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위, '2016 국제 등급분류 포럼' 부산 벡스코서 성료

2016-11-25 17:32
영국, 호주 등 6개국 기구-넷플릭스 등 산업계 참여, 디지털 시대 새로운 등급분류 모델 논의

영상물등급위원회는 25알 ;2016 국제 등급분류 포럼'을 성황리에 개최했다.[사진=영등위]


아주경제 이채열 기자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다매체 디지털 시대, 온라인 콘텐츠가 급증하는 가운데 온라인 환경에 걸맞은 새 등급분류 모델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 주목된다.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이경숙)는 25일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2016 국제 등급분류 포럼'을 성황리에 개최하고, 아동, 청소년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환경 구축을 위해 세계 등급분류 기구, 산업계와 함께 다양한 논의를 전개했다.

최근 VOD, IPTV 등 부가영상 시장의 확대와 콘텐츠 플랫폼의 다양화로 전통적인 등급분류 제도를 적용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2016 국제 등급분류 포럼'은 영화에서 영상콘텐츠로 외연을 넓혀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응해 아동, 청소년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고,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등급분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디지털 시대, 온라인 콘텐츠 등급분류 발전 방안'을 주제로 진행된 포럼은 1, 2부로 나누어 진행됐다. 특히 한국과 영국, 호주, 핀란드, 필리핀, 싱가포르 등 6개국 등급분류 기구는 물론,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가 발제자로, 국내 IPTV업체인 SK브로드밴드가 토론자로 참석해 온라인 콘텐츠 등급분류에 대한 세계 등급분류 기구의 다각적인 노력과 산업계의 입장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올해는 1912년 설립, 100년 이상 등급분류 제도를 운영해 온 영국 영화등급분류 위원회(British Board of Film Classification, 이하 BBFC) 최고책임자 데이비드 오스틴(David Austin)이 방문하여 온라인 콘텐츠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데이비드 오스틴(David Austin)은 "온라인 콘텐츠가 점차 늘어나면서, 잠재적인 유해 콘텐츠로부터 가장 효과적으로 청소년을 보호하고, 부모와 산업계가 원하는 등급분류 모델을 고민했다"며 업계-이용자와 협업하는 다양한 등급시스템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영국BBFC는 넷플릭스‧아마존‧아이튠즈 같은 콘텐츠 관련업체가 자발적으로 BBFC의 등급분류를 받도록 하는 '와치앤레이트(Watch&Rate)', 이용자가 자신이 생산한 영상콘텐츠의 선정성, 폭력성 등을 체크하면 자동으로 등급이 결정되는 '유레이트잇(You rate it)'을 시범운영 중이다. 다만 데이비드 오스틴은 "온라인 포르노그래피에 대해서는 강제적인 규제를 하는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도 온라인 환경에 맞도록 제도 개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관련해 황승흠 국민대 교수는 국내 온라인 영상콘텐츠 등급분류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새로운 등급분류 모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황승흠 교수는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소비가 일상화되고, 외국 동영상 서비스 업체의 국내 진출 등으로 영상콘텐츠 등급분류편수가 급증한 것에 주목했다. 그는 VOD를 포함한 영상콘텐츠 등급분류 편수가 전년 대비 51%가 증가해 연말까지 6,500여 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더욱 공정하고 신속한 온라인 콘텐츠 등급분류를 위해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기존 시스템 대신 새로운 등급분류 모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처럼 온라인 등급분류에 대해 다각적인 제도 개선을 고민하는 호주의 사례는 여러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호주 커뮤니케이션, 예술부처 등급분류국(Australian Classification Branch in the Department of Communications and the Arts) 차관보 조지 소티로폴로스는 "전통적인 등급분류의 대상인 영화, DVD, 블루레이 등 오프라인 콘텐츠 이용자는 줄어든 반면, 온라인 콘텐츠 이용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자가등급분류 도구를 활용하거나, 산업계의 자발적인 추천등급을 인정하는 제도, 다큐멘터리 등 등급분류 면제대상을 확대하는 등 부모가 안심할 수 있도록 등급분류 정책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계를 대표해 국내 사업자 SK 브로드밴드, 해외사업자 넷플릭스사가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먼저 넷플릭스 콘텐츠 향상부문 담당 이사(Director of the Enhanced Content team) 마이크 헤이스팅스(Mike Hastings)는 자체 등급분류 프로그램 '태거'(Tagger)를 소개하고, 동영상 서비스 업체가 직접 등급분류를 할 때 온라인 등급분류의 효율성과 청소년 보호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정익 SK브로드밴드 VOD사업팀장도 패널로 참석해 "콘텐츠의 빠른 공급을 위해 업계가 자체적으로 등급을 분류하면, 영등위가 이를 관리 감독하는 모델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핀란드 미디어교육 및 시청각미디어부(Media Education and Audiovisual Media, MEKU) 책임자(Head of Department) 레오 페칼라(Leo Pekkala)는 올바른 영상물 선택을 위한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을, 필리핀 영화 및 방송 등급분류 위원회(Movie and Television Review and Classification Board, MTRCB) 등급분류 위원(Board Member) 엘리자베스 로즈(Elizabeth Rose O. Siguion-Reyna)는 학부모 교육을 통해 청소년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경숙 위원장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온라인 콘텐츠 이용이 가능해졌지만, 물리적으로 모든 콘텐츠를 등급분류하기란 어려움이 있다"며 "등급분류가 시대적 흐름과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며 성숙하는 제도임을 실감케 하는 시간이었다 . 앞으로 디지털 시대에 부모님들이 안심하실 수 있도록, 등급분류 선진화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