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고금리의 끝은 '제2카드 대란'
2017-02-02 15:57
아주경제 전운 기자 = 카드사들에게 신용판매는 핵심 사업 분야다. 1990년 5조3231억원이었던 국내 연간 신용판매 규모는 2015년 771조2119억원으로 150배 이상 신장했다. 사실상 모든 거래가 신용카드로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국내 경제에서 신용카드 산업이 차지하는 역할은 크다. 신용카드사들의 본업인 신용판매는 사실상 국내 실물경제를 움직이는 근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신용판매를 기반으로 카드사들은 수십년동안 꾸준히 성장해왔다. 전체 카드사업 수익 중 신용판매 수익은 60~70%에 달할 정도로 카드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한때 5%에 육박하던 가맹점 수수료율은 끝없이 떨어져 1% 미만(영세가맹점)이고, 어느 나라에도 없는 결제대행 시스템으로 인해 밴수수료로 연간 1조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고 있다.
신용판매로는 카드사들이 더 이상 돈을 벌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카드업계는 신용판매에서 카드사가 얻을 수 있는 마진은 1%에도 못미친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결국 신용판매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저실적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카드사들은 달콤한 고금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대출 장사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사들의 대출 수익은 2008년 2조2908억1600만원에서 2015년 5조4291억200만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카드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4.33%에서 28.22%로 4%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특히 현금서비스 이용이 많았던 2011년과 2012년은 30%를 넘어서기도 했다.
1990년대 현금서비스만을 운영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카드론, 리볼빙 등 상품을 다양화하며 대출사업을 넓히고 있다.
1금융권 문턱을 넘지 못한 고객들에게 20% 안팎의 고금리 카드론을 제공하고,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법정 최고 금리의 현금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을 확대하고 있다. 신용판매에서 하락한 수익을 대출에서 거둬들여 겨우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출 장사가 카드사들에게 얼마나 득이 될지는 알수가 없다. 지금 당장 어려운 형편때문에 대출 장사에 기대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리스크 요인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중채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중고금리 상품 취급으로 위험 요소가 점점 커지는 경영구조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으로 카드채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정치권에서 카드론의 고금리 등을 문제 삼으며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카드사들이 받는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02년 카드대란이 일어났던 것도 무분별한 현금서비스 제공으로 속칭 '돌려막기'가 난무, 고객은 물론 카드업계까지도 벼랑으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지금의 열악한 환경을 회피하기 위해 또다시 대출사업에 ‘올인’ 했다가는 ‘제2의 카드대란’도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같은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 신용판매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일 것이다.
지금 카드업계는 신용판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IC 단말기 확대, 정률제 전환,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 등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들은 아직까지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내홍으로 표류하고 있는 사업들을 확실한 궤도에 올리고, 신용판매 수익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또 신사업을 통한 다양한 수익 창출에도 나서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지금의 배고픔을 벗어나기 위해 대출 사업에 기대다가는, 고금리 장사로 기대했던 ‘대박’이 아닌 ‘쪽박’을 찰 수 있음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