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헌법상 내각통할·임명제청·해임건의권 모두 보장"

2016-11-09 15:44
2선 퇴진에는 '헌법 한계' 부정적…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면담을 마친 후 국회를 나가며 정 의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주진 기자 =청와대는 9일 국회 추천 총리 임명이 사실상 거국중립 내각 수립을 의미하며, 국회 추천 총리와 협의를 통해 국정을 이끌어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야권이 요구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 책임총리·거국내각 수립 등에 대해 ‘(대통령의 권한이 명시된) 헌법에 위배된다’는 애매모호한 입장만을 내놨다.

사실상 앞으로도 박 대통령이 권한을 내려놓지 않고 국정 전반을 이끌고 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에 대한 하야·탄핵을 요구하는 국민적 분노에 비춰볼 때 민심과 많이 동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 문제 역시 ‘답변하기에 부적절하다’며 즉답을 피해 야권의 요구와도 역시 괴리감을 드러냈다.

배성례 홍보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지난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달라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지체 없이 임명해 거국중립내각의 취지를 살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배 수석은 "총리에 강력한 힘을 드리고 능력 있고 좋은 분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지체 없이 빨리 임명하겠다는 뜻"이라며 "국회에서 총리를 빨리 추천해주셔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는 간절한 호소"라고 밝혔다.

배 수석은 이어 "거국중립내각은 헌법에 없는 언어이지만 그 권한을 총리에게 드려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대통령 말씀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총리의 권한인 내각 통할권, 각료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 모두를 앞으로 총리가 강력하게 행사하는 것을 대통령이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총리에게 장관 임명권을 완전히 넘기는 것이냐'는 질문에 "헌법의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고, 대통령의 권한 이양과 2선 후퇴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에는 "좌우간 지금 대통령이 여야, 특히 야당 의견을 들어 협치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리에게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준다는 것으로, 총리가 훌륭한 분을 장관으로 추천하면 같이 협의해서 임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헌법87조에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한다’,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결국 헌법 테두리 안에서 총리의 권한을 보장하겠다는 얘기다. 결국 야권이 요구하고 있는 총리의 장관 임면권을 제청권으로 제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야권으로부터 애매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총리의 권한인 ‘내각 통할’이라는 의미도 같은 맥락인 셈이다. 

이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로 헌정이 중단된 상황을 박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수사를 받는다고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지 말란 이야긴가. 그건 아니다"라며 "나라가 가야 하는데 헌정 중단 자체, 이것은 불행한 일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헌법학자들은 박 대통령의 2선 퇴진 선언 없이도 기존 헌법만으로도 책임 총리제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헌법학자는 “대통령이 사고로 인해 정상적인 직무 수행을 못하는 것에 해당돼 총리에게 직무를 위임할 수 있다”며 “대통령의 2선 퇴진이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다”는 견해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