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221년만에 다시 펼쳐진 정조대왕 을묘원행… 서울시, 창덕궁부터 1200여 명에 말 168필 행차

2016-10-09 10:32
배다리 시도식 재현 박원순 시장 "관용차 타고 왔습니다" 웃음꽃

8일 '2016년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행사'에서 행렬이 서울 한강공원이촌지구와 노들섬을 잇는 배다리를 건너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강승훈·김문기 기자 = 지난 8일 오전 11시30분 한강이촌지구. 조선시대 관복을 착용한 지방관리자들이 현 노들섬까지 연결하는 약 300m 구간에 설치된 배다리를 진입했다. 이들이 출발점에 설치된 홍살문으로 들어서며 200년 전으로의 '시간여행'인 배다리 시도식(始渡式)이 본격 시작됐다.

정조대왕의 꿈과 이상이 담긴 1795년 을묘원행이 전구간(약 45㎞)에서 재현됐다. 정확히 221년만이다. 서울시와 수원시의 합작품이다. 창덕궁에서 시흥행궁까지는 서울시와 금천구(노들나루공원~시흥행궁), 경기도 구간은 수원시가 추진하는 순차적(릴레이) 방식으로 옛 모습에 가깝게 그려냈다.

정조는 왕위에 머물면서 매해 비운의 사도세자 생신 무렵인 1~2월 화성(현 수원)을 찾았다.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환갑을 맞이한 을묘년 윤 2월 정조는 대규모 인원을 이끌고 화성으로 행차했다. 아버지의 무덤인 현륭원을 참배하려면 이곳 배다리를 거쳐야 했던 것이다. 정조의 행차를 그린 '환어행렬도'가 다시 눈앞에 펼쳐졌다.

강과 육지를 잇는 이 다리는 다산 정약용이 설계하고 정조가 설치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잠시 뒤 배다리를 지날 정조대왕에 앞서 시설의 안전 확인차 연결 부위와 균형, 출렁임 같은 전반을 살폈다.

곧이어 말 168필에 1000명이 넘는 '능행차 행렬'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창덕궁을 출발한 정조가 노들섬에 도착하자 도승지가 "물렀거라, 상감마마 행차시다"라고 외쳤다. 미리 마련된 무대 중앙의 어좌에 정조대왕이 자리하고, 좌우로 내관과 제조상궁이 시립(侍立)했다. 단하에는 금위대장이 무장한 상태다.

이 자리에서 정조는 "이토록 성대하게 대비마마의 진찬연을 열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준 백관들에게 친히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라면서 미리 준비한 나막신을 한성부를 다스리던 정2품 관직 한성판윤(漢城判尹) 배역의 박원순 서울시장 등에게 건넸다. 정조의 시문집인 '홍재전서(弘齋全書)'를 보면, 정조가 규장각 직제학 이만수에게 나막신을 주며 '나쁜 습속에 물들지 말고 나를 청렴하게 보필해 달라'는 내용의 글이 기록돼 있다.

선물을 하사한 정조가 한성판윤을 향해 "여기까지 말을 타고 왔는가. 아니면 가마를 타고 왔는가"라고 묻자 박원순 시장은 "관용차로 이동했다"며 즉흥적인 대사를 내뱉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화기애애한 상황극이 마무리되자 신명나는 전통 풍물 및 산대놀이 등 공연 프로그램이 한껏 축제의 흥을 돋우며 시민들과 한데 어우러졌다.

정조대왕은 "앞으로는 나의 화성 능행길이 해마다 성대하게 재현돼, 지구촌 곳곳의 사람들이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체험하러 방문하게 되길 바라는 바이오"라고 크게 외쳤다.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에 미음다반을 올리기 위해 멈춰섰던 행렬은 오후 1시께 시흥행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조의 을묘년 원행은 금천·수원 구간으로 이어지며 이렇게 8일간의 일정을 진행했다.

9일 폐막식에 참석한 주한외교사절단은 수원 화성 연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진 장용영 군사들의 대형 야외공연 '야조(夜操)'를 감상했다. 야조는 '원행을묘정리의궤'에 기록된 장용영 군사의 무예를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그려낸 종합무예퍼포먼스다. 장용영은 정조대왕의 친위부대로, 화성에서는 장용외영의 군사들이 합세해 국왕을 지켰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서울시의 팸투어에 초청된 중국 산동TV(山东电视台)와 광동TV(广东电视台) 등이 밀착해 취재했다. 유커(중국관광객) 유치 확대 및 재방문율 향상 차원에서 '사전답사여행'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관영방송 2곳은 내달께 현지 전문여행채널을 통해 송출시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