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을 만나다] '적당한 불편' 감내하는 '고퀄리티' 라이프스타일

2016-11-24 08:00
라이프 트렌드 2017 | 일철학 | 천재의 생각법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밀린 집안일, TV리모콘과의 손가락 씨름,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주말·휴일엔 '의외로' 할 일이 많아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책 한 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책을 만나다'에서 그런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라이프 트렌드 2017' 김용섭 지음 | 부키 펴냄

 

'라이프 트렌드 2017'                                                                                                                 [사진=부키 제공]




맛집 체험을 위해 한 두 시간 줄 서 기다리기, 한정판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전날 밤부터 가게 앞에서 노숙하기 등등 사람들은 '불편'을 기꺼이 감내하곤 한다. 오히려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핫'한 경험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공유·인증하기를 즐긴다. 약간의 불편을 겪긴 했지만, 그것이 자신의 경험을 더 가치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딱딱한 지표와 통계 대신 우리 일상을 통해 내년의 트렌드를 보여 주는 생활·문화 전용 트렌드서로 자리잡아 온 '라이프 트렌드'는 2017년 핵심 키워드로 '적당한 불편'을 들었다. 이 시리즈는 그 동안 △'좀 놀아 본 오빠들의 귀환'(2013)  △'그녀의 작은 사치'(2014)  △'가면을 쓴 사람들'(2015)  △'그들의 은밀한 취향'(2016) 등을 키워드로 꼽은 바 있다. 

'라이프 트렌드 2017'은 문화와 생활, 비즈니스와 소비 영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열 두 가지 유형의 사람들에 주목한다. 

이들은 적당한 불편을 기꺼이 감수(Inconvenience Consumer)하며, 채식에 사회적으로 동조(Semi-Vegetarian)한다. 수평적 소통의 관계(Dutch Payer)를 원하는 화학적 싱글(Chemical Human)이자 멋쟁이 60대(New Sixty), 오늘만 사는 낭만적 현실주의자(Today族)로서, 저녁이 있는 삶을 지향(Korean Hygge)하고, 고양이를 좋아하거나 닮아가기도(Cat People) 한다.

또한 이들은 당당하게 독립을 거부(New Kangaroo)하며, 매력적인 공짜(Awesome-Free)를 탐하거나 같은 것을 반복적으로(Revolving-Door Consumer)  산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익숙한 과거와 과감하게 결별(Past Breaker)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미래의 라이프 트렌드를 주도할 사람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라이프 트렌드에 대한 '답안'이 아니라 그것을 읽기 위한 '질문'에 가깝다. 트렌드는 살아있는 생명체와도 같아 끊임없이 진화할 뿐만 아니라 변종도 만들어 내고, 생각지도 못할 결합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낳기 때문이다. 

각 이슈를 개별적으로 이해하기보다 '적당한 불편' 트렌드는 채식주의 트렌드와 어떻게 연결되고, 채식주의 트렌드는 신맛 트렌드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그리고 더치페이 트렌드와는 또 어떻게 엮이는지 등을 함께 살펴보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는 책이다. 

384쪽 | 1만6000원


◆ '일철학' 박병원 지음 | 판미동 펴냄

 

'일철학'                                                                                                                             [사진=판미동 제공]



"기능·스펙·직무가 중요하게 다루어지던 시대는 이미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회는 '일이 있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로 꾸려지고 기존의 '협력-협동-융합'이라는 형식적 관계를 넘어서 '근본적 재결합'이라는 본질적 관계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본문 274쪽)

30년 가까이 다양한 현장에서 독자적인 학문체계를 쌓아 온 '현장(現場) 철학자' 박병원은 '일'의 미래를 이 같이 전망하며 "일의 목적과 지향은 오로지 관계를 관계답게 만드는 것 그 하나에 있다. 다른 어떤 가치가 더 강조되거나 우선시되면 일이 아니다. '일한다'는 것은 관계를 관계답게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일은 개인의 행위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행위가 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보편타당한 행위이다. 또 궁극적으로 그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아실현을 하고, 사회성을 획득하며, 역사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일다워진다. 

저자의 일철학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는 '관계'다. 그는 이를 객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동양학의 연기론(緣起論)적 관점을 취한다. '내가 일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나 이전에 이미 일이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불교의 12연기를 통해 '일 아님'과 '일다움'을 살피는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2연기의 시작인 무명(無明)이다. '알아야 할 것을 알지 못하는 것'[不知]', '앎 자체가 없는 것'[無智]을 뜻하는 무명은 관계에 대한 부주의과 무관심을 의미한다. 관계가 얼마나 잘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는지는 염두에 두지 않으면서 관계에 기생·유지하는 단적인 예는 관료주의에 물든 조직과 개인이다.

'노동'(경제학)  '노무'(경영학)  '사무'(조직론) 등 기능주의적 요소로서만 다뤄져 왔던 일을 실존적·철학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를 지닌다. 물론 이런 식의 풀이가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정치·경제·사회 등 총체적 난국에 빠진 원인을 "탁업(濁業)이 난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저자의 해석은 새로운 청량감을 준다.

324쪽 | 1만5800원


◆ '천재의 생각법' 류종열 지음 | 미다스북스 펴냄

 

'천재의 생각법'                                                                                                      [사진=미다스북스 제공]



모세, 다윗부터 아인슈타인, 마크 저커버그, 조지 소로스까지 고대와 근현대를 대표하는 유대인들은 어떻게 역사와 시대의 중심에 섰을까.

이 책은 유대인 '천재'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그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창의성을 발휘했는지 등을 '정보' '상상력' '돈' '언어' '자아'로 정리해 보여주며 핵심적인 성공의 메시지를 도출한다. 

특히 기존에 회자되던 '창의성 교육'의 패러다임을 흔들어 놓으며, 창의성을 지닌 인재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대신 체계적 구성을 통한 생각법 등 실직절인 접근법을 제시한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소통'과 관련한 해결법도 눈길을 끈다.

25년간 진행해 온 '래리 킹 라이브'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던 미국의 유명 앵커 래리 킹은 자신의 소통 성공비결로 '경청'을 꼽았다. 이른바 '래리 킹 화법'으로 소개되는 이 방식은 '대화의 목적은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주도적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이와 동시에 '언어를 지배하는 생각법'을 적용해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외에도 이 책은 정보의 활용법, 상상력의 실현, 돈을 끌어들이는 창의성, 언어의 활용법, 자아성찰 등을 유대인의 지혜와 함께 '생각법'이라는 해법으로 엮어낸다.

저자는 "천재성은 결국 반복된 훈련과 집단적 네트워크의 용광로 속에서 빚어진다"고 말한다. 둔재와 천재의 차이는 지능지수가 아닌 호기심에 있으며, 일반인도 얼마든지 천재성을 계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대인의 지혜 혹은 유대인적 사고방식이 현대사회의 단단한 '불통 벽'을 어떻게 깨뜨리는지 흥미롭게 설파한 책이다. 

320쪽 | 1만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