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피의자' 수사결과 발표에 정치권 '탄핵론' 급부상
2016-11-20 17:00
아주경제 주진 기자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20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각종 범죄 혐의에 “상당 부분 공모관계가 인정되며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치권이 ‘탄핵 정국’으로 급속히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여권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이 현행법을 위반한 정황이 확실한 만큼 대통령에 대한 탄핵요건이 갖춰진 것"이라며 탄핵 절차에 돌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 탄핵 사유의 요건을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로 규정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경우 검찰은 사실상 국정 기능을 비선실세에게 ‘이양’하는 각종 범죄를 공모했으며, 수백억원대 뇌물 수수 과정에도 관여했다고 밝힌 셈이어서 탄핵 요건은 충분하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하야나 2선 후퇴를 거부하는 박 대통령에 대해 유일한 방안은 탄핵뿐이라는 의견도 힘이 실리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는 이날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검찰 중간 수사 결과를 통해 드러난 박 대통령의 범죄 정황이 명확한 만큼 박 대통령의 출당과 탄핵 절차를 밟아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도 검찰 중간 수사 발표와 관련 "박 대통령의 탄핵요건이 형성됐다"며 퇴진을 거듭 촉구했다.
검찰이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은 데 대해서는 "몸통인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면죄부 발표"라고 비판하며 박 대통령에 대한 '강제소환' 등을 포함한 즉각적 소환조사를 요구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과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을 비롯해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 공동대표, 천정배 전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8인은 이날 오후 1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 탄핵과 향후 정국 해법을 논의했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이제 스스로 결단을 내려 먼저 퇴진을 선언하고 이후에 질서 있게 퇴진할 수 있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하길 바란다"면서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그런 결단을 내려준다면 대통령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 뿐만 아니라 퇴진 후에도 대통령의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탄핵 절차와 함께 거국중립내각 총리 인선 문제도 본격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박지원 국민의 당 비대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탄핵 추진 등에 따른 업무 정지 시 거국내각 총리에게 직무대행을 맡겨야 하기 때문에 총리 인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해 헌법재판소로 넘길 경우 박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탄핵 절차를 밟는다 해도 실제 탄핵이 현실화되기까지는 험난하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려면 국회의원 재적 의원 3분의 2, 즉 최소 200명 이상 의원들이 찬성해야 하는데, 무소속을 포함한다고 해도 야권 전체 의석수는 171석으로 탄핵안 가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다. 여당 이탈표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또 헌법재판소는 현행법상 탄핵안을 180일 안에만 심판하면 돼 가결 이후 최대 6개월 동안 국정 공백과 혼란은 불가피하다. 보수적 성향이 짙은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이 찬성해야 탄핵이 이뤄진다. 탄핵 부결 시 야권이 되레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정치권의 탄핵론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오히려 하야보다는 탄핵 카드에 반색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탄핵은 국회의 권한이고,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며 "우리로서는 야권이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