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뉴스] 다사다난한 한국 사회...정치가 죽을 쓰고 경제가 거덜난 한해

2016-12-28 15:29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병신년(丙申年), 한해를 되돌아본다. 

온 국민을 좌절케 한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해 촛불민심이 들끓어 마침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이 가결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시작돼 참담한 연말을 맞고 있다.

연초 벽두에는 북한이 5차 핵실험으로 인해 개성공단 전격적으로 폐쇄되면서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었다.

경제적으로도 정말 힘든 한해였다. 해운과 조선업계발 구조조정 한파로 대규모 실업사태가 빚어지고 세계 경제의 격변 속에 낮은 성장률로 인해 IMF 때보다 더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선두주자로서 AI(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적인 바둑 대결 때문이었다. 한편에선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인 디스토피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치가 죽을 쓰고, 경제가 거덜나면서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너무도 강퍅해진 한해였다. 아주경제가 선정한 ‘국내 10대 뉴스’를 통해 한해를 되돌아본다.
 

[최순실 국정농단]


① 최순실 국정농단

“이게 나라냐”는 말로 대표되는 국민들의 좌절감을 불러온 것은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이었다. 최씨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을 계기로 촉발된 의혹제기는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대한 대기업들의 강제 출연 의혹으로 이어졌고 최씨 소유의 태플릿 PC가 jtbc에 의해 공개되면서 국정농단의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잇따른 대국민담화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비서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을 구속하고, 박 대통령이 공범이라고 발표하면서 국정농단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났다. 지금까지 드러난 최씨의 혐의는 대통령 말씀자료를 임의로 수정하고, 인사에 개입했으며 청와대를 움직여 대기업으로부터 대가성 돈을 받아 외국으로 빼돌렸다. 이 과정에서 온갖 비리 형태가 망라됐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조사하기 위한 별도의 특별검사가 임명되고,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가 시작되면서 대한민국은 몸살을 앓았다. 권력의 추한 민낯이 드러나면서 중국이나 일본 언론들도 최순실 국정농단을 10대 뉴스에 포함시켰다.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을 일컫는 최순실 게이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이름을 바꿨다.
 

[촛불집회]


② 위대한 촛불...대통령 탄핵안 가결

10월 29일 1차 촛불집회의 시작은 미미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작은 목소리는 양파껍질처럼 그 끝을 몰랐고,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2차와 3차를 거치면서 100만명을 향했고, 기어코 6차 촛불집회에는 전국에서 232만명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지난 24일 9차 촛불집회 때까지 연인원 900만명이 촛불집회에 참석했고, 31일 10차 촛불집회를 통해 1000만명의 촛불민심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 인근 100미터까지 행진이 허용되고 단 한차례의 충돌도 없는 평화시위가 이어가면서 촛불혁명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촛불집회는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정치적 계산에 몰두하던 정치권을 강타해 국회의 탄핵 가결을 이끌었다.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 가결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곧바로 직무가 정지되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에 들어가 심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대 총선 결과]


③ 4.13총선...여소야대 정국

지난 4월 13일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여소야대 정국이 시작됐다. 야3당과 무소속이 172석을 차지하면서 집권여당이 참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에서 크게 승리하며 123석을 획득해 원내 1당이 되었다.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었고 국민의당이 38석을 얻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같은 4월 총선의 결과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분석이 많다. 총선 이후 새누리당의 무소속 영입으로 원내 1당이 되었으나 분당 등으로 다시 민주당에게 원내 1당을 넘겨줘야 했다. 개혁보수신당은 30석으로 출발했다. 원내교섭단체가 4개 늘어나 4당 체제가 시작됐다.

이같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각종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추진으로 인해 대기업 등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④ 김영란법 전격 시행

부정청탁이 없는 투명 사회를 목표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9월 28일 전격 시행됐다.

3-5-10으로 불리는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내수경기가 얼어붙음에 따라 가뜩이나 위축된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관공서 주변의 식당을 비롯해 골프장 업계 등은 직격탄을 맞았고, 고급 식당의 폐업이 잇따랐다.
 

