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수출’ 위상···19년 만에 세 자리수 억불 수출탑 실종
2016-12-04 11:05
53회 무역의날 최고 수출의탑 한화토탈 50억불
수출의탑 수상업체 수 5년 연속 감소, 내년에도 줄어들 듯
수출의탑 수상업체 수 5년 연속 감소, 내년에도 줄어들 듯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한국 경제 성장의 기둥인 ‘수출’의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매년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판매한 수출기업들의 노고를 자축하는 무역의 날에 올해는 세자리수 억불 수출의 탑 수상업체를 배출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100만 달러 이상 수출한 기업들에게 시상하는 수출의탑 업체 수가 2011년 이후 5년 연속 감소했다는 것이다. 1964년 수출의 탑 제도 제정 이후 수상 업체가 5년 연속 줄어든 것은 처음이다.
더군다나 정치·사회적 분란이 계속되고 있는 한국에서 경제 문제가 논외로 치부되어 상황의 심각성이 전혀 공론화 되고 있지 못하다. 무역의 날 수출의 탑 수상업체 수의 감소는 한국경제의 위기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1997년 10억불탑 이후 처음
한국무역협회(이하 무협)는 오는 5일 ‘제53회 무역의 날’을 맞아 세계적 경기침체와 수요감소 등 어려운 대외여건 하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수출증대를 위해 매진하고 있는 수출기업과 유공자들을 치하하기 위한 수출의 탑 수상 유공자 훈·포상 대상자를 발표했다.
올해 최고 수출의 탑 수상업체는 한화토탈로 50억불탑을 수상한다. 무역의 날 최고 수출의 탑 수상업체로 50억불탑을 처음 배출한 것이 1993년 삼성전자였음을 감안하면 무려 23년이다.
세자리수 억불탑을 받지 못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발발한 1997년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오리온전기(2003년 부도)가 10억달러탑으로 19년, 2002년 현대자동차가 70억불탑을 받은 이후 14년 만이다.
2008년 글로벌 외환위기가 발생한 이후 1997년과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특히 지난 2014년 삼성전자가 750억불탑, 지난해에도 SK하이닉스가 150억불탑을 받는 등 세자리수 억불탑 수상은 이어져 왔는데, 2002년 이후 14년 만인 올해 이 같은 행진이 중단된 것이다.
수출의 탑은 일정 기준에 따라 전년 대비 올해 수출액이 증가해야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고 수출의 탑이 당해 연도의 모든 기업 가운데 최고 수출액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에 의미를 두는 이유는 최고 수출의 탑을 통해 수출 진흥정책의 결과를 국민들에게 손쉽게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무협이 올해 무역의날 수상업체를 발표하면서 걱정하는 대목이다.
◆수출의 탑 수상업체 5년 연속 감소
더 큰 문제는 수출의 탑 수상업체 전체 수 감소다.
올해 무역의 날에는 1209개사가 100만달러 이상 수출의 탑을 받는다. 2003년 처음으로 수출의 탑 수상업체가 1000개를 넘어선 후, 약간의 부침이 있었지만 꾸준히 증가해 2011년에는 1929개사가 수상해 2000개사 돌파가 기대됐다. 하지만 2012년 1742개사 → 2013년 1526개사 → 2014년 1481개사 → 2015년 1328개사에 이어 올해도 또 다시 줄어 5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올해 수상업체 수는 2004년 1109개사 이후 가장 적은 수이기도 하다.
최고 수출의 탑의 영예는 대기업이 받지만, 수출의 탑 제도의 주인공은 중소기업이다. 내수사업을 위주로 하는 중소기업들을 수출기업으로 전환시켜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다. 따라서 정부와 무협은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중소기업들에게 과거에 비해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무역기금 신청 등 정책·금융상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그동안 수출의 탑 수상 경력이 자사 이미지를 개선하고, 바이어들과의 협상 때 어필할 수 있는 주요 홍보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수출의 탑 수상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수출의 탑 수상업체도 감소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그만큼 기업들이 수출에 큰 애로를 겪고 있고, 기존 정부의 수출 지원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무역의 날 수출의 탑은 한 해의 수출 성과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그해에 얼마나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힘든 싸움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수출의 탑 수상업체의 지속적인 감소는 그만큼 우리 경제도 위기를 겪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향후에도 우리의 대외무역환경은 힘든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내년에는 수출의 탑 수상업체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