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농협 회장 "행복한 농업·농촌 구현에 사활 건다"
2017-02-07 14:13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은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농협의 개혁은 작은 변화부터 시작된다"며 "올해도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이라는 비전으로 전력 질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1978년 농협에 첫 발을 들여 조합장, 계열사 사장 등 40여년간 농업계에 몸담았다. 이 과정에서 '농업인을 위한 농협, 농업인이 행복한 농촌'을 만들자는 꿈과 목표를 세웠다.
그는 이를 이루기 위해 지난해 3월 농협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가 농업인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집중했다.
회장 취임 후 1년여간 ▲사료가격 연 6% ▲비료가격 17% ▲농약 7.6% ▲영농자금 대출금리 1%p를 각각 인하해 농업인들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을 했다.
농협 내부의 잘못된 관행 철폐와 함께 해외사무소 폐지, 홍보·교육부서 통합 등 농협개혁을 통한 조직 슬림화 작업도 진행했다.
인력효율화와 경영비 절감 등 조직슬림화로 얻은 이익은 농업인에게 곧장 환원하고 있다. 일례로 남해화학 본사를 공장이 있는 여수로 이전하면서 생산성은 높아지고, 관리비용과 비료가격은 줄었다.
이어 농업인의 생산비용도 경감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졌다. 이에 힘입어 농협홍삼과 농협케미컬 등도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 농업인 혜택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쌀값 하락과 조류인플루엔자(AI)·구제역 등 가축질병 발생으로 농업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같은 위기에 농협이 대응해 농업·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쌀값 하락, 가축질병에 대한 대응책?
"쌀은 우리 5000만 민족의 혼이자 생명의 끈이다. 농업인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문제로 국민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현재 쌀값은 20kg 기준 약 3만2000원이다. 이는 20년 전 3만2925원보다 가격이 더 떨어진 것으로, 농업인의 애환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농협은 전체 생산량의 43%인 180만t의 쌀을 매입하고, 수매자금도 1조6000억원을 지원했다. 이는 사상 최대 물량과 자금을 지원한 역사로 남았다.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생산조절과 소비촉진 두 가지 측면에서 고민하고 있다. 먼저 쌀의 공급과잉구조 해소를 위해 생산을 조절해야 한다.
논에 콩이나 사료작물 등 다른 작물을 재배해 쌀 공급량 조절하고, 조사료 수입량 100만t을 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농협은 조사료 시범단지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또 쌀 소비촉진을 위한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1인당 쌀 소비량은 현재 62.5kg인데, 이를 70kg까지 늘려야 한다.
건설 중인 쌀과자 공장과 쌀가루 공장 등을 조기 완공해 쌀 가공식품 생산 등 다각적인 소비 활성화 대책도 추진 중이다.
우리 국민의 1인당 연간 밀가루 소비량이 32kg인데, 이 중 50%만 쌀로 대체해도 연 80만t의 쌀수요가 생긴다. 남는 쌀의 가공·사료·주정용 활용과 수출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AI와 구제역으로 피해를 본 축산농가를 위해 농협의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발생한 AI로 3300만 여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며, 가금류 농가들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농협은 8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방역기와 농약살포기, 무인헬기까지 모든 장비와 자원을 방역에 투입하기로 했다.
최근 AI가 종료되기도 전에 충북, 전북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축질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농협은 고위 임원진을 중심으로 방역대책 본부를 운영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가축질병이 발생하는 경로 등을 데이터화해 체계적이고 상시적인 방역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농협의 새로운 비전과 100대 혁신 과제는?
"농협의 주인은 '농업인 조합원'이다. 농협은 농업인 조합원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조합원 입장에서 잘못됐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분명히 개선돼야 한다.
이런 취지로 지난해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이라는 비전과 100대 혁신과제를 만들었다.
농협 10만 임직원의 가슴에 '농업인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임직원은 이념중앙교육원에서 전문 교수진에게 한단계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있다.
비전과 100대 혁신 과제에는 3백만 농업인 모두가 잘 살고 행복할 수 있도록 농가소득 5000만원을 달성을 통해 활짝웃는 농업인을 제시한 게 특징이다.
