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대표 "옴니채널 구축 속도전…25년 아시아 진출 목표도"

2024-04-29 18:00
'디지털' 강박 타파…채팅·전화 상담 강화
신계약 보험료, 전년동기比 20% 이상 성장
인슈어테크로 동남아시아 첫 사업 수주 목표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대표[사진=유대길 기자]

"‘디지털’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오직 디지털을 고집할 필요없이 디지털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해 고객이 신뢰하고 구매할 수 있는 판매 방식을 도입해야 합니다."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대표는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디지털 보험사들의 실적 개선 해법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보험상품은 일반 소비재와 달리 다양한 질의응답·설득·신뢰 과정을 거쳐야만 구매가 이뤄지는 초장기 상품이다. 때문에 웹에서 완결되는 상품 판매를 고수하게 되면 승산이 없다는 시각이다. 이에 김 대표는 취임 후 생성형 AI, 빅테이터, 클라우드 등 다양한 기술 기반 옴니채널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 광고 등을 통해 홈페이지에 들어온 고객에게 채팅·전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지난 10년간의 교보라이프플래닛 디지털 경험을 바탕으로 '인슈어테크(정보기술을 활용해 보험 산업을 혁신)'전략도 구사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 시도는 라이프플래닛 자회사인 포트리스가 보유한 계리(회계) 소프트웨어 사업이 될 전망이다. 특히 새 회계제도(IFRS17)를 선도한 한국 시장에서의 축적된 소프트웨어 노하우를 활용해 동남아시아 시장을 개척한다는 복안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대표직을 맡으신 지 100일이 좀 넘었다. 그간의 소회를 밝히자면.

"지난해 대표이사로 취임하자마자,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생존과 성장이란 과제 아래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했고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모기업에도 이를 설명하고 공감대를 만들어 지지를 얻어야 했다. 그야말로 지난 100일은 그 어느 시간보다 치열했던 시간이었다. 다행히 100일이란 짧은 시간이지만 ‘라이프플래닛 리부트’란 명제 아래 미래를 위한 전략 토대를 마련했고, 모기업인 교보생명으로부터 사상 최대 증자를 통한 신뢰를 확보하는 등 노력했던 만큼 뜻깊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라이프플래닛 조직원들 사이에서 ‘뭔가 해볼 만하다’란 자신감과 하나된 공통 목표를 만들 수 있어 대표로서 뿌듯한 시간이었다."

-증자 얘기를 해주셨는데, 사실 교보라이프플래닛 같은 경우 이전에도 모기업으로부터 증자를 계속 받아왔다. 그럼에도 적자가 지속돼 왔는데.

"대출이나 펀드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원해서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상품인 반면, 10여 년 전에는 설득 혹은 권유에 의해서 가입되는 생명보험업의 경우 디지털 기반의 환경은 척박하고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핀테크사들의 성공 사례 등이 나오고 있고, 보험도 충분히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객과 환경이 바뀌었고, 저희도 10년간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생성형 AI, 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도 보유하고 있어 변화의 모멘텀을 맞이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카카오뱅크 설립 자체를 1년반 정도 컨설팅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그때 느꼈던 성공 공식들을 대입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를 설립하면서 느꼈던 성공 공식이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조금 더 자세히 얘기를 해주신다면.

"먼저 기존 금융사들의 관행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해왔다. '이렇게 밖에 안되는 것인가' 라는 자체 질문을 계속 던졌고, 기존 대형사들의 방식을 따르기보단 우리만의 방식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아울러 고객 가치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집중했다. 보험 쪽에서도 상품군을 볼 때면 해당 상품들이 보험사를 위한 상품인지, 설계사를 위한 상품인지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상품들이 존재한다. 고객 중심으로 집중하다보면 분명히 방법이 나오리라고 본다. 아울러 기술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성공요소다. 기술력을 단순 도구로 볼 것이냐 아니면 돌파구로 볼 것인지에 대한 시각 차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을 돌파구로 보고 선도할 수 있는 기술들을 내놓으면 분명히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보라이프플래닛에 취임 후 와서보니 '이래서 그간 큰 성장을 이루지 못했구나'라고 느꼈던 부분이 있는가.

"디지털 생보사라는 태생 때문에 그간 온라인으로 상품을 검색해서 디지털로 가입까지 완결해야 한다고 고집했었던 것 같다. 차별화 포인트일 수는 있겠지만, 굳이 상품 가입 완결까지 고집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고객 유입량이 많지 않은 브랜드밸류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난 10년간 성장의 제약으로 작용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객이 원하면 굳이 디지털 완결형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따라 채팅 상담을 강화해 인터넷에서 가입하는 와중에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필요 시 전화상담도 강화했다. 이후 건당 보험료가 2배 가까이 뛰었다. 웹에서 가입을 원하는 고객은 스스로 가입을 하면 되고, 도움을 받길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도움을 주는 등 자유로운 가입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말씀한 상담 센터 강화 움직임도 ‘라이프플래닛 리부트’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라이프플래닛 리부트’ 전략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

"낮은 브랜드 인지도로 인해 집객이 기대 이상으로 낮았다. 이를 브랜드 홍보나 디지털 광고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높은 단계의 제휴 전략을 수립했다. 단순한 광고성 제휴가 아닌 파트너사의 비즈니스 니즈를 해결하는 높은 단계의 제휴 전략을 통해 집객 입구를 넓히고자 했다. 아울러 상품에 대한 전면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제휴 파트너사와 보험 소비자의 니즈를 종합적으로 대응하면서도 혁신성을 놓치지 않는 상품을 꾸준히 내놓을 수 있는 상품 혁신을 두 번째 목표로 삼았다.

