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리 가정에 함께 사는 ‘두 소방관’ …인천부평소방서장 노경환

2016-11-08 10:32

인천부평소방서장 노경환[1]

겨울과 관련하여 알고 있는 속담이 하나 있다. ‘겨울이 다 되어야 솔이 푸른 줄 안다’.

이 말은 산야에서 푸른빛이 다 없어진 한겨울이 되어야 솔[松]이 비로소 푸른 줄 안다 함이니, 난세가 되어야 훌륭한 사람이 뚜렷이 나타나 보인다는 의미다.

겨울이 되어 다른 나무의 잎들이 다 떨어진 뒤에야 사철 푸른 소나무의 푸른색이 더욱 뚜렷이 나타나듯이 사람도 어려운 때를 당해서야 훌륭한 사람의 진가가 드러남을 비유한 속담이다.

우리 소방에서도 이 속담과 어울리는 소방시설 두 형제가 있는데 어려운 때 진가를 발휘하는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70%가 공동주택에 살고 있다.

최근 아파트 분양 CF를 보면 ‘요즘 아이들의 고향은 아파트다‘ 라고 하며 아이들을 위한 안전시설을 부각하는 광고의 내용도 사실 낯설지 않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소방시설을 설치하고 유지관리가 되도록 법으로 정해져있지만, 일반 가정은 주택용 소방시설을 2017년 2월 4일까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한다는 소방 시설법 개정이 5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었음에도 알지 못해서, 설마 하는 안일함으로 매 하루를 넘기는 위험성을 키우고 있었을지 모른다.

최근 3년간 전체 화재의 25%가 주택에서 발생하였고 화재 사망자의 60.7%가 주택에서 발생하였는데 그 중 83%가 단독주택 등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들으면 조금은 다시 상기하게 될 것이다.

설치 대상으로는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 일반 주택에 소화기는 세대별, 층별 1개 이상을 구비하고 단독경보형감지기는 구획된 공간(방, 거실 등)마다 1개씩 설치하여야 한다.

우리 소방공무원들에게 겨울은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는 낭만은 잠깐뿐 전체 화재 가운데 40%를 차지하고 인명피해도 절반 가까이 육박해 긴장의 고삐를 놓쳐선 안 되는 시기이다.

이러한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염두하고 “나 하나쯤이야”, “이런 것쯤이야” 하는 사사롭게 넘기는 작은 생각이 대형 사고를 키우는 것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으로 유명한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것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연의 이치로 발생하는 재난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할 도리가 없다만 스스로 지키고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 첫 손길로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 라는 두 소방관을 우리 가정의 소중한 가족으로 맞아들이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