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는 국민의 분노를 외면한 것
2016-11-29 15:45
촛불집회의 민심을 외면한 자기 변명
참 답답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3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자신의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특유의 화법이다. 이날 담화 내용을 요약하면 첫째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 둘째 다만 주변을 잘 관리하지 못했다. 셋째 지금 벌어진 문제들도 국가를 위해 추진했다. 넷째 자세한 것은 다음에 밝히겠다. 다섯째 그래서 스스로 내려오지는 않을테니 국회가 알아서 진퇴를 결정해달라다.
야당은 “대통령의 꼼수정치”라고 즉각 반박했다. 꼼수 차원이 아니다. 국정혼란을 일으킨 장본인인 대통령이 여전히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
박 대통령은 지금 당장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야 했다. 국민들의 분노에 정말 고개 숙여 사과하고, 특검은 물론 검찰의 수사도 직접 받겠다고 해야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라고 말했다. 2차 대국민담화 때는 목소리가 떨렸지만, 이날은 이번 사태가 터진 이후 가장 당당한(?) 모습을 연출했다. 담화문을 읽고 돌아설 때 어느 기자가 최순실과의 공범 관계를 묻자, “오늘은 무거운 말씀을 이렇게 드렸기 때문에”라고 질문을 회피했다. 담화 내용 못지않게 국민을 대하는 태도 역시 후안무치했다. 염치가 없음을 후안무치라고 한다.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이다.
국민들은 이날 대통령의 3차 담화를 보고 더 절망했을지 모른다. 이럴려고 주말마다 촛불집회를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지도 모른다.
이번 담화에서는 특검에 대비한 해명성 발언도 담겼다. 검찰의 대면조사를 거부하더니 이제는 새로운 변명으로 특검의 수사를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습니다”고 말했다.
말의 성찬일 뿐이다. 박 대통령이 말한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 때문에 수많은 비리가 드러났고 수많은 사람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된 사람도 많다는 것을 대통령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특검에 나가서 박 대통령이 할 말을 미리 보는 듯 한 느낌이다. 국민들은 절대 이번 담화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설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말한 것처럼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손톱만큼이라도 있으면 혼란의 중심에 서있지 말고 하루속히 퇴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