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친박 지도부, 비주류 압박에도 '버티기'…장고 끝 악수?

2016-11-02 16:17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새누리당의 내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다.

비박(비박근혜)계는 지도부 퇴진 주장에 이어 2일 청와대 개각까지 싸잡아 비판하며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지도부를 비롯한 친박(친박근혜)계는 여전히 청와대 비호에 나서며 '버티기'로 일관해 논란을 낳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오른쪽)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서 정병국 의원(왼쪽)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비박 "개각 반대" VS 이정현 "거국내각 가까운 추천"

청와대가 이날 개각을 발표하던 시각,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는 최고위원과 중진의원 연석간담회가 열리고 있었다.

비주류 중진인 정병국(5선) 의원은 "대통령이 총리 인선 발표했는데 사전에 알았느냐"라고 물었고, 이정현 대표는 받은 쪽지를 들어올리며 "지금 알았다"고 답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이렇게 하면 여기서 우리가 백날 떠들어봐야 소용 없는 것 아닌가"라며 "대통령께 (현 상황에 대해) 중지를 모아 말씀을 드리려고 하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회의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비난했다.

정 의원은 이후 국회 정론관에서 별도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오늘 내각 인선은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면서 사죄의 뜻을 밝혔다. 또한 "사태를 수습하려면 그렇게(지명철회) 해야 되지 않겠나, 아니면 지명받은 사람이 스스로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3선의 김용태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의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을 반대한다"는 한 줄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는 당 차원에서 나온 공식 논평과 배치되는 발언들이다. 친박 지도부는 청와대 개각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국면 전환에 애를 쓰는 모습이다.

이날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오늘 개각 발표는 정치권이 요구하고 있는 거국중립내각의 취지에 맞는 인사이자, 위기에 처한 국정을 안정시키고 정상화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사전 파악 여부에 대해 "그런 내용들을 다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자는) 청와대에서 4년간 정책실장을 하며 노무현 정부의 모든 정책틀을 다 짜신 분으로, 노무현 정권이 잘했다면 그건 김병준 내정자의 덕이 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거국내각에 가까운 추천'이라고도 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은 정진석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 이정현, 사실상 '사퇴' 거부…4일 의원총회 '분수령'

개각 뿐 아니라 지도부 거취에 있어서도 계파 간 대립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 대표는 퇴진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여기서 밀리면 대선 정국에서 사실상 비박계에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다는 계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앞서 친박계의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의 주도로 모인 친박 의원들은 '어떤 경우에도 이 대표 사퇴는 안 된다, (비주류와) 전쟁하자'는 얘길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간담회에서 "지도부가 사임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야 하는 것이 사태 수습"이라며 "이 대표가 과거에 무슨 일을 하셨고 그동안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이런 부분을 거론하면서까지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이것이 국민적 여론"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발끈하며 "제가 뭘 했다고 지적하려고 하시는지 말씀해보라. 제가 당 대표고 공당의 공식 회의를 하고 있는 자리다"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말을 취소하라는 이 대표와 반박하는 정 의원 간 한바탕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주호영 (4선) 의원 역시 "당 지도부 역시 내각, 청와대 못지 않게 책임이 크다"면서 지도부의 퇴진을 촉구했다. 

반면 친박인사인 정우택(4선) 의원은 "사퇴가 이뤄지더라도 출근길 지하철에서 등 떠밀듯 몰아내는 모습은 좋지 않다"면서 "이정현 대표가 그래도 어느 단계까지는 정리를 해 놓고 그 다음 의견을 모아 일정을 제시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문종(4선) 의원 역시 "30만 당원이 뽑은 당 대표인데 우리가 물러나라 마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지도부께서 빠른 시일 내 잘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옹호했다.

당내에서는 친박의 이 같은 '버티기' 행보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칫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비박계에서 내홍을 '계파 주도권 싸움'으로 보는 시선을 경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여권의 대권 잠룡인 유승민 의원은 "어떤 경우든 친박, 비박 이렇게 나눠서 국민에게 서로 싸우는 모습으로 오해받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관심은 오는 4일 열리는 의원총회로 쏠린다. 이날 회의 결과가 당 지도부 거취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