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700명 인력이 갤 노트7 20만대·배터리 3만대 조사···‘배터리 결함’ 결론

2017-01-23 16:32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 노트7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갤럭시 노트7 소손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지난 수개월간 저희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원점에서부터 전방위적인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 노트7 소손 원인 발표회에서 사고원인이 배터리 자체 불량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면서 이 말을 수 차례 반복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개월간 원인 조사에 7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20만대의 갤럭시 노트7 기기와 별도 배터리 3만대를 시험했다. 미국 UL과 익스포넌트, 독일의 TÜV 라인란드 등 국외 검증기관 3곳도 조사에 참여했다. 내부 분석은 지난해 11월에 나왔고, 전문기관 평가는 이달 첫째주(10일경) 마무리 되어 두 결과를 분석해 본 결과 ‘배터리 결함’이라는 공통된 원인을 도출했다.

◆같은 소손, 다른 원인
갤럭시 노트7에 탑재된 리튬 이온 배터리는 양극판과 음극판, 둘 사이의 분리막이 두루마리 형태의 일명 ‘젤리롤’로 말려 있고 이게 다시 파우치 안에 들어 있는 구조로 이뤄졌다. 배터리 단락 현상은 젤리를 안의 분리막이 손상되어 음극과 양극판이 만나게 되었을 때 발생한다.

고 사장은 “갤럭시 노트7에 채용된 두 종류의 배터리에서 각기 다른 원인으로 소손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에 삼성SDI와 중국 ATL 배터리를 사용했으나 발표회에서는 특정 협력업체 실명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대신 ‘1차 리콜의 원인이 된 A배터리’와 ‘2차 리콜을 유발한 B배터리’라는 식으로, A배터리는 삼성SDI, B배터리는 ATL 배터리임을 암시했다.

삼성전자와 국외 검증기관이 문제가 발생된 배터리를 정밀 분석한 결과, A배터리는 젤리롤 우측 상단에 음극판 눌림 현상이 발생했다. 또한 두루마리 형태로 휘어지는 부분에서 음극 끝단은 평면부에 자리 잡아야 하는데, A배터리 중 일부는 곡면부분까지 넘어와 소손을 유발했다.

B배터리는 양극탭 내에 비정상적으로 큰 융착돌기가 절연테이프와 분리막을 뚫고 나와 음극기재를 만나 소손이 발생했다. 여기에 일부 배터리는 절연테이프가 부착되지 않았다.

전 세계에 팔린 갤럭시 노트7 306만대 팔린 중 시장에서 소손이 보고된 것은 330여대로 소손률은 0.01%였다. 고 사장은 “실험실에서 A배터리 소손률은 0.025%(100만대당 250대), B배터리는 0.023%(230대)로 시장보다 더 높게 나왔다”면서 “이는 사용자가 실제 사용한 기간이 한 달 정도인데 비해 실험실 테스트는 더 긴 두 달 정도 진행했기 때문이다. 다만 테스트 결과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숫자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국외 전문기관 전문가들도 배터리 자체 결함을 갤럭시 노트7의 소손 원인으로 지목했다고 강조했다.
사지브 지수다스 UL 컨슈머비즈니스 부문 사장은 “A배터리가 우측 상단 모서리의 눌림 현상, 얇은 분리막 때문에 발화한 것으로, B배터리는 배터리 융착 부위(이음새)의 비정상적 돌기, 절연 테이프 미부착, 얇은 분리막 등의 조합이 내부에서 단락 현상을 일으킨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케빈 화이트 엑스포넌트 수석 연구원(박사)도 “삼성SDI 배터리가 음극탭 부위 젤리롤(양극재, 음극재, 분리막을 돌돌 만 것) 코너의 눌림 현상 때문에, ATL 배터리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융착 돌기와 그로 인한 절연 테이프와 분리막 파손 때문에 각각 발화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그래픽=삼성전자 제공]


◆얇은 분리막 “문제 아니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갤럭시 노트7의 제품 사이즈에 맞추기 위해 배터리 제조사들이 무리를 해서 크기를 줄이는 과정에서 기술상의 문제점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줄을 이었다.

