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NLL 파동, ‘송민순 회고록’…4대 쟁점은

2016-10-17 16:50
‘송민순 회고록’ 파동, 제2의 사초폐기 논란으로 격상…文 개입 여부 등 정국 격랑 불가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대선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 창립 준비 심포지엄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제2의 북방한계선(NLL) 파동으로 치달은 ‘송민순 회고록’의 최대 쟁점은 지난 2007년 유엔(UN)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노무현 정부가 ‘기권’ 결정을 한 과정에서 북한에 의견을 구했는지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비핵화와 통일외교의 현장’ 내용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핵심 인사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네 가지 파생 의혹을 풀어야만 진실에 근접할 수 있다.

◆‘20일? 16일?’…18일 서별관회의 무슨 일이

17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송민순 회고록’의 핵심 쟁점은 △정부의 ‘기권’ 결정 시점 △11월 20일 쪽지 성격 △문 전 대표 역할 △청와대 안보회의록 공개 등이다.

먼저 노무현 정부의 ‘기권’ 결정 시점이다. 송 전 장관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남북정상회담(2007년 10월2일∼4일) 이후 북한인권결의안 찬반을 놓고 갑론을박을 펼쳤다. 같은 해 11월 15일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1차)를 시작으로 16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 주재 회의(2차), 18일 서별관회의(3차) 등 세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송 전 장관은 ‘찬성’을 주장한 반면, 당시 김만복 국가정보원(국정원) 원장과 이재정 통일부 장관, 백종천 전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실장은 ‘기권’ 의견을 표명했다. ‘3대 1’로 ‘기권’ 의견이 우세했던 셈이다. 문 전 대표는 이를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여기까지는 당사자들의 의견이 일치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송 전 장관을 제외한 문 전 대표 등은 노 전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관저에서 가진 비공개회의에서 ‘기권’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더민주 의원도 “16일에 ‘기권’으로 최종 결정됐다”고 말했다.
 

국회 의사당. 17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송민순 회고록’의 핵심 쟁점은 △정부의 ‘기권’ 결정 시점 △11월 20일 쪽지 성격 △문 전 대표 역할 △청와대 안보회의록 공개 등이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tlsgud80@]


◆20일 쪽지, ‘北 전달? 단순 동향보고?’

하지만 송 전 장관은 같은 날 10시께 장관직을 걸고 노 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이후 18일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다시 소집됐다. 이 자리에서도 갑론을박이 일자, 김 전 원장이 남북 채널을 가동해 북한에 의견을 확인하자고 제안했고 문 전 대표가 이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이후 북한에 의견을 물은 뒤 ‘기권’으로 결정했다는 게 송 전 장관의 주장이다.

송 전 장관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20일 백 전 실장에게 받았다는 ‘쪽지’도 논란거리다. 노 전 대통령은 이들과 함께 서별관회의 다음날인 19일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차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이 쪽지에는 ‘인권결의안 찬성 정당성 결여’ 등의 내용이 담겼다. 송 전 장관은 이 쪽지가 북한에서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북한의 ‘사전 문의’ 의혹의 개연성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가라는 얘기다. 이에 백 전 장관 등은 “국정원 등의 동향 자료”라고 반박한다. 이 과정에서 문 전 대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일각에선 ‘송민순 회고록’ 의혹 해소를 위한 묘수로 당시 청와대 안보회의록 공개를 꼽는다.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따르면 자료제출 요구의 불응 기간을 15년 범위에서 정할 수 있다. 외교·안보와 직결한 ‘송민순 회고록’은 15년간 열람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의결 시 제한적 열람 등은 가능하다.
 

정전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정현 대표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