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GSOMIA 절차 문제 삼았던 朴대통령, 이번엔 속전속결
2016-11-09 18:04
아주경제 박준형 기자 =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혼란한 상황에서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4년 전 GSOMIA의 절차를 문제 삼았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에는 입장을 바꿔 국민적 공감대 형성 과정 없이 속전속결로 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9일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양측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GSOMIA 체결을 위한 2차 실무협의를 개최했다. 지난 1일 도쿄에서 1차 과장급 실무협의를 한 지 8일 만이다.
양측은 이날 협정 문안을 중심으로 관련사항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양측은 최종 서명에 앞서 이날 협의에서 사실상 조율을 끝낸 것으로 보인다.
협정 문안이 완성되면 한국은 국무회의에서, 일본은 각의에서 각각 협정 체결안을 처리한다. 이후 서명식을 거치면 협정은 공식 발효된다. 일본이 협정 체결을 재촉하면서 양측은 내달 초까지 서명하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GSOMIA는 특정 국가들끼리 군사기밀을 공유하기 위해 맺는 협정이다. 한일 양국은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협정 체결 직전까지 갔으나 비밀리에 추진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전격 취소된 바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당시 절차와 과정에 문제를 삼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명박 정부는 2012년 6월 29일 협정 체결을 코앞에 뒀다. 하지만 ‘꼼수처리’, ‘밀실처리’라는 여야 정치권과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자 일본 측에 서명이 어렵다는 입장을 통보했고 협정 체결은 무산됐다. 당일 오후 4시로 예정된 서명을 불과 1시간 30분 정도 남겨둔 시점이었다.
이후 협정 체결 연기 과정에서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유력 후보였던 박 대통령의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19대 국회 개원식이 열린 7월 2일 본회의장 앞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절차와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국회가 개원했으니 상임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독단으로 추진한 GSOMIA에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근혜 정부가 제대로 된 절차와 과정 없이 GSOMIA를 강행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이 사실상 상실된 상태에서 GSOMIA를 강행 추진하는 것을 두고 국민의 눈을 피해 졸속으로 처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본군 위안부, 독도, 역사 왜곡 등으로 일본 아베 정권에 대한 국민정서가 곱지 않은 상황이라 후폭풍은 4년 전보다 더욱 거셀 전망이다.
한일 양국 정부가 합의하더라도 서명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있다. 야당이 GSOMIA 체결을 반대하며 국회 비준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60조 1항은 정부가 체결하는 주요 조약에 대한 국회의 비준 동의권을 명시하고 있다. 야당의 추천을 받은 책임총리가 반대할 경우 GSOMIA는 또 다시 무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으로부터 받을 정보도 없고 오직 대민 정보만 일본에 바치는 협정”이라며 “도대체 대민 군사 정보를 일본에 바치는게 왜 북핵 무기를 막는 것인가”라며 “협정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독립유공자유족회와 한민족운동단체연합, 희망시민연대 등 120여개 단체로 구성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반대 민족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하야, 탄핵이 거론되는 이 즈음에 사회적 비판과 분노를 겸허히 수용하기는커녕 국회와 국민 모두가 반대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강행하려는 박근혜 정권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과거사 문제 해결 없는 제2의 을사늑약,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한일 양국은 이날 미국과 함께 한미일 미사일 경보훈련을 실시하는 등 3각 군사공조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이날부터 10일까지 한국 및 일본 인근 해역에서 한미일 미사일 경보훈련을 실시한다. 3국이 합동으로 미사일 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지난 6월 이후 두 번째다.
일각에서는 3국의 미사일 경보훈련이 3국 미사일방어체계(MD)를 통합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한미일 3국이 이번 훈련 이후 앞으로 미사일 경보훈련을 정례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