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⑤] O2O, 생태계 ‘교란자’ 오명 벗어라

2016-11-29 22:01
생태계 전체로 시야 넓히며 영향력 확대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기존 사업자들과의 갈등. 특히 국내 O2O 업계에서 흔치 않게 접할 수 있는 이슈다. 재화의 흐름을 바꾸는 O2O 서비스가 확장될수록 금전적인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이해관계자도 늘어나면서 관련 갈등은 점차 확산될 전망이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영세한 자영업자 대상 수수료 부과 논란을 겪다 결국 수수료를 폐지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수수료 매출 감소로 인해 실적이 악화됐으나 광고 매출 등의 증가로 지난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반면 우버는 견고한 택시업계의 카르텔을 깨지 못하고 우버엑스 서비스를 종료했다. 전세계로 발을 넓히며 승승장구하던 우버였지만 소위 ‘넘버값’으로 통하며 개인택시 면허가 거래되는 문화를 넘어서지 못했다.

O2O 비즈니스의 특성 상 유저뿐만 아니라 연결해주는 사업자들에게도 호응을 얻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은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뒤흔들 정도로 중요한 이슈다. 문제는 O2O 기업들이 당장의 성장을 위해 수익을 넘어서는 프로모션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적자를 거듭하고 있는 O2O 기업들은 쿠팡의 ‘계획된 적자’ 논리를 펼치고 있지만 해당 전략의 성공사례는 아직 전무하다. O2O 기업의 선구자 격인 우버와 에어비앤비도 여전히 ‘계획된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파격적인 프로모션의 딜레마는 지속될 경우 기존 시장의 질서가 깨진다는 데 있다.

▲ 시장 질서 무시한 성장만능주의 제동 거는 국제사회
오랜 기간 자리잡았던 시장 질서가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O2O가 생태계 교란자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실제 사회적 차원의 제동도 걸리기 시작했다.

지난 달 뉴욕주가 주택 단기 임대자에게 고액의 벌금을 물리기로 하면서 에어비앤비의 사업이 존폐 위기를 겪게 됐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191개에 달하는 국가에서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을 정도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진행해왔으나 안전 보장을 비롯해 주요 관광지의 월세 가격 폭등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이미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덴마크 등에서 유사한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등 6개 도시는 지난달 우버를 삼킨 중국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업체인 디디추싱에 대해 현지 호적자만 운전자로 제한하고 배기량 2000cc 이상 차량만 운행을 허가하는 등의 규제 초안을 발표했다. 상하이 기준 법안에 부합하는 운전자는 3% 미만, 차량은 2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주요 도시의 이 같은 규제는 도시 인구 억제 정책인 후커우 제도와 지역 택시회사와의 관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상생과 혁신 사이에서 합의점 찾는 O2O
O2O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모바일 혁신 속도에 맞춰 사회의 문화와 제도가 빠르게 변하기를 바라지만 O2O가 국내 사회에 자리잡아 가는 분위기는 상생에 기반한 혁신으로 오히려 완화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콜버스다. 콜버스 논란의 핵심은 심야 콜버스 서비스가 택시업계 등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반발 때문이었다. 콜버스는 심야 시간 단거리 이동의 어려움 등 현행 택시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하지만 택시업체들과 수 많은 개인사업자들이 얽혀있는 시장 질서가 무너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너무 큰 상황이었다. 이에 차량 운행은 기존 운수업자들이 담당하고 콜버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콜버스랩 측은 요금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형태로 협의해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 그리던 차량공유에서 승차공유로 사업 방향이 변화되긴 했지만 유저 편의 제공 등의 가치는 유지하고 있는 만큼 성공적으로 합의점을 도출했다는 평가다. 향후 성장하는 O2O 서비스의 경우도 콜버스처럼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경우 사회 전체의 손익을 고려해 운영 전략이 절충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 생태계 전체로 시야 확대하며 변화 모색
국내 주요 O2O 기업들의 경우 각 비즈니스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영역을 확대하며 영향력 강화에 나섰다. 특정 분야의 선도기업이 아닌 전반적인 생태계 혁신을 이끄는 리더로 포지셔닝 하겠다는 복안이다.

옐로오투오는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는 밸류체인을 기존 주요 사업체들의 M&A로 구성하고 있다. 해당 비즈니스에 오랜 기간 종사해 온 전문가들과 경쟁하기보다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혁신을 주도하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숙박 O2O 밸류체인 고도화에 돌입한 옐로오투오는 MRO 비즈니스의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추가적인 M&A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도 신선제품 정기배송업체인 덤앤더머스를 인수 합병해 배민프레시 서비스를 전개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덤앤더머스 외에도 배달전문업체 두바퀴콜, 반찬 정기배송업체 더푸드 등 6개 업체를 M&A했다.

야놀자는 숙박업체들의 편의 증대를 위한 서비스 다각화에 방점을 찍었다. 숙박업체 운영을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를 야놀자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야놀자는 인테리어부터 객실관리 시스템, IoT에 이르기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장시켜왔다. 2011년부터 시작한 프랜차이즈 직·가맹점도 112개에 달한다.

주요 업체들의 경우 성과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언제든 생태계 교란자로 낙인 찍힐 수 있는 만큼 전략적 행보에 대한 실적에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O2O의 경우 워낙 분야가 다양하고 같은 영여이라도 업체들마다 전략이 상이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가는 결국 실적으로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며 “업계가 주목하는 주요 업체들의 경우 실질적인 리딩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투자액이 납득될 수 있는 실적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