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방치건축물 선도사업’ 난항…연내 정비계획 수립 어려워

2016-11-21 08:26
과천 우정병원, 반발·소송 등으로 지지부진…전남 순천·경북 영천도 진전 없어
일부 사업지 선정 취소 가능성 대두…국토부, 2차 선도사업 대상 이달 말 발표

19년째 방치된 경기 과천시 가현동 우정병원.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장기 방치건축물 선도사업'으로 선정됐으나, 토지·건물주 반발 등으로 제대로 된 협의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장기 방치건축물 선도산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토지·건물주 등과의 협의부터 큰 진전이 없어 연내 정비계획을 수립하겠다는 목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말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우정병원 △강원도 원주시 우산동 주상복합아파트 △전라남도 순천시 덕암동 병원 △경상북도 영천시 교육시설 등 4곳을 방치건축물 정비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해당 건축물들은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9년간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돼 안전사고 및 범죄발생 위험이 큰 상황이다.

이에 국토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위탁사업자로 지정해 방치된 건축물을 감정평가액 이내에서 협의 보상으로 매입해 완공 또는 철거 후 재건축하거나, 기존 건축주의 사업재개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비사업 대상을 선정하고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간 지 1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큰 진전을 보인 사업장은 강원 원주 우산동 주상복합아파트가 유일하다.

1995년 착공 이후 공사 중단과 재개가 반복돼온 원주 우산동 주상복합아파트는 최근까지 도시 미관을 해치고 가설자재 등이 도로 위로 떨어지는 등 주민 안전을 위협해왔다.

국토부와 LH, 원주시는 건축주가 미완공된 아파트를 헐고 오피스텔 신축을 희망함에 따라 기본정비계획 수립과 주택도시기금 융자, 신속한 행정절차 진행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반면, 나머지 사업장 3곳은 토지주와 건물주 등과의 협의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해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특히 과천 우정병원의 경우에는 과천시와 LH가 지난 달 초 건축주인 거붕의료재단과 협의에 나섰지만, 재단 측이 LH가 이미 매입가격을 낮게 책정했다는 점에 반발해 제대로 된 협상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특히 토지주인 보성산업이 건물주인 거붕의료재단을 상대로 건축주 명의변경 소송과 건물철거 소송을 내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여기에 보성산업은 국토부의 방치건축물 정비사업보다 자체적인 정비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남 순천 덕암동 병원과 경북 영천 교육시설 역시 채권자와의 세부조건 이견으로 의미 있는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두 사업장은 원주와 과천의 경우와 달리, 관계기관 간의 업무협약(MOU)도 맺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연내 해당 방치건축물들의 구체적인 정비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국토부의 목표는 사실상 무산됐다. 상황에 따라서는 일부 사업장이 정비사업 대상에서 취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국토부는 방치건축물 선도사업을 추진하며 이해관계인의 비협조가 발생할 경우, 타 지자체 수요지구로 대체 선정할 방침을 밝혔다. 이미 국토부는 지난 7월부터 진행해온 공사중단 방치건축물 2차 선도사업 대상지 공모와 현지 실사 등을 최근 마무리했다. 최종 사업지 4곳은 이달 말 발표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사업장들은 민간에서 손을 전혀 못 쓰게 된 상황이라 정부가 개입하더라도 협의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해 기존 구상보다 지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협의 금액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려는 소유주와의 이견 등 어려움이 많지만, 다소 사업이 지연되더라도 지속 추진해 방치건축물 해결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