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영상톡]"동학태극기 십대제왕 안중근의거,세계 첫 공개 판화 3점"..원주 고판화박물관
2018-08-17 06:52
-'판화로 보는- 근대 한국의 사건과 풍경' 전
-원주 치악산명주사 고판화박물관서 8월18일~9월23일 전시
-한선학 고판화박물관 관장 "광복과 남북분단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
-원주 치악산명주사 고판화박물관서 8월18일~9월23일 전시
-한선학 고판화박물관 관장 "광복과 남북분단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
비 오는 강화도 앞바다에서 일본의 운요호가 포격하는 장면(1976 강화도조약), 명성황후가 궁녀의 옷으로 변장하고 궁궐을 탈출하는 장면(1882 임오군란), 개화파 김옥균이 중국에서 암살당하는 장면(1894 김옥균 암살),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하얼빈에서 저격하는 장면(1909 이토히로부미 저격) 등 학창 시절 지겹도록 연도를 외웠던 한국 근대사 사건을 시대순으로 조망한 판화 작품전이 열린다. 작품전을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국사책 한 권 읽는 것보다 강렬하게 머리에 남을 듯하다.
여기에 더불어 금강산을 비롯해 평양의 은밀대, 목단대, 개성의 옛 모습을 담은 판화 작품도 같이 소개돼 말로만 듣던 북녘의 아름다운 모습도 볼 수 있다.
특히 동학농민운동 때 사용했던 '동학 태극기 목판', 대한제국 건국 당시 세계 10명의 황제를 모아 그린 '세계십대제왕어존영', 일본의 입장에서 안중근 의사의 저격 장면을 그린 '이토공 조난지도(伊藤公 遭難之圖)' 등이 세계 처음으로 공개된다.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치악산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이 개관 15주년을 맞아 8월 18일부터 9월 23일 까지 '판화로 보는-근대 한국의 사건과 풍경' 전을 연다.
문화재청 생생문화재 사업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근대 한국의 사건을 모은 1부와 근대 한국의 풍경을 모은 2부로 구성되고, 소장품을 중심으로 60여 점의 판화가 전시된다.
판화의 종류는 목판에 양각이나 음각을 하는 목판화와 석판에 그림을 그려 찍어내는 석판화, 구멍을 뚫어 물감을 통과시키는 공판화 등이다.
한선학 치악산명주사 주지 겸 치악산명주사 고판화박물관 관장은 14일 서울 인사동 모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근대 한국의 역사적인 사건을 기록한 판화를 중심으로 광복에 대한 정신을 다시 새겨보는 취지"라며 "곧 남북 이산가족이 상봉하는데 금강산을 비롯해 북녘의 아름다운 산하를 표현했던 작품들과 남한의 명승고적을 표현한 작품으로 남북분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886년 강화도조약으로 시작한다. '명치태평기(일본 1886년 발행)'라는 책 속에 강화도조약 관련 판화가 실려 있다. 비 오는 강화도 앞바다에서 일본의 운요호가 강화도를 포격하고 있다.
조선 수신사의 일본 방문(1881) 또한 '명치태평기'에 나온다. 조선 통신사 때와 같이 환영하는 인파가 몰려있는 것이 이채롭다.
갑신정변(1884)을 다른 석판화에서는 김옥균·박영효·서광범·홍영식·서재필 등 당시의 개화당 주역들이 모여 자주독립과 자주근대화를 외치고 있다.
김옥균 암살(1894)을 다룬 일본 우키요에의 채색 목판화, 동학혁명(1894) 당시 전투를 다룬 석판화도 전시된다.
경복궁점령사건(1894)을 다룬 판화에서는 흥선대원군이 일본 오토리공사 함께 입성하는 장면이 재밌게 표현돼 있다.
이밖에 청일전쟁 아산전투(1894), 을사늑약(1905) 이후 자결한 민충정공(민영환)을 기리는 혈죽도(1906), 면암 최익현의 전라도 태인 의병 봉기(1906), 남대문 전투(1907) 등을 다룬 판화 작품도 전시된다.
