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 김기춘 출국금지 등 수사 본격화...헌재, 특검·검찰에 수사자료 요구
2016-12-15 17:03
특검팀, 정호성-김영재 부인 녹음파일 확인...청와대 압수수색 검토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이번 게이트 관계자들을 대거 출국 금지하는 한편, 필요하면 청와대 관저 압수수색도 불사하겠다고 수사 의지를 표명했다.
아울러 특검팀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단골로 다닌 성형외과 병원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윤씨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나눈 대화 내용이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 녹음된 것을 확인했다.
헌법재판소는 특검팀과 검찰에 관련 수사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하고, 국회엔 탄핵소추 사유 입증계획과 관련 증거목록의 제출을 명령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절차에 돌입했다.
이 외에도 최씨가 단골로 진료받은 김영재의원 원장인 김영재씨, '비선 진료' 의혹을 사고 있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자문의를 지낸 김상만씨 등이 출국금지 대상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검찰수사 때 출금 대상에서 제외된 일부 대기업 총수의 출국도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성역없는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 특검보는 강제수사 대상에 청와대 관저가 포함되느냐는 물음에 "수사 과정상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예정"이라며 "따라서 청와대든 어디든 만약 수사에 필요하다면 방법을 강구한다"고 답했다.
박 특검도 이날 "대통령 조사를 두 번, 세 번 할수는 없으니 해도 최대한 한 번에 끝내는 것이 좋고 최대로 해도 두 번 정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이 주요 수사 대상자에 대한 출국금지를 단행함에 따라 강제수사도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검은 수사 준비 기간 20일을 소진하기 전에도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내주 초반께 등 조만간 압수수색, 참고인·피의자 소환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지내고 특검에 파견된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는 특검팀 내 4개 수사팀 중 1개 수사팀을 이끌게 된다.
이날 특검팀은 정 전 비서관과 박씨 간에 이뤄진 대화 녹취록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검토 중이다.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는 박 대통령, 최씨 등과 전화 통화 또는 현장에서 직접 나눈 대화를 녹음한 파일 236개를 비롯해 박씨와 대화를 나눈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박씨는 정 전 비서관과 통화에서 와이제이콥스메디컬의 성형수술용 실 사업과 관련한 민원성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와이제이콥스메디컬은 의료용 실을 개발하는 박씨 남편 김 원장의 병원 계열 업체로 박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앞서 와이제이콥스메디컬 측은 "김 원장과 그의 부인 박씨가 정 전 비서관을 모른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휴대전화 녹음 파일로 인해 이러한 사실을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김 원장 관련 사업이 정부의 각종 특혜를 받게 된 과정에서 김 원장보다 박 대표의 역할이 더 크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헌재는 이날 제4차 전체 재판관회의를 열고 박 대통령 탄핵심판 준비절차를 전담하는 수명 재판관이 특검과 검찰에 관련 수사자료 제출을 요청하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강일원 주심과 이정미, 이진성 재판관 등 3명은 회의 후 양측에 수사자료 일체를 요청했다.
아직 준비절차 중인데도 특검과 검찰에 수사자료를 요구한 것은 특검 수사가 본격 시작되기 전에 수사자료를 확보해 들여다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헌재법상 헌재는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에 심판에 필요한 기록이나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재판이나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과 관련된 기록에 대해서는 요구할 수 없다.
헌재는 또 탄핵심판 청구인인 국회에 탄핵소추사유를 입증할 계획과 증거목록을 서면으로 정리해 달라고 명령했다. 준비절차 진행을 위해 복잡하게 얽힌 당사자들의 주장과 증거 등의 쟁점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헌재는 국회가 입증계획과 증거목록을 제출하면 대통령과 국회의 의견을 청취해 준비절차기일을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확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