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성, 비상경영 체제 전환도 쉽지 않아”(종합)

2017-01-15 16:18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5일 현 정부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에게 특혜·대가성 자금을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 결정을 하루 연기한다는 소식에 삼성그룹은 일단 안도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검은 이날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장충기 차장(사장)과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도 이 부회장과 함께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검의 결정에 따라 삼성그룹 경영의 컨트롤타워를 책임지는 최고의사결정권자 3인방의 동시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이에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경영진들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데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검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점을 존중한다”면서 “국가경제의 위기극복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특검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주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 씨 일가에 대한 삼성의 지원 혐의는 박근혜 대통령 측의 강한 압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이뤄졌다"며 "우리 역시 ‘강요·공갈’의 피해자"라고 덧붙였다.

삼성그룹은 16일 특검의 구속영장 관련 발표 이후 관련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입장문에는 당장의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경영 체제의 방향 등에 대해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상관 없이 특검 수사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시급한 경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비상경영 체제 전환은 불가피하다.

또 다른 삼성그룹 관계자는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최고경영진의 변화가 불가피해 사실상 모든 경영활동이 중단된 상태”라며 “신속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들이 하루하루 쌓여가는데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현재 삼성은 임원 인사는 물론 투자까지 진행할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렸다"며 "이런 가운데 최고경영진들의 사법처리가 현실화되면 사실상 최악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상경영 체제가 순조롭게 가동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시스템 경영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삼성이지만 책임경영의 정점에는 오너의 리더십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컨트롤 타워 부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6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에 대해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많은 만큼 없애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미래전략실은 1959년 회장실 직속으로 설치된 비서실이 효시로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구조조정본부, 2006년 전략기획실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가 2007년 12월 삼성특검이 시작되면서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경영일선 퇴진을 발표할 때 해체된 직후 현재의 이름으로 새로 발족했다.

삼성은 그해 7월 사장단 협의회를 가동시키는 ‘독립경영 체제’로 전환하면서 미래전략실을 함께 두었다. 대외적으로는 사장단협의회를 통해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중심의 독자경영을 기본 축으로 하면서 그룹 계열사 간 업무 협의와 비즈니스 공조 전략을 진행시켰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는 미래전략실을 통해 그룹 차원의 장기 경영비전 설정, 계열사 간 중복사업 방지, 대규모 투자와 사업구조 조정, 방대한 인사관리 등의 업무를 처리해왔다. 미래전략실은 전문경영인들의 경영책임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이 회장과 이 부회장 등 오너 경영자들이 영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조직이었다.

문제는 그룹의 중추인 이 회장이 3년 넘게 병상에 누워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는 가운데, 아들이자 후계자인 이 부회장마저 사법처리가 현실화하면서 미래전략실마저 없어질 경우 삼성의 오너십에 커다란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아직 어떻게 하겠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촛불 하나 없이 어두운 터널을 기어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