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새해 '판화'로 만나는 세계의 닭

2017-01-30 13:00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오는 3월 31일까지 특별전 개최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오는 3월 31일까지 특별전 '판화로 보는 세계의 닭'을 개최한다. 사진은 '세화 –대길대리(大吉大利)' [사진=고판화박물관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정유년(丁酉年) 새해 세계 각국의 '닭'을 판화로 만날 수 있는 이색적인 전시회가 열린다.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은 문화재청 생생문화재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3월 31일까지 특별전 '새벽을 알리는 희망의 전령사 - 세계의 닭 판화'를 개최한다. 

닭은 나라별로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주로 '새벽을 알리는 희망의 전령사' '출세와 부귀'(수탉), '다산과 풍요'(암탉) 등을 상징하는 동물로 인식돼 왔다. 

우리나라 민간에서는 정월초하루 호랑이와 닭 그림으로 액을 물리치고, 정월보름날 새벽에 우는 닭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풍년이 든다고 전해져 왔다. 
닭 세화를 판화로 찍거나 그려 대문에 부치고, 부적을 만들어 몸에 지니고 다니는 등의 풍습은 악을 막고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긴 행위였던 셈이다. 
 

세화(십이지신과 금계찬사부) 목판 [사진=고판화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의 세화 목판화, 민화, 석판화, 탁본 등을 비롯해 한국·중국·일본 목판본과 목판 년화, 부적류, 우키요에 그리고 피카소·샤갈의 석판화 작품 등 7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중국 명나라 때 만들어진 신선들의 이야기 '열선전전'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엔 닭과 관련이 있는 신선인 '축계옹'이 삽화로 등장하는데, 축계옹은 자신이 기르던 1000여 마리의 닭에 일일이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닭 사랑'이 남달랐다고 전해진다. 그가 닭의 이름을 부르면 그 닭이 즉시 달려왔을 정도였다. 

중국 년화 가운데 '입춘대길 금은만당'이란 글귀가 적혀 있는 년화도 눈길을 끈다. 붉은 닭이 금과 은이 주렁주렁 달린 돈나무를 짊어지고 집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원래 흑백이던 년화 위에 붓으로 색깔을 입히고 글씨를 써 넣은 것으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것처럼 집안에 풍요로움이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 반영돼 있다. 
 

피카소의 '수탉' 석판화(왼쪽)와 샤갈의 '노란 꽃송이와 닭' 석판화 [사진=고판화박물관 제공]


닭은 예술창작을 다채롭게 하는 소재로도 사용돼 왔다. 전시에서는 오색 수탉의 육필민화와 화조도, 닭 민화, 다색 목판화 등을 만날 수 있으며 일본의 유명 우키요에(에도시대 유행했던 판화) 작가인 우타마로의 '백천조' 다색판화, 일본 최고의 화가로 칭송받은 호코사이의 '군계도' 다색판화도 직접 볼 수 있다. 피카소의 '수탉', 샤갈의 '노란 꽃다발과 닭' 석판화 등을 동양의 닭 그림과 비교·관람하는 것도 묘미다. 

이 밖에 닭이 '개자원화보' 등 소위 미술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화보류 속에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과 '부모은중경' 등 백과사전류에 삽화, 문양 등으로 표현된 것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한선학 관장은 "밤의 어둠을 몰아내고 새벽을 알리는 닭의 정신을 본받아 우리나라에 닥친 환란을 슬기롭게 극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료를 모았다"며 "전시 기간 닭 판화와 함께하는 템플스테이, '찾아가는 이동판화' 등 다양한 전통판화교육이 이루어지는 만큼 가족 단위 관람객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