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이어 태풍에 속수무책 현대차, 재난 관리 '구멍'...대비책 마련 시급

2016-10-05 15:24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2공장의 생산라인에 물이 차 작업이 일시 중단돼 있다. [사진제공=민주노총 울산본부/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소현·윤정훈 기자 = 국내 최대규모 자동차 생산시설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또 멈춰섰다.

노조 파업 등으로 인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태풍 차바까지 공장을 덮친 것이다.

최근 현대차가 지진·태풍 등 여파로 공장가동을 멈추는 등 유독 자연재해로 인한 안전관리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이날 오전 11시부터 울산공장 2공장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는 “공장 바닥에 발목이 잠길 정도로 빗물이 역류하는 바람에 생산라인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며 “향후 태풍 영향 등을 고려해 작업재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부터 시간당 강수량 100㎜가 넘는 폭우가 내리면서 울산 공장내 신차 출고장에서 판매를 기다리고 있는 싼타페 등 신차 일부가 침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야적장에 출고 대기 중인 신차를 미리 빼내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 안전부서 직원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다”며 “일부 침수된 차량도 있지만, 피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2공장 지대가 낮고, 주변 하천이 범람해서 그런것 같다”며 “입사 10년이 넘었지만,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울산공장 2공장에서는 싼타페와 투싼, i40, 아반떼 일부가 생산된다.

소비자들은 침수된 차량을 신차로 인도 받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 한 고객은 “누군가는 침수된 차를 신차로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태풍 예보가 있었는데 미리 준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현대차 울산공장은 지난달 경주지역을 강타한 지진 발생에 두 번이나 생산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생산 라인 중단 시간은 이틀간 약 4시간으로 약 1700대 생산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추산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태풍 등은 예측 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공장과 신차가 물에 잠기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현대차의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책이 미흡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생산라인까지 물이 들어찬다는 것은 매우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라며 “공장 노후화에 따른 안전관리가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른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태풍으로 인한 집중호우는 예측 가능한 상황”이라며 “신차가 물에 잠기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평소 안전관리 실태의 미흡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여의도 면적 1.5배, 축구장 670배에 달하는 부지로 세계 최대 단일공장 규모를 자랑한다. 근무인원은 3만5000명에 달하며 연간 완성차 생산능력은 총 139만2000대로 현대차 글로벌 생산의 중심을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차 울산공장은 국내 최대 시설을 자랑하지만, 만들어진지 최대 40년이 넘는 노후화된 공장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1공장은 1968년, 2공장은 1986년, 3공장은 1990년, 4·5공장은 1991년에 완공됐다.

한국건설안전기술협회 관계자는 “공장이 침수되거나 하는 것은 지반이 낮아서 인지, 토지 자체의 배수가 안되는지, 역류가 된 건지 요인이 여러 가지가 있어 주변 시설과 환경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공장을 만들고 기계 설비를 할 때 유수와 유입에 대해 관리를 하게돼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창원, 부산 등에 생산시설을 갖춘 한국GM,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다른 국내 완성차업체는 태풍 차바로 인한 집중호우의 피해 없이 생산라인이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GM 관계자는 “태풍이 오기 전 전직원에게 공지를 하고, 시설물 안전점검을 꾸준히 하는 등 대비하고 있다”며 “지진 때도 생산에 큰 차질은 없었다. 창원공장도 1991년 완공됐지만 지붕에 생산발전 설비를 설치하면서 내부관리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