다음으로 채널의 다각화가 필요했다. 디지털 생보사이다 보니 웹과 앱 채널에 집중했다. '보험을 쉽게'라는 모토로 상품 설명도 쉽게, 보장 내용도 명확하게 개선했음에도 불구, 보험 소비자들은 높은 보험료를 지불하는 상품을 구매하지 않았다. 보험 상품은 일반 소비재 상품과 달리 구매 전에 여러 질문을 해소하는 도움이 필요한데, 디지털 생보사라는 이유로 그런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다. 이에 디지털 채널에 휴먼 요소를 결합한 ‘옴니채널’로의 진화가 필요했다. 음성과 채팅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고객에게 상담원을 통해 구매 과정을 지원, 판매 전환도 높이고 건당 보험료도 높이도록 전략을 수립했다.

또한 디지털 보험의 경험을 서비스화 해 수익으로 이끌어 내는 인슈어테크 전략도 함께 구사할 예정이다. 현재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자회사인 포트리스는 상품 수익성 관리 시스템과 새 회계제도 계리 시스템을 판매하는 사업을 전개 중이다. 국내에서 판매 실적을 달성하고 있으며, 오는 2025년부터는 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대표[사진=유대길 기자]


-인슈어테크 전략 중 아시아 시장 진출 계획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한 포부를 좀 더 얘기해주신다면.

"역사와 문화가 다른 해외 시장에 금융업이 진출해 성공하는 것은 일반 제품에 비해 몇 배의 자본과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대면 채널을 중심으로 한 확장은 역사와 문화적 특성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진출 형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통 글로벌 브랜드의 보험사도 10년 이상의 투자와 적자의 시련을 겪고도 수익 전환을 이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10년 이상 디지털 상품을 만들어 판매한 경험을 갖춘 라이프플래닛은 대면이 아닌 디지털과 인슈어테크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고 한다. IFRS17을 선도한 한국 시장에서의 축적된 소프트웨어 노하우를 활용, 동남아시아 중소형 보험사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2025년 첫 사업 수주를 목표로 계리법인뿐 아니라 글로벌 회계법인의 아시아 담당자와 협업을 하고 있다. 라이프플래닛의 사외이사인 데스몬드 린(Desmond Lin) 씨는 스위스리 출신으로 현재 홍콩에서 자산운용 및 투자자문사를 운영하고 있다. 데스몬드 린의 자문을 얻어 아시아의 주요 파트너들을 만나 동남아시아 진출과 투자 자본 유치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보험 전문가로 업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묻고 싶다. 디지털 보험업계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디지털 보험사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어디 있다고 보는가.

"그간 디지털 보험사들이 적자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대면과 디지털이라는 양분화된 접근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디지털이란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앞서 얘기했지만, 라이프플래닛 리부트 전략의 가장 중요한 축은 옴니채널의 구축이다. 디지털 광고 등을 통해 홈페이지에 들어온 고객에게 채팅·전화 상담 등을 제공하는 옴니채널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4 분기 신계약 보험료가 전년동기대비 20% 이상 성장하기도 했다. 

다시 산업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면, 이미 모든 생활과 산업 분야가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과거 방식으로 온·오프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디지털 보험사라 따로 정의할 필요없이 보험사로서 디지털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해 고객 만족을 높일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 상품뿐만 아니라 판매 방식, 고객을 접하는 태도 등 모든 면에서 디지털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직 고객 중심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보험서비스를 제공해야 관련 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각오가 있다면.

"하루하루 라이프플래닛의 생존과 존속을 위해 내부 구성원들과 함께 치열한 고민과 토론을 했다. 이제 ‘라이프플래닛 리부트’란 명제 아래 구성원 모두가 앞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비록 쉽지는 않겠지만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처럼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의지가 라이프플래닛 모든 구성원 마음속에 샘솟고 있다. 우리가 다윗이라고 본다면, 골리앗은 대형 경쟁사일 수도 있고, 혹은 보험 구매 관행 혹은 온·오프라인 체제를 구분해 놓은 규제 체계라고도 볼 수 있다.  

저를 포함해 모든 임직원이 하나되어 그간의 시행착오는 바로잡고, 우리의 장점은 극대화해 시장 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사업체계를 마련해 한국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가 목표다. 결국 이 이야기의 끝에 교보라이프플래닛은 모든 역경을 딛고 승리하는 다윗처럼,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디지털 보험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