▶세계 최초로 전시하는 판화 3점
'동학 태극기 목판', '세계십대제왕어존영', '이토공 조난지도(伊藤公 遭難之圖)' 등의 판화가 세계 처음으로 공개된다.
괴목으로 만들어진 가로 48cm, 세로 35cm의 동학 태극기 목판의 앞면에는 '보국안민(輔國安民)'이라는 동학의 주장이 쓰여 있고 뒷면에는 '양호도찰(兩湖都察) 오지영(吳知泳)'이라고 양각돼 있다.
오지영은 충청도와 전라도의 도찰이라는 직책을 받은 동학의 지도자로 남접과 북접간의 대립과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지영의 서명이 작품 뒷면에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그와 관련된 목판화로 여겨진다.
'세계십대제왕어존영'은 1897년 대한제국 출범 당시 전 세계를 대표하는 10명의 황제를 묘사한 작품이다. 일본 작가의 작품으로 일본의 시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일왕과 러시아 황제가 맨 앞줄 중앙에 서 있고 우리나라 고종과 청나라 황제는 뒤편 구석에 배치됐다.
'이토공 조난지도(伊藤公 遭難之圖)'는 안중근 의사의 이토히로부미 저격(1909년 10월 26일)을 다룬 석판화이다.
이 작품은 신문에 난 것이 아니라 판매용으로 만든 감상용까지 겸한 보도 판화이다.
일본인의 관점에서 제작된 것으로 안중근 의사는 흉한으로 묘사됐고, 이토히로부미는 총에 맞았지만 당당한 모습이다.
작품은 총에 맞은 이토히로부미, 안중근 의사가 러시아 장교에 의해 제압당하는 모습, 땅에 떨어진 총과 탄피, 그리고 탄피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 등 기존에 없던 세밀한 묘사가 돋보인다.
한선학 관장은 "안중근 의사의 저항정신이 잘 묘사돼 있다" 며 "광복이 2차 세계대전의 결과물로만 얻어진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저항했던 선조들의 투철한 애국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는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부 '판화로 보는 근대 한국의 풍경'
2부는 근대에 외국인들이 오가면서 한국 남과 북의 유명한 관광지를 자유롭게 표현한 판화들이 전시된다.
금강산 4대 사찰인 유점사, 장안사, 표훈사, 신계사를 중심으로 금강산 일만이천봉을 목판에 새겨 찍은 '금강산 사대사찰도'를 만나 볼 수 있다.
한국 목판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특히 유점사 부분은 자세히 묘사돼있다.
'금강산 10폭 병풍 다색 석판화'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보기 드문 금강산 관련 10폭 석판화 작품으로 총석정과 보덕굴의 장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금강산 입구 목판화'는 'SHIN(신)'이라는 사인 때문에 한국인 작가가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아직 작가가 밝혀지지 않았다.
만약 한국 판화라고 결론지어진다면 우리나라 근대 판화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주목받아야 할 작품이다.
한국 미술에 많은 영향을 준 일본의 서양화가 석정백정의 작품도 눈에 띈다. '금강산 만물상 목판화'와 '대동강 목판화', '인천항 목판화' 등의 석정백정 작품이 전시됐다.
경성 미트코시백화점(현 신세계)에서 선물용으로 만든 가와세 하스이의 엽서용 판화도 흥미롭다.
이번 전시에서는 금강산 만폭동 목판화, 조선 개성 목판화, 평양을밀대 목판화, 경성 향원정 목판화가 관람객을 맞는다.
도쿄미술대 최초 목판화 교수인 히라쯔카 운이치로의 '평양 목단대', '남대문'도 전시됐다.
고판화박물관 측은 전시 유물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시 기간에 1박 2일 과정의 문화형 템플스테이 '전문가와 가족을 위한 숲속 판화여행' , '다문화 가정을 위한 숲속 판화여행' 등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