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신화' 조성진 부회장은 누구..."LG가 자랑하는 가전의 장인'

2016-12-01 13:23

 

조성진 신임 부회장[사진=LG전자 제공 ]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조성진 LG전자 H&A(생활가전) 사업본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고졸 출신으로는 최초다. 

올해는 조 부회장이 근속한 지 만 40년이 됐고, 환갑을 맞은 특별한 해이기도 하다.

또한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이 매출, 영업이익, 영입이익률 등에서 역대 최고의 성과를 내면서 조 부회장은 세탁기 박사를 넘어서 가전의 장인으로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부회장의 목표는 LG 브랜드를 고객이 열망하는 글로벌 1등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다.

또한 LG전자 전 사업에 1등 DNA와 혁신 DNA를 이식해 모바일, 에너지, 자동차 부품에서도 생활가전에서와 같은 신화를 만들 계획이다.

◆1976년 금성사 입사, 선풍기 아닌 세탁기 선택

조 부회장은 고교 진학을 포기할 뻔 했다. 도자기 장인이던 부친이 아들이 중학교만 졸업하고 가업인 요업을 잇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조 부회장은 요업과 공업계 고등학교가 관련이 있다고 부모님을 겨우 설득해 용산공고에 진학했다.

조 부회장이 용산공고를 졸업하고 LG전자에서 견습과정을 거쳐 1976년 9월 26일 우수장학생 자격으로 입사할 당시에는 선풍기가 가장 인기 있고 유망한 가전 제품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동료들은 선풍기 개발실을 선호했지만, 조 부회장은 세탁기 설계실을 택하면서 세탁기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세탁기 보급률은 0.1%도 안 될 정도로 걸음마도 못 뗀 단계였다. 조 부회장은 세탁기가 반드시 대중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세탁기가 사람을 대신해 빨래하는 동안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다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부회장은 2012년까지 36년 동안 세탁기에 몸담았다. 그래서 조 부회장은 가전업계에서 세탁기 박사로 불렸다. 2012년 말에는 사장으로 승진하며 세탁기를 포함한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 사업 전반을 맡았다.

◆인내와 집념, 혁신이 만든 세탁기 세계 1위

조 부회장이 입사한 후 10여 년 동안은 일본 기술을 들여와야 세탁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일본에 대한 기술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조 부회장은 90년대 초 탈(脫)일본을 넘어서 세상에 없던 세탁기를 만들어 보겠다고 결심했다. 당시의 세탁기는 세탁통과 모터가 벨트로 연결된 구조였지만, 조 부회장은 세탁통과 모터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DD(다이렉트 드라이브)모터’를 적용한 세탁기를 만들고 싶었다.

세탁 성능은 물론이고 에너지효율, 소음 등도 기존 방식에 비해 뛰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밀한 핵심 부품들을 국산화하려니 투자비는 많이 들고, 가능성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십여 년 동안 150번 넘게 일본을 드나들며 밑바닥부터 기술을 배웠고, 회사에는 침대와 주방 시설까지 마련해놓고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조 부회장의 근성은 남달랐다.

유년 시절 부친이 도자기를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배운 인내, 집념은 물론 제품 완성도에 대한 끊임없는 집착 등이 큰 버팀목이 됐다.

LG전자가 1998년 인버터 기술을 토대로 세계 최초로 세탁기에 상용화한 DD모터는 LG 세탁기 세계 1등 신화의 원동력이 됐다.

조 부회장은 DD모터에 이어 △2005년 세계 최초 듀얼분사 스팀 드럼세탁기 △2009년 6가지 손빨래 동작을 구현한 ‘6모션’ 세탁기 △2015년 세계 최초로 상단 드럼세탁기와 하단 미니워시를 결합한 ‘트윈워시’ 등 세상을 놀라게 한 혁신 제품들을 잇달아 내놓으며 세탁기 세계 1등의 신화를 이어왔다.

조 부회장은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개발해 낸 DD모터, 트윈워시 등을 귀한 자식처럼 여긴다. 실제로 조 부회장은 1998년, 2013년에 각각 LG 세탁기의 TV광고 모델로 직접 출연해 제품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생활가전 사업 역대 최대 성과

조 부회장은 H&A사업본부장 취임 이후 세탁기 사업을 통해 쌓은 1등 DNA를 다른 생활가전으로 확대하며 사업본부의 체질을 바꿔놨다. 

지속적인 R&D 투자, 5대 사업부(냉장고∙세탁기∙에어솔루션∙키친패키지∙컴프&모터) 중심의 고도화된 사업 포트폴리오와 안정적 수익 구조를 기반으로 LG전자 생활가전의 위상을 높였다.

LG전자는 모터, 컴프레서 등 핵심 부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융복합 가전들을 앞세워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2013년 얼음정수기냉장고 △2015년 휘센 듀얼 에어컨, 디오스 오케스트라, 트윈워시 △2016년 코드제로 핸디스틱 터보 물걸레, 듀얼 스타일러,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등 융복합 가전들을 연이어 선보였다.

조 부회장은 올해 국내를 시작으로 해외 론칭을 확대하고 있는 ‘LG 시그니처(LG SIGNATURE)’, 한국과 미국의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을 겨냥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IGNATURE KITCHEN SUITE)’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