 2월부터 수원 장안구에 식당을 운영하는 C씨는 장사가 잘되자 같은해 6월 D씨에게 권리금 1400만원을 받고 해당 식당을 팔았다. 그러나 C씨는 D씨에게 식당을 판 지 2개월 만에 자신이 운영하던 식당에서 약 55m 떨어진 곳에다 동생 명의로 식당을 다시 차리고 전에 팔던 메뉴를 팔기 시작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음식점 시설 일체를 양수받고, 임차인 지위도 이전받았으며, 피고가 판매하던 메뉴와 동일·유사한 메뉴를 판매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원고와 피고의 행위는 상법 상 영업양도에 해당한다"며 "피고는 상법에 따라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D씨의 손을 들어줬다.
경업금지 업종의 범위는 반드시 동일한 영업뿐만 아니라 경쟁관계를 유발하는 영업이나 대체관계에 있는 영업까지 포함된다. 예를 들어 하급심 판결에서는 입시영어학원과 영어교습소를 동종영업으로 해석된다.
강영진 건율법무법인 변호사는 "권리금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서도 문제가 된다"면서 "영업장을 양도·양수하는 경우 경업금지 약정을 넣을 것을 충분히 고려해야 차후 분쟁을 예방하는 데 좋다"고 말했다.
◇ 경업금지(競業禁止): 특수 관계에 있는 사람이 그것과 경쟁적인 성질을 가지는 영업 행위를 금지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