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韓 안보 무임승차론' 수면위…방위비 분담금 상승 현실로

2016-11-09 17:12
북핵문제&외교안보 미치는 영향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한반도의 군사·안보 문제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 정부가 추진했던 각종 외교 안보 정책에 대한 전체적인 재점검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도 이를 의식해 9일 오후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미국 대선 결과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향후 방안을 논의했다. 

앞으로 한미 관계에 있어 북핵 문제와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주한미군 철수와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한반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은 현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 경제·외교·안보에 미칠 영향과 대응방안을 점검하는 당정 협의회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용표 통일부 장관, 윤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 북핵 문제와 주한 미군 철수

트럼프 당선자는 줄곧 주한미군과 관련해 방위비 분담 문제를 거론해 왔다. 분담 비율을 늘리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전통적인 한미 관계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북핵' 문제의 경우 트럼프 당선자는 '압박'과 '대화'를 앞세운 대북정책으로 북한 비핵화 해법을 마련해나가겠다는 기조지만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북한 김정은과도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그는 방송 매체 등을 통해 김정은을 '미치광이(maniac)'라고 표현하고 "그 자를 사라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노골적인 비판을 내놓기도 했지만, 북핵을 두고 북한과 협상하지 않는 것 또한 어리석은 일이라고 주장해 대화와 응징이라는 양면 작전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자는 또 '한·미·일 3각 동맹'을 강조해온 만큼 일본 오키나와(沖繩)와 괌 기지에 있는 전략자산의 순환배치도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미국 내 시퀘스터(자동 예산삭감)에 따른 부담과 신고립주의 여론의 확산으로 미국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의 일정 부분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맹국가들이 미국 군사력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트럼프는 지난 5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주한미군의 인적비용을 100% 부담하는 것이 왜 안 되느냐"고 밝히기도 했다.

◆ 한반도 사드 배치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내년 6∼8월까지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한다는 결정을 번복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사드 배치는 오히려 국내 변수가 더 많은 상황이다.

사드 배치를 주도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위기에 처한 정치적 상황과 함께 사드배치 후보지 매입 협상도 순조롭지 않은 상황이다.

전작권 환수

트럼프 정권에서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협상 과정에서 '전작권 시기'를 연동시켜 조기 전환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한·미는 전작권 관련 2014년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환수 시기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킬 체인이 구축되는 2020년대 중반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사진=연합]

양국은 우리 군의 자주국방능력과 한반도 안보환경이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수준이 됐는지 여부를 매년 평가해 환수 시기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발 외교·안보 적 쓰나미를 맞게 될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 미국의 동의 하에 핵무장의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안보를 미국의 핵우산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온 기존의 안보정책을 이제는 독자적 핵보유를 통해 한국의 안보를 한국이 스스로 책임지면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에 의존하는 보다 건강하고 균형적인 동맹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어 "한국이 먼저 핵무장을 선택하지 않더라도 일본이 먼저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다"며 "이제는 한국사회가 트럼프 당선 이후 동북아 안보지형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개표 관전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한미관계는 변함없이 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