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業을 엎어라…유통 ‘빅 블러’ 시대 (중)] 확대되는 옴니채널, 커지는 PB
2017-01-05 21:00
[글 싣는 순서]
(상)경계 허물어라…전방위 사업만이 살 길
(중) 확대되는 옴니채널, 커지는 PB 시장
(하) 택배부터 렌터카까지…편의점의 무한변신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유통업의 경쟁력은 좋은 상품을 싸게 파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들이 거대한 부지를 확보해 큰 점포를 짓고 규모의 경제로 성장을 이뤄왔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한 현재, 이 같은 고전적 방식의 경영은 더 이상 유통업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게 만들었다.
기업들은 한층 더 발전된 효율성 확보를 위해 운영하는 채널의 서비스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옴니채널’의 등장이다. 옴니채널의 정의는 소비자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를 말한다.
옴니채널의 활용에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은 롯데다. 롯데그룹은 자신들이 보유한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옴니채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으로 주문해 오프라인 점포에서 물건을 수령하는 ‘스마트 픽’ 서비스는 이미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결제와 포인트 획득에 관해서도 옴니 채널은 구축돼 있다. 기업들은 모바일 간편 결제 시스템을 통해 고객들에게 통합 포인트 혜택과 편리함을 제공한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고객들로부터 구매 데이터를 확보해 마케팅 전략 수립에 사용한다. 롯데는 간편 결제 시스템으로 L.pay를, 신세계 그룹은 SSG페이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업체가 제품을 직접 기획‧생산하는 PB(Private Brand)상품의 증가도 유통업계에서 화두다. 국내 유통업계의 포화상태 직면과 장기 불황이 겹치자,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의 확보를 위해 PB상품의 제작에 눈을 돌렸다.
PB상품은 초기 가성비가 좋은 미끼상품의 이미지로 활용됐지만 현재는 유통채널 전반을 가리지 않고 주력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PB상품은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평균적으로 총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신세계 그룹은 다양한 유통업체 중 PB상품에 유독 더 공을 들이고 있다. 마트의 다양한 먹거리는 물론 고급간편식 브랜드인 ‘피코크’를 통해 초기 PB시장을 선도했다. 최근에는 정용진 부회장까지 나서 통합PB 상품인 ‘노브랜드’를 대대적으로 홍보 중이다. 수도권 인근에는 PB상품만 모아둔 노브랜드 전문점까지 출점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PB상품의 영역도 계속해서 확장 중이다. 신세계는 피코크와 노브랜드를 넘어 의류 ‘데이즈’, 화장품 ‘센텐스’ 등도 론칭하며 전문점 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이미 의류브랜드 데이즈는 SPA 시장에서 유니클로에 이어 매출액 2위를 기록,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브랜드의 확장은 타 기업도 마찬가지다. 롯데는 자체 SPA 의류 브랜드 ‘테(TE)’를 보유하고 있으며 홈플러스는 ‘플로렌스앤프레드’를 지난해 ‘F2F로 리뉴얼했다.
PB상품의 확장은 초기 마트가 주도했지만 현재는 편의점은 물론, 백화점까지도 PB상품을 앞세우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편의점의 경우에는 컵라면과 과자 등 품목에서 PB상품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CU는 ‘HEYROO(헤이루)’, GS25는 유어스 등의 PB브랜드명이 따로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세븐일레븐은 요구르트 PB상품이 인기를 끌자 해당상품으로 구성된 설 선물세트를 내놓기도 했다. PB상품으로 설 선물세트를 구성한 것은 업계최초 사례다.
백화점은 타 채널에 비해 PB상품의 구성이 미미하지만 의류와 식품 등에서 조금씩 늘려가는 추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스마트해짐에 따라 기업들도 더욱 합리적인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며 "이제는 영업장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브랜드를 홍보하는 역할도 겸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