[조선 해운업 동반 몰락]

⑤ 조선·해운업의 동반 몰락

조선·해운업은 국내 제조업 중에 가장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업종으로 꼽혔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세계 1위였던 조선업은 ‘수주 절벽’에 직면하면서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실직자 수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전방산업인 해운업이 바닥을 치면서 일정 부분 조선업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의 뜻밖의 몰락은 국내 산업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삼일회계법인은 한진해운 청산가치가 1조7900여억원으로 산정됐지만, 존속가치는 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현재 홀로 남은 현대상선도 경영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으나, 결과는 안갯속이다. 글로벌 해운동맹 2M 가입 실패 논란에 휘말리는 등 연이은 시련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연합뉴스]  


⑥ 북한 4차 핵실험으로 개성공단 폐쇄

북한은 연초인 1월 6일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미사일(은하3호) 도발을 감행함에 따라 정부는 2월 10일 개성공단 폐쇄를 전격 발표했다.

정부는 UN결의안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북한으로 5억6000만달러의 현금이 들어가는 개성공단을 계속 운영할 수 없다며 개성공단을 전격 폐쇘다.

그러나 입주기업과 협력업체들은 졸지에 투자한 돈과 생산설비를 잃어버려 지금도 그들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개성공단 폐쇄가 최순실 게이트와 연계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개성공단 폐쇄를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드와 중국의 무역보복] [그래픽=김효곤 기자]


⑦ 중국, 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

정부가 중국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7월 8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의 한국 배치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사드 배치 부지를 둘러싼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인해 부지가 이전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부는 사드가 북한 핵위협에 대비한다는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중국 정부는 한국 기업에 대해 비공식 보복에 본격 돌입했다. 중구 정부는 특히 한류 콘텐츠를 규제하는 '한한령(限韓令)'에 이어 'K뷰티' 위생허가 요건 강화 등을 통해 공식적인 보복에도 착수함으로써 한국 경제가 크게 위축됐다.
 

[알파고-이세돌 바둑대결 ]


⑧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세기의 대결

바둑 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대국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맞대결로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승부는 알파고의 승리로 막을 내렸지만, 승패를 떠나 인공지능 기술 수준의 현주소를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알파고는 당초 이세돌의 압승을 예상했던 대다수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뒤집고 복잡하게 설계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이세돌을 몰아붙였다. 인간의 두뇌 회로 방식을 따라잡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대국 중간 한 번씩 나왔던 알파고의 계산 오류는 인공지능을 일상생활에 활용했을 때 위험할 수 있다는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은 때 아닌 바둑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국민이 텔레비전과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국을 시청했고, 평균 시청률 1%에도 못 미쳤던 바둑 티브이는 시청률 대박을 쳤다. 
 

[강남 재건축 열풍]


​⑨ 강남재건축 열풍

올해 부동산시장에는 그야말로 ‘강남 재건축 열풍’이 불었다. 1%대 저금리 기조 속 강남 우량 재건축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으면서 투자자금이 강남 재건축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지난 1월 3.3㎡당 평균 4457만원에 달하는 분양가로 공급된 서울 서초구 ‘신반포자이’를 시작으로, 웃돈이 최고 2억원까지 붙은 개포동 ‘래안 블레스티지’ 등 강남 재건축 활황세가 꾸준히 이어졌다.

그러나 정부가 강남발(發) 청약시장 과열 양상에 ‘11.3 부동산 대책’을 꺼내들면서 시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강남4구 등의 분양권 전매제한을 금지하고 1순위 청약 자격을 강화하는 등 전매차익 목적의 가수요를 차단하면서 강남 재건축도 급랭하기 시작했다. 실제 강남4구 아파트값은 11.3 대책 이후 7주 연속 하락세를 이었다. 그간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하던 강남 재건축 단지가 지금은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 청문회]


⑩ 재계 올스타 총출동...최순실 청문회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자금을 출연한 것으로 알려진 재계 총수들이 지난 12월 6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모였다. 이날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하기 위해 재계 올스타가 모인 것이다.이날 참석자는 이재용 부회장, 정몽구 회장, 최태원 회장, 구본무 회장, 신동빈 회장, 허창수 회장, 김승연 회장, 조양호 회장, 손경식 회장 등이었으며 이들 기업인들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설립과 관련해 기업들의 자금 출연을 두고 대가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관련이 없다’며 일제히 부인했다.

이날 관심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쏠렸다. 이 부회장은 “자금 지원은 대가성이 없으며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도 약속했다.청문회에서는 재계 총수들의 전경련 탈퇴도 화젯거리 중 하나였다. 이재용 부회장의 탈퇴선언 이후 은행권의 탈퇴 러시가 이어졌고 지난 27일에는 LG그룹도 전경련 탈퇴를 선언하며 해체 수순에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