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여야·좌우 넘나드는 '반반 행보'로 '빅텐트' 주도할 듯

2017-01-15 12:30
천안함 참배 '안보' 행보 재촉…보수층 안보감수성 자극
친이계 등 비박계와 손잡고 범여권 주자로 자리매김 관측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부인 유순택 여사가 1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주진 기자 =사실상의 대권행보에 나선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통합'을 화두로 꺼내들고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半潘’ 전 총장이라는 별칭처럼 귀국 이후 나흘 동안 여야, 좌우를 넘나드는 행보를 보이며 지지층 외연 확대에 나선 모습이다.

반 전 총장은 귀국 다음날인 13일 국립현충원에서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등 역대 대통령의 묘역을 모두 참배해 '대통합'을 강조한 바 있다. 자신이 '배신의 아이콘'으로 회자되는 만큼 이번 주 중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강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하고, 야권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광주 5·18 묘지도 방문한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동시에 박 대통령의 탄핵을 끌어낸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반 전 총장은 15일 경기도 평택의 제2함대를 방문, 천안함에 헌화·참배하고 천안함 기념관을 둘러보며 안보 행보에 나섰다. 이날 방문지는 2010년 북한 잠수함의 공격으로 침몰, 장병 46명이 사망·실종된 '천안함 피격 사건'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전날인 14일에는 자신의 고향인 충청북도 음성에서 "한반도는 여전히 준전시 상태"라며 북한의 공격 위협에 노출된 우리나라의 안보 현실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서 보수 진영의 '안보 감수성'을 자극하는 의도로 읽힌다.

서민 이미지 구축과 민생을 위한 행보도 재촉하고 있다. 10년동안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임하면서 생긴 국내 공백과 ‘높은 분’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 전 총장은 청년 창업가, 워킹맘, 대학생 등과 함께 대표적 '서민 음식'으로 여겨지는 김치찌개를 먹으며 교육, 복지, 고용 등 국가 정책 전반에 대한 견해를 제시했다. 또 음성의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방문,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식사를 도왔다.

이어 애초 예정에 없던 조류인플루엔자(AI) 거점소독소를 방문, 현장 직원들을 격려하고 직접 고압 소독기로 화물차 바퀴를 소독하는 등 최근 민생·경제 현안인 AI 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사회복지수석을 지냈던 고(故) 박세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빈소를 조문한다.

고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사장을 지냈으며,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여의도연구소장과 정책위의장을 맡는가 하면 당시 소장파 의원들의 '대부'로 불렸다. 현재 바른정당에 몸담은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과도 가깝게 지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교감설이 나오는 가운데 반 전 총장이 이날 박 명예교수 빈소에서 친이계를 포함한 비박계 인사들을 비롯해 '제3지대' 인사들과 두루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 정 총장이 대권행보에 속도를 내면서 친박(친박근혜)과 친문(친문재인)을 배제한 ‘빅텐트론’을 앞세워 정계개편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반 전 총장의 행보가 진정성 면에서 국가대개조 수준의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 민심을 반영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더불어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15일 서면브리핑에서 "반 전 총장이 이명박 정권 인사 등 구시대 인물로 채워진 진용으로 새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허울 좋은 정치 교체, 어설픈 서민 코스프레만으로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기 원내대변인은 특히 반 전 총장이 12일 귀국 회견에서 한일 위안부 협상과 관련해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수준'을 언급한 점과 관련해 "과거 위안부 협상을 '비전을 갖고 용단을 내린 것'이라고 찬양했다가 입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스스로 한 말조차 손바닥 뒤집듯 부정하고 부패와 무능,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반 전 총장의 행보는 '박근혜 2기', 'MB 시즌2'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