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서정적인 나비효과

2016-12-09 13:29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스틸컷 중 배우 김윤석(왼쪽), 변요한[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외과 의사 수현(김윤석 분)은 캄보디아 의료봉사에서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한다. 아이의 할아버지는 답례로 신비한 알약 10개를 선물한다. 수현은 반신반의하며 알약을 삼키고 1985년, 30년 전 자신과 마주친다.

과거의 수현(변요한 분)은 30년 뒤의 자신을 보고 큰 충격에 빠진다. 그가 내미는 증거들이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 그는 연인인 연아(채서진 분)를 꼭 한번 보고 싶었다는 말에 불안감을 느끼고, 믿기 힘든 미래에 대해 알게 된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제작 수필름·제공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평생 후회를 안고 살던 남자가 우연히 과거로 돌아가게 되고, 어떤 사건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구해줘’, ‘사랑하기 때문에’, ‘종이 여자’ 등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기욤 뮈소는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에 신중히 처리하기로 알려진 작가다. 그간 유럽, 미국, 아시아 등에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영화화 제안을 해왔지만 번번이 거절해왔다고. 2014년 제작사 수필름과 전 세계 최초로 판권을 계약, 한국 영화에 대해 신뢰를 드러내고 있다.

기욤 뮈소 작가가 믿고 작품을 맡긴 만큼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탄탄한 스토리와 매끄러운 서사, 전개가 돋보인다.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으려 하면, 미래가 뒤바뀌는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두 수현의 모습은 영화 ‘나비효과’를 떠올리게 하지만, 홍지영 감독의 섬세한 터치로 인해 영화는 더 서정적이고 아련한 감성을 머금는다. 거기에 한국적 정서와 수려한 영상은 수채화 같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풍미를 더하는 중요 요소다.

또한 1985년과 2015년을 오가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그 시대를 관통하는 음악들로 관객들의 감성을 충족시킨다. 밥 딜런의 ‘메이크 유 필 마이 러브(make you feel my love)’와 김현식의 ‘당신의 모습’ 등, 80년대 음악들과 소품, 광고나 뉴스로 그 시대의 향수 또한 느껴볼 수 있다. 특히 밥 딜런 음악의 경우, 한국 음원 사용을 승인한 최초의 사례라는 후문이다.

배우들의 열연도 인상 깊다. 현재의 수현을 연기한 김윤석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스릴러 외 멜로에서도 그의 몫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과거의 수현 역의 변요한은 드라마 ‘미생’, ‘육룡이 나르샤’를 완벽히 지우고 또 하나의 새로운 얼굴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것으로 보인다. 두 수현은 아역 개념의 2인 1역이 아닌 사건을 끌어나가는 주인공으로 신선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고, 매끄러운 한 인물로 귀결된다.

이 외에도 연아 역의 채서진, 수현의 절친한 친구 태호 역의 안세하, 김상호 등 배우들의 호연이 영화의 짜임새를 더 탄탄하게 이끈다. 14일 개봉이고 러닝타임은 111분, 관람등급은 12세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