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소손은 배터리 원인, 기기엔 이상 없어”(종합)

2017-01-23 10:35

갤럭시 노트7 소손 현상을 재현하기 위해 대규모 충방전 검사를 진행하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박선미 기자 = 삼성전자는 23일 지난해 잇단 소손 사고로 단종한 갤럭시 노트7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배터리 결함을 확인했으며, 다른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결함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23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총 20만대의 갤럭시 노트7과 3만개의 배터리를 투입해 대규모 충방전 실험으로 소손 현상을 재현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특히, 삼성SDI와 중국 ATL이 제조한 배터리에서 각기 다른 결함을 발견했고, UL, Exponent, TÜV 라인란드 등 국외 검증기관 3곳도 동일한 결과를 도출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차기 스마트폰 갤럭시S8을 준비 중인 삼성전자는 배터리 안전 검사를 강화하고, 제품 생산의 전문성과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탑재 2개사 배터리에서 모두 소손 원인 발견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 노트7 소손 원인 발표회에서 “그동안 고객 여러분들과 통신사업자, 유통 거래선, 모든 협력사 여러분들게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 사장은 “제품 20만대, 배터리 3만개로 대규모 충·방전 시험을 해 소손(燒巽·불에 타서 부서짐) 현상을 재현했다”며 “갤럭시노트7에 채용된 두 종류의 배터리에서 각기 다른 원인으로 소손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발표회에 갤럭시 노트7에 탑재한 삼성SDI와 중국 ATL 배터리를 실명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대신 ‘1차 리콜의 원인이 된 A배터리’와 ‘2차 리콜을 유발한 B배터리’라는 식으로 표현함으로써 A배터리는 삼성SDI, B배터리는 ATL배터리임을 암시했다.

고 사장은 “지난 수개월 간 철저한 원인 규명을 위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제품뿐만 아니라 각각의 검증 단계와 제조, 물류, 보관 등 전 공정에서 원점부터 총체적이고 깊이 있는 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에서 발생한 소손 현상을 실험실에서 재현하고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대규모 충·방전 시설까지 마련했다”고 부연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을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확인했지만, 배터리 크기와 용량 등 구체적인 사양을 주문한 입장에서 모든 잘못을 협력업체에 돌리기는 어렵다는 점을 강도했다. 이와 관련, 고 사장은 “배터리 설계와 제조 공정상의 문제점을 제품 출시 전에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외국 검사기관도 “갤노트7 본체 원인 없었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국외 전문기관 전문가들도 배터리 자체 결함을 갤럭시 노트7의 발화원인으로 지목했다고 강조했다.

사지브 지수다스 UL 컨슈머비즈니스 부문 사장은 삼성SDI 배터리가 우측 상단 모서리의 눌림 현상, 얇은 분리막 때문에 발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ATL 배터리는 배터리 융착 부위(이음새)의 비정상적 돌기, 절연 테이프 미부착, 얇은 분리막 등의 조합이 내부에서 단락 현상을 일으킨 것으로 봤다. UL은 미국의 대표적인 안전인증 회사다.

미국의 다른 안전인증 회사 엑스포넌트(Exponent)의 케빈 화이트수석 연구원(박사)도 “삼성SDI 배터리가 음극탭 부위 젤리롤(양극재, 음극재, 분리막을 돌돌 만 것) 코너의 눌림 현상 때문에, ATL 배터리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융착 돌기와 그로 인한 절연 테이프와 분리막 파손 때문에 각각 발화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양 담당자는 UL과 엑스포넌트는 공통적으로 갤럭시 노트7 기기 본체에서는 발화와 연관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라인란드 홀거 쿤츠 TÜV 부사장도 “갤럭시 노트7 제조 공정과 배터리 물류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결과 배터리 안전성을 저하할 수 있는 요인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TÜV는 독일 인증 회사다.

◆스마트폰 배터리 안전성 대폭 강화
한편,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 같은 치명적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 안전성을 크게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고 사장은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스마트폰의) 개발, 제조, 검증 등 모든 프로세스에 대한 종합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우선 8가지 배터리 검사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안전·내구성 검사, 외관 검사, X레이 검사, 해체 검사, 누액 감지(TVOC) 검사, 상온의 전압 변화(ΔOCV) 측정 검사, 충·방전 검사, 제품 출고 전 소비자의 사용 환경을 가정한 가속 시험 등이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해 다중 안전장치를 적용하겠다고 삼성전자는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내부에 배터리를 끼우는 공간을 여유 있게 확보하고, 배터리에 가해지는 외부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추가로 적용하는 동시에 배터리 안전 설계 기준을 높였다.

또 충전 온도와 속도, 전류량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능을 강화했다.

이밖에 핵심 부품의 설계, 검증, 공정 관리를 전담하는 '부품 전문팀'을 구성하고 외부 전문가 영입을 확대했다. 제품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문단도 꾸렸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클레어 그레이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거브랜드 시더 미국 UC버클리대 교수, 이 추이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토루 아마즈쓰미 아마즈 테크컨설팅 최고경영자(CEO, 박사) 등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