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신임 대통령이 지금껏 내걸어 온 공약을 얼마나 구체화하느냐에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도 달려 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2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시대를 맞은 세계 금융시장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 내놓은 공약은 현실화하기에 제약이 많아 보였다. 이런 이유로 그가 당선된 후 일시적으로 요동쳤던 글로벌 금융시장도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한재진 연구위원은 "트럼프를 둘러싼 우려는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중장기적인 시각에 따른 것"이라며 "그가 취임한 직후인 만큼 일시적으로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질 수 있겠지만,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보호무역 강화를 비롯한 공약이 액면대로 현실화할 경우 충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린 후 중국에서 자본 이탈도 증가세다. 이는 글로벌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즉, 중국이 나아갈 방향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과 중국 간 환율전쟁이 무역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한재진 연구위원은 "미국이 금리를 올린 후 강달러가 지속되고 있는 반면, 중국 위안화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45% 고관세율을 부과한다면, 중국 역시 미국 제품에 대해 고세율 보복관세로 맞설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가 내놓은 공약은 우리에게 유리할 면도 있다. 하지만 치명적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한재진 연구위원은 "트럼프는 '미국 인프라 먼저'라는 정책을 통해 경제 성장과 산업·수출 촉진, 일자리 창출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 기업에도 대미 인프라 투자 기회를 늘려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에 대한 무역보복뿐 아니라 한·미 FTA를 비롯해 이미 체결한 협상을 철회할 수 있다"며 "만약 현실화된다면, 대미 수출 감소뿐 아니라 고용·생산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물론 우리 정부와 기업은 어느 쪽으로든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재진 연구위원은 "트럼프가 공약대로 중국에 대해 45% 관세 부과를 비롯한 무역보복을 단행하면, 대 중국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대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별 예상 피해 규모를 사전에 추정해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미국 공장' 전략을 강조할 경우, 자동차뿐 아니라 다른 제품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내 생산·수출거점 확보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