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선] 트럼프 때리느라 바빠 클린턴 약점에 침묵하는 美 언론

2016-10-17 17:56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미국 언론이 트럼프의 10년 전 음담패설이나 성추문은 앞다투어 보도하면서도 힐러리의 약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어 문제가 있다는 칼럼을 현지시간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게재했다.

킴벌리 스트라셀 WSJ 칼럼니스트는 일반 유권자들은 미국의 TV나 신문 등 주류 언론들이 일주일 내내 트럼프의 성추문은 대문짝만하게 다루면서도 위키리크스가 연일 클린턴의 잘못을 증명하는 자료를 쏟아내도 이 내용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지적하며 위키리크스의 폭로를 찬찬히 살펴보며 미국 대통령으로서 클린턴의 자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폭로된 내용에 따르면 2015년 6월 에리카 로텐버그 전 링크드인 법률고문은 클린턴 캠프에 보내는 이메일에서 “기밀 자료를 확인할 때 개인 서버를 이용하는 것이 어떻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 클린턴이 왜 스스로 판단해서 기밀 자료를 삭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적었다. 또한 로젠버그는 “클린턴이 마치 법 위에 있는 듯 행동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클린턴 캠프 직원들은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한 국회의 소환장을 어떻게 회피할지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클린턴 캠프는 포커스 그룹(시장 조사나 여론 조사를 위해 각 계층을 대표하도록 뽑은 소수의 사람들)을 활용해 이메일 스캔들을 어떻게 하면 벵가지 영사관 테러 조사의 일환으로 생각하도록 눈속임하고 모두 공화당이 만들어낸 음모처럼 보이게 할 수 있을지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주 한 고위 FBI 인사는 폭스뉴스에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조사한 정보요원들과 검사 대다수는 “클린턴을 기소했어야 한다고 느낀다”며 불기소 결정은 상부의 지시였다고 폭로했다. 또한 미국 국무부는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대응을 클린턴 캠프와 함께 논의했고 법무부는 스캔들 조사 과정을 클린턴 캠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위키리크스 폭로에 따르면 클린턴 재임 시절 국무부는 클린턴 재단 기부자들을 특별 대우했다. 2010년 클린턴의 선임 보좌관이 재단 관리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는 아이티 지진에 기부한 단체 중 누가 ‘빌 클린턴의 친구들(Friends of Bill)’이고 누가 '빌 클린턴의 VIP(William Jefferson Clinton VIPs)‘인지 힐러리 클린턴에게 알리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이 명단에 포함된 이들이 이후 국무부와의 사업 계약을 따낸 것으로 보인다고 칼럼은 전했다.  

클린턴 캠프와 미국진보센터가 미국 유권자들을 클린턴을 지지하도록 회유하거나 침묵하게 만들어야 하는 멍청하고 귀찮은 존재로 인식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2011년 4월 힐러리 캠프 공보관인 제니퍼 팔미에리와 존 핼핀 미국진보센터 연구원은 공화당원들을 구식 남녀관계를 믿는 가톨릭교도라고 조롱하고 샌더스 지지자들에 대해서는 “독불장군”이라고 평가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또한 CNN 정치평론가 출신인 도나 브라질이 지난 3월 CNN이 주최하는 민주당 경선후보 토론회에 앞서 질문을 미리 클린턴 캠프에 전달했음이 확인되어 언론 역시 클린턴의 호주머니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클린턴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자신의 입장을 180도 전환할 수 있다는 사실도 증명됐다. 클린턴이 월가에 고액의 보수를 받고 전달한 연설을 보면 클린턴 대중 앞에서 보였던 은행, 부자, 국경, 에너지 부문에 대한 태도와는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클린턴 캠프는 끊임없이 어떤 태도를 취할 때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강한 호소력을 가질지를 고민했다.

WSJ 칼럼은 모든 언론이 일제히 트럼프의 성추문 기사를 쏟아내는 데 너무 혈안이 되어 있어 유권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지나쳤을지 모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