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협정, 북핵 대응 차원에서 필요는 한데…

2016-10-27 14:47

아주경제 박준형 기자 = 정부가 논란의 소지가 있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협상을 4년여 만에 재개하기로 한 것은 갈수록 증대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 북한 연이은 도발…지난 1년간 한일 군사공조 가속화

한일 양국이 본격적으로 군사정보 관련 교류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당시 한미일 3국은 미국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를 공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보공유약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은 미국을 경유하기 때문에 유사시 한일간 실시간 정보 교환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올해 들어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핵·미사일 도발이 고도화되자 정부는 한반도 정세가 심상찮다고 판단하고 한일간 통로 마련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올해 들어 북한의 2차례 핵실험과 20여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안보상황이 날로 엄중해지고 비상한 상태에 있다”며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정보협력 체계를 심화, 확대하는 것이 우리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하고 있고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은 이미 그동안 군사공조를 가속화하기 위한 긴밀한 움직임을 보여 왔기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미일 3국 국방장관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대화(아시아안보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지난 6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3국이 하와이 주변 해역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탐지·추적하는 미사일 경보훈련을 실시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9월 라오스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 한미일 3국간 강력한 공조체제를 통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한미 국방장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일 미사일 경보훈련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이 외에도 한미일 국방 당국은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 공유를 강화하기 위한 화상회의를 꾸준히 개최했으며, 한미 해군 및 일본 해상자위대는 지난 22~23일 제주 동방 공해상에서 4년여 만에 처음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적재 의심 선박을 식별, 검색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사시 한미 연합전력은 주일미군을 중심으로 하는 후방사령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 사실상 일본의 협력 없이는 전쟁이 불가능한 구조기 때문이다.

◆ 미국 입김 작용?…미일 MD편입 논란 우려

이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논의 재개 결정에는 미국의 입김이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은 그간 한미일 3국의 군사협력 강화를 위해서는 한일 간 군사협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하지만 이면에는 한국, 일본과의 동맹 강화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패권을 노리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이 중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일을 묶어 중국을 봉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한일 양국의 관계 회복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이 일본, 필리핀을 측면 지원하면서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에 개입하고 있는 것,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은 채 자위대 재무장 등 군사력 팽창을 시도하고 있는 일본 정부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 한반도 배치에 이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으로 한미일 군사정보 공조체제가 강화될 경우 미일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논란이 예상된다. 더구나 군 당국은 경북 성주에 배치되는 사드가 탐지한 정보를 일본과 공유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 미일 MD 편입 의혹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대북 군사정보는 일본 측에 무제한 제공되는 것은 아니고 필요할 때 사안별로 면밀한 검토 후에 제공할 것”이라며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되면 북한 핵과 미사일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신화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