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 사장 "갤노트7, 배터리 자체결함이지만 포괄적 책임 통감"

2017-01-23 16:16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갤럭시노트7 결함 원인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잇따른 발화 사건으로 단종된 갤럭시노트7의 소손 원인을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최종 결론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갤럭시 노트7의 발화사고 원인은 기기가 아닌 배터리에 있지만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고 사장은 23일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 뒤 질의응답에서 "기기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어떤 부품이 들어오는지 안전성과 품질 측면에서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포괄적인 책임은 삼성전자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사장은 기자회견 내내 삼성SDI, 중국 ATL 등 배터리 공급사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 A사(삼성SDI), B사(ATL)만 언급했다. 

특히 배터리 공급사에 법적 책임은 묻지 않겠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배터리 자체 결함이긴 해도 배터리 크기와 용량 등을 주문한 세트 메이커로서 책임을 협력사에 돌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고 사장은 "갤럭시노트7이 단종됐으나 앞으로도 그들과 일을 할 것이다"며 "협력사에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사인 애플 아이폰7 출시보다 지나치게 앞당긴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경쟁사를 의식해 서두른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고 사장은 "작년 8월 2일에 갤럭시노트7을 공개하고 19일에 시장론칭을 했는데 일정을 보면 경쟁사를 의식해서 서두르지는 않았다"며 "예년보다 7일~10일 정도 빨랐지만, 이 정도 기간은 통상 왔다갔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8을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공식화했다. 그간 전자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8의 공개시점을 예년과 달리 늦출 것으로 예상해왔다.

고 사장은 "갤럭시S8 공개 시점은 최종 조율하고 있다"며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다음 달 MWC에서는 발표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발 방지책을 갤럭시S8에 전부 반영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특히 이번에 강화된 안전성 검사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고 사장은 "삼성전자 내부 분석이 마무리된 것은 작년 11월 말이었고, 외부 기관이 1월 10일께 결과를 냈다"며 "8가지 배터리 안전성 검사 프로세스 중 상당수는 이미 하고 있는 것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고, 해체 분석, TVOC 검사, X레이 등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3∼4개월이 짧을 수도 있지만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임직원들은 거의 주말도 없이, 때로는 밤을 새워가면서 같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중국 소비자들에게도 정중한 사과를 전했다. 1차 리콜 당시 중국만 리콜국에서 제외해 '이중잣대'라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고 사장은 "당시 중국향 노트7에 탑재한 B사(ATL) 배터리에서는 A사(삼성SDI) 배터리의 결함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리콜국에서 제외한 것이다"며 "돌이켜 생각해보니 당시 중국 소비자 여러분께 좀 더 자주 커뮤니케이션 했다면 이중 잣대 논란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노트 시리즈에 대해 세계적으로 그 어느 곳보다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준 국가이자 시장이다"며 "중국 소비자들이 마음 상하고 불편했던 점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깊이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삼성SDI는 배터리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인프라를 대폭 확대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삼성SDI는 엑스레이(X-ray) 검사기를 도입하는 등 총 1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차기 스마트폰 모델에도 채택이 유력시된다"며 "세계적인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삼성SDI에 폴리머 배터리 발주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