창조농업지원센터를 열고, 농업기술 교류와 6차 산업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해 농가소득을 높일 계획이다.
또 5000만 국민 모두가 농업·농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가꿔 나갈 수 있도록 '함께하는 국민'을 주창했다.
도농협동연수원과 농민신문을 우리 농업·농촌의 가치 전파를 위한 메신저로 활용해 도농협동의 국민적 분위기를 확산하고 있다.
특히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운동을 범국민 운동으로 확산해 농촌마을 활력화에도 앞장 서고 있다.
강도높은 혁신으로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을 만들기 위해 취임 당시, 마음 그대로 4년을 8년처럼 일하겠다."
◆농가소득 5000만원 실현을 위한 방법은?
"농가소득은 농업소득과 농외소득, 그리고 이전소득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농업소득과 농외소득 증진에 집중할 방침이다.
우선 농업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가의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농가 수취가격을 높여 나가야 한다. 생산비 절감을 위해서는 자재회사의 경영효율화와 계통구매를 확대해 자재가격을 낮출 예정이다.
또 농작업대행, 직파재배와 같은 신기술을 널리 확산한다. 농작업 대행면적은 지난해 108만ha에서 2020년까지 116만ha로 늘리기로 했다. 직파재배 맞춤형 직영자금은 지난해 516억원에서 올해 1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농가 수취가격 제고를 위해서는 ▲스마트팜·6차산업 활성화를 통한 농산물 가치 확산 ▲산지 연합사업 강화 ▲도매사업 확대 ▲정가수의 물량 증대에 노력할 계획이다.
농외소득을 높이기 위해 농업 휴식기에 농공단지 등을 통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최근 농협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농가 태양광보급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농협에서 자금과 자재를 지원해 영업용으로 팔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의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 비전 선포식'을 올해내 열겠다."
◆올해 농협의 중점 운영방향은?
"농협의 당면과제는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여는 것과 농축협 균형 성장이다.
현재 농가소득은 3700만원 정도로 도시근로자 소득의 60%에 불과하다. 농업소득은 20년째 1100만원 수준에 그쳐 안타까울 따름이다.
도농 불균형을 해소하고, 농촌지역 삶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안정적 소득수준은 필수적인 요소다.
지난해 농가소득을 높이기 위해 전 조직이 발굴한 과제를 바탕으로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 비전을 선포했다.
또 농가소득지원부, 창조농업지원센터 등 농협의 역량을 결집해 6차산업 활성화와 농외소득 증진에도 노력할 계획이다.
농축협 균형발전은 우리 농협의 상생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농협은 올해 회원경영컨설팅부를 확대 개편하고, 연간 200개 농축협에 대해 종합컨설팅을 실시할 방침이다.
농축협별 역점사업을 발굴해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농가소득을 높이는 기회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앞으로 농협 모든 조직의 업무가 농가소득 창출과 농축협 균형발전과 연계될 수 있도록 범 농협 차원에서 추진하겠다."
◆이념교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협동조합에 있어 이념교육은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협동조합 7대 원칙처럼 '조직을 이끌어 가는 중요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협동조합 조직을 성장·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조합원 교육과 더불어 임직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고리채 해소 등 많은 성과에도 농협이 농업인과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협동조합 이념과 농심(農心)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취임과 동시에 이념중앙교육원을 설립하고 전문과정을 개설하여 9개 기수, 1400명을 교육했다.
최근 직원들 입에서 '농업·농촌'이야기가 저절로 나오고 있다. 외부에서도 농협 직원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들린다.
올해도 임직원 교육을 통해 협동조합 이념을 확산해 농축협 균형 발전에 기여하겠다.
또 이념중앙교육원뿐 아니라, 다른 교육원을 활용해 이념교육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협동조합 전문가 과정을 신설해 조합원에 대한 현장교육 전담 직원을 양성하고, 퇴직자 중 우수자를 선발해 농축협 순회강사로 운영하는 등 조합원 교육도 강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계열사를 포함해 10만 임직원이 이념·직무교육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사각지대 없는 교육환경을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