먼저 배터리의 높은 에너지 밀도(단위 부피에 저장된 에너지)와 관련, 고 사장은 “갤럭시 노트7은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 게 사실이다. 처음 분석하면서 (에너지 밀도가) 소손의 원인이 아닌가 의문 갖고 파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는 제품마다 다 틀리게 디자인 된다. 갤럭시 노트7에 들어가는 배터리 사이즈는 A사 B사가 같지만 내부 디자인은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에너지 밀도가 소손의 원인이라는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으며, 제3자 분석 기관을 통해서도 이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A배터리와 B배터리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배터리 내부의 얇은 분리막과 관련해 고 사장은 “얇은 분리막은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트 제조사로서는 우리는 사실 배터리 제조사들이 분리막을 어느 정도로 얇게 하는지에 대해 정확한 지식이 없었다. 3~4개월 분석하면서 조사 후에 배터리 분리막이 얇다는 것이 공통적으로 나왔다”면서 “배터리 분리막이 얇은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 조사한 결과를 놓고 봤을 때는 분리막이 얇은 것이 문제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석학들의 자문을 받으면서 분리막은 어느 정도는 돼야 하겠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도 “분리막 두께 문제라기 보다는 배터리 업체들이 기술적 내용 보강을 통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그것(분리막) 자체만 문제됐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갤럭시 노트7의 소손 현상을 재현하기 위해 대규모 충·방전 검사를 진행하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제공]


◆모든 가능성 다 열여 봤으나 이상 없어
삼성전자는 배터리 이외의 문제가 있는 지도 알아보기 위해 예상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전면 조사를 실시했다고 강조했다. 제품의 설계상 오류ㄴ를 비롯해 유·무선 상황에서 고속충전, 방수·방진 기능, 배터리를 덮는 백커버를 장착 및 살짝 얹었을 때는 물론 홍채 기능과 USB-C타입 단자더 테스트도 시행했다.

SW도 기본 탑재 앱이나 다운 받은 서드파티 앱이 과도한 소모전류를 발생시켰는지 SW 오작동에 따른 조사했다. 심지어 언론과 외부 전문가들이 제기한 의혹까지 테스트를 진행해 봤지만 이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갤럭시 노트7 기기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UL과 엑스포넌트도 공통적으로 갤럭시 노트7 기기 본체에서는 발화와 연관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더 나아가 제품과 부품 검증, 제조, 물류 등 제품 수명주기까지 시험을 실시했다. 배터리 입구부터 완제품 출하까지 전 공정을 다시 체크했으며, 물류관점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포장 이송 보관 등 다양한 요인도 살펴봤다. 고 사장은 이 또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라인란드 홀거 쿤츠 TÜV 부사장은 “갤럭시 노트7 제조 공정과 배터리 물류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결과 배터리 안전성을 저하할 수 있는 요인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 조사 결과도 금주내 나올 듯
한편 정부도 갤럭시노트7 소손 원인 조사 결과를 이르면 이번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23일 국가기술표준원과 산업기술시험원(KTL) 등에 따르면 KTL은 삼성전자와는 별도로 진행한 갤럭시노트7에 대한 사고조사를 최근 마쳤으며 지난 21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에 최종 보고서를 넘겼다.

KTL은 지난해 국책연구소 연구원, 대학교수 등 13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구성해 약 3개월간 국내에서 발화가 보고된 갤럭시노트7을 대상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 비파괴·파괴 검사를 비롯한 다양한 실험을 시행했다. 또 국가기술표준원, 자문단과 함께 12차례 회의를 열어 사고 원인을 살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이번 주 중 열리는 제품사고조사협의회 회의에서 막바지 점검을 한 뒤 발표 여부와 시기를 조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