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회계 칼날, 건설업계 전방위 확산…"핵심은 미청구공사"

2017-01-12 14:46
금감원, 현대건설 회계감리 및 대우건설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
미청구공사 잠재부실로 인식 입장…건설업계 위기감 고조

현대건설이 시공한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알루미나 제련소 전경.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현대건설]


아주경제 김충범 기자 = 최근 금융감독원이 현대건설을 대상으로 회계감리에 돌입하는 등 감사 강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걸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6일 공시를 통해 금감원의 회계감리 대상회사로 선정돼 관련 자료제출 요구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요구한 자료는 미청구공사 대금, 공사원가 추정치 등이다.

이처럼 건설업계에서 '회계이슈'가 화두로 떠오른 것은 최근 들어 두 번째다. 앞서 작년 11월 대우건설은 감사인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측으로부터 3분기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을 받으며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공교롭게 이번 현대건설의 감사인도 안진으로 동일하다.

특히 대우건설의 경우 최근 3분기보고서 판정 정보가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까지 더해져 금감원이 불공정거래 조사까지 착수한 상태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는 금융당국이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을 필두로 건설업계 회계기준을 대폭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작년 안진 측이 대우건설 분기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 판정을 내릴 때만 해도, 산업은행 매각 이슈가 맞물려 예외적으로 엄격한 평가가 이뤄졌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금감원이 건설업계 리딩 주자인 현대건설에 회계감리에 착수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건설업 전반에 걸쳐 미청구공사 손실 반영을 비롯한 강화된 회계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처럼 건설업계에 대한 회계기준 논란의 핵심에는 미청구공사가 자리한다. 미청구공사는 매출채권의 일종으로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해놓고도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비용을 뜻한다.

건설업계는 수주산업의 특성상 공사 진척도에 따른 손익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내년 IFRS(국제회계기준) 의무 도입을 통해 미청구공사를 잠재부실로 인식하는 등 수주산업에 대한 공시 기준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모두 해외사업 의존도가 높고, 이에 따른 미청구공사 비중이 상당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2016년 3분기 연결 기준 주요 건설업체 미청구공사액 비교. [자료출처=금융감독원]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 잔액은 작년 3분기 연결 기준 3조6089억원으로 업계 최고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또 대우건설의 경우 작년 3분기 미청구공사액이 2조158억원으로 2015년 말 1조7734억원 대비 2424억이 늘며 10대 건설사들 중 가장 상승폭이 컸다.

해외건설의 한 관계자는 "올해 해외건설 시장은 저유가 기조 지속, 경쟁국의 약진, 국내 건설시장 위축 등이 맞물려 전망이 좋지 않다"며 "특히 대형 건설사들은 산유국인 중동 및 북아프리카 일대에 미청구공사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금융당국 및 회계업계 역시 이에 대한 손실 가능성 발생을 염두에 두고 더욱 보수적인 회계 기준을 내세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금융업계 전문가는 "미청구공사는 시공사의 부정확한 예정원가 책정, 예상치 못한 발주처의 공사기간 지연,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발생한다"며 "문제는 자기자본 대비 미청구공사 비중이 증가할 경우 자금 창출력 저하를 초래해, 해당 건설사의 신용등급까지 하락하게 된다는 점이다. 당장의 손실 반영률이 높아질 순 있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미청구공사에 회계 반영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이 정립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