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25사사구 쏟아진 ‘민망한 PO’…득점은 고작 ‘3점’

2016-10-24 23:39

[볼넷만 5개를 허용한 채 강판되는 NC 다이노스 투수 장현식.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25사사구. 몹시 민망한 불명예 기록이 명승부가 펼쳐져야 할 플레이오프에서 나왔다. KBO리그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 사사구 기록이다. 더 민망한 것은 양 팀 합산 득점이 고작 3점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치열한 연장 11회 혈투. LG 트윈스가 끝내기 안타로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엄청난 호수비도 수차례 나왔다. 하지만 명승부라고 보기엔 부끄러운 졸전이었다.

LG는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양석환의 끝내기 내야 안타로 2-1 승리를 거뒀다. 마산 원정에서 2연패를 당해 벼랑 끝에 몰렸던 LG는 잠실 안방에서 값진 승리를 따내며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양 팀 모두 웃을 수 없는 경기였다. 명품 투수전도, 난타전도 아니었다. 차려진 밥상을 먹지 못하고 수차례 엎은 끝에 결국 바닥에 떨어진 고기 한 점을 주워 먹은 팀이 이긴 경기였다.

LG와 NC는 9회 정규이닝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9회까지 기록한 사사구만 22개였고, 연장전에서 3개의 사사구가 추가됐다. 이 가운데 볼넷은 19개, 몸에 맞는 공은 6개가 나왔다. NC가 13개의 볼넷에 3개의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고, LG는 6개의 볼넷과 3개의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경기 초반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NC 선발 투수 장현식이 1회말 볼넷만 4개를 내주며 밀어내기로 1실점했다. 장현식은 2회에도 볼넷을 하나 더 허용한 뒤 조기 강판됐다.

이것은 사사구의 서막이었다. 장현식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최금강도 볼넷 4개를 내줬고, 3번째 투수 임창민도 볼넷 2개를 추가했다. NC는 6회까지 볼넷 11개를 기록했다. 11볼넷은 포스트시즌 역대 한 경기 팀 최다 볼넷 허용 신기록이었다. NC는 한 경기 최다 볼넷 허용 신기록을 13개까지 늘렸다. 또 이민호는 볼넷은 없었지만 몸에 맞는 볼을 3개나 허용했다. 16사사구 역시 최다 기록 불명예였다.

LG도 거들었다. LG 선발 투수 류제국은 4볼넷과 몸에 맞는 공 3개로 총 7개의 사사구를 기록했다. 임정우도 볼넷 2개를 보태 9개의 사사구를 쌓았다.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사사구 신기록도 차곡차곡 늘었다.

LG 외야수 이천웅은 포스트시즌 역대 가장 많은 사사구를 얻어낸 선수로 기록됐다. 이날 경기 첫 타석부터 네 번째 타석까지 4연속 볼넷을 얻어내 한 경기 최다 볼넷을 골라낸 5번째 선수가 됐고, 다섯 번째 타석에서는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해 한 경기 최다 5사사구 진기록도 세웠다.

양 팀이 이날 11이닝 동안 만들어낸 안타는 LG 6개, NC 6개로 12개에 불과했다. 특히 LG는 6번의 만루 찬스에서 타점은 밀어내기 볼넷 하나가 전부였다.

그래도 승패는 갈렸다. NC는 결국 볼넷에 울었다. 연장 11회말 6번째 투수로 나선 김진성이 선두타자 루이스 히메네스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위기를 자초했고, 오지환의 안타와 채은성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 위기에 몰렸다.

LG는 황목치승 타석에서 양석환을 대타 기용해 승부수를 띄웠다. 양석환은 김진성의 1볼 이후 2구째를 타격해 투수를 맞고 유격수 앞에 흐르는 내야 안타로 3루 주자 히메네스를 홈에 불러들여 경기를 끝냈다.

LG는 극적인 끝내기 승리에 기쁨을 만끽했다. NC는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한 숨만 나온 플레이오프 3차전이었다. 4차